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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공CD는 안녕하십니까?

 


클리에를 한 달 내내 가지고 다니면서 하드 안에 있는 MP3 파일을 우려먹다 보니, 이제는 매일 출근하기 전에 무슨 MP3 파일을 넣어서 들고 다녀야할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128MB 메모리스틱 하나에 적으면 10곡에서 많으면 18곡까지 넣어서 다닐 수 있는데, 매일매일 다른 곡들을 듣다 보니 15 x 30 = 450. 결국 한 달동안 450개 정도의 곡을 듣고 다닌 꼴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3년 반 전에 레코딩해뒀던 옛날 노래(?)가 담긴 공CD를 찾아서 DVD롬 드라이브에 넣고 돌려본 것 까지는 좋았는데, 그만 불상사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엥? 이거 왜 안 읽혀?”

CD 안에 있는 데이터가 안 읽히는 것이었습니다. 650MB 분량의 데이터를 홀랑 날려먹은거죠. CD 안에 있는 파일들의 목록이 제대로 읽히는 것을 보아서는 TOC(Table Of Contents) 부분에는 이상이 없는 것 같은데, 막상 MP3 파일을 복사하려고 하면 한참 읽다가 에러를 내고 종료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복사가 될 때까지 해보자는 마음을 먹고 독하게(?) 계속 복사를 시도했습니다. 그래도 역시 안되는 것은 안되더군요.

“아악! 이 CD가 어떻게 만든건데! 레코더도 귀하던 시절에 교무실에 숨어들어가서 레코딩하다 걸려서 맞아 죽는 줄 알았던 CD란 말이다! 악악악!”

…하고 절규 아닌 절규(?)를 해봤지만, 이미 데이터가 다 날아간 마당에 그런다고 MP3들이 다시 돌아오겠습니까. 그래봤자 힘만 빠지지요.

헛된 노력은 그만하기로 하고 DVD롬 드라이브에서 CD를 꺼내면서, 공CD의 표면을 다시 노려보았습니다. 某 사의 로고가 저를 비웃듯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이걸로 추억이 또 하나 날아갔구나’ 라고 생각하니 쓸쓸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번 사태가 대체 무엇 때문에 생긴 일일까 가만히 생각해봤습니다. 제일 먼저 보관을 제대로 못해서 벌어진 일인가 생각해봤지만, 보관 소홀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케이크 박스에 넣어서 내팽개친 적도 없고, 책 사이에 끼워서 보관한 적도 없었으며, 제대로 케이스에 넣어서 보관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원인이 무엇일까.
보관하던 중에 긁히기라도 한건가? 혹시나 싶어서 공CD를 뒤집어서 살펴봤지만, 긁힌 흔적 하나 없이 깨끗했습니다. 반사층이 긁혀서 인식이 안되나 했지만, 역시 반대편의 반사층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습니다.

고민하던 저는, 결국 결론을 이렇게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그러게 그때 5백원 싸다고 그 회사 공CD를 쓰는게 아니었어.”

아무래도 싸구려 공CD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좀 더 좋은 공CD에 구울걸’ 하고 후회를 해봤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뭐 어쩔 수 없지요.

공CD 한 장에 만원이 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을 지나더니 공CD의 가격이 4-5천원대로 떨어졌습니다. 대만산, 홍콩산 공CD들이 엄청나게 들어오면서 또 다시 공CD의 가격이 떨어지고, 급기야 코닥에서는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골드 공CD의 생산을 중단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요즘엔, 어지간해선 천원이 넘어가는 공CD를 구경하기 힘듭니다.

용산을 지나다니다 보면, ‘장당 2x0원, 100% 교환’ 을 외치면서 메이커 불명의 공CD를 판매하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듣자하니, 대만이나 중국 등지에서 생산된 공CD들이 장당 200원이 채 안되는 가격으로 적게는 몇만장에서 많으면 몇십만장까지 나타났다 사라지곤 하는 것 같습니다(물론, 이런 공CD들의 경우 안정성이 어떨지는 보증할 수 없습니다.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모르지만, 파는 사람만 알고 사는 사람은 전혀 모른다면 문제가 커집니다).

그러다 보니, 한 번에 수십장, 수백장씩 공CD를 사들여서 영화나 게임, 프로그램을 하루가 멀다하고 구워대는 레코딩족, 다운족들이 생겨나고, 심지어는 한번에 2백장씩 사갔다가 2백장을 그대로 교환받는 얌체족까지 생겨났습니다. 웃어야 할 일인지 울어야 할 일인지 필자로서는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풍조에 맞지 않게, 처음 레코딩을 할 때부터 코닥에서 나오는 골드 공CD만 사용했습니다(뭐 판매가 중지된지 2년이 넘은 미디어이니 제품 이름을 밝혀도 홍보 효과는 전혀 없겠죠). 그리고 시간이 지나 코닥 골드 공CD의 생산이 중지된 이후에는, 다른 회사의 미디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레코딩한 모든 공CD중 인식이 안되는 CD는 한 장도 없습니다. 공CD를 잘만 보관한다면 짧게는 10년에서 20년까지 보장된다는 말도 거짓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현재 제가 보관하고 있는 CD중 가장 오래된 미디어가 바로 4년 정도 된 미디어인데, 아무런 이상 없이 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결론. 어째 횡설수설한 감이 들긴 하지만, 어쨌든 결론을 내겠습니다. 바로, 중요한 데이터는 품질 좋은 공CD를 이용해 보관하자는 것입니다. 요즘 디지털 캠코더가 많이 보급되면서 동영상을 비디오 테이프가 아닌 공CD나 DVD에 기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럴때에도 역시 좋은 미디어를 써야 하겠습니다. 학교에 다닐때는 수십 MB의 파워포인트 파일을 공CD에 레코딩해서 제출했다가 날려먹은 나머지 학점까지 날려먹을뻔한 위기를 맞는 광경도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다행히 교수님이 전화를 해줬기에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정말 학점 날릴뻔 했습니다. 그 사람은 그 뒤로 싸구려 공CD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최근 이웃나라의 한 잡지에서 여섯 개의 DVD 미디어를 대상으로 실시한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를 살펴보니, 정말 좋은 미디어를 괜히 쓰는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습니다.

자, 여러분이 어제 레코딩한 공CD는 안녕하십니까?

written by (sakurachan)
2003-02-06 15:47:02
1629 번 읽음
  총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1. 국병효 '03.2.6 6:13 PM 신고
    공시디 비싸더라도 비싼거 사야겠네.. ↓댓글에댓글
  2. 2. 오명진 '03.2.6 6:51 PM 신고
    ^^ 중요한 정보네요... 제가 잘 가는 사이트 한 곳에 퍼가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하겠기에... 5년에 한번씩 새로
    구워줘야 겠군요.... ↓댓글에댓글
  3. 3. 이희성 '03.2.6 7:20 PM 신고
    공cd를 필요로 하지 않기에 -_-; ↓댓글에댓글
  4. 4. 박병철 '03.2.6 8:24 PM 신고
    이게 오늘의 일기인감? ↓댓글에댓글
  5. 5. 김도성 '03.2.6 8:55 PM 신고
    꾸린건데 저도 4년넘었어도 전혀 문제 없던데요...?특히요즘나오는 벌크공시디들은 2xx원정도여도 옛날꺼보다 오히려 품질이 더존듯하던데... ↓댓글에댓글
  6. 6. 김도성 '03.2.6 8:56 PM 신고
    100년정도가 수명보장이라니 안가도 10년은 가것지요.. 아무리싸도..... ↓댓글에댓글
  7. 7. 윤상권 '03.2.6 9:28 PM 신고
    우리 과학선생님께서 옛날에 레코더가 2배속 짜리가 100만원이 넘었다고-_-;; ↓댓글에댓글
  8. 8. 박성우 '03.2.6 10:32 PM 신고
    킁..내 공씨디는 32X인데 24X 로 복사..ㅜ.ㅜ
    더이상 안올라감..rw는 40배속 굽기인데..ㅡ_ㅡ 킁킁킁... ↓댓글에댓글
  9. 9. 김동환 '03.2.6 10:53 PM 신고
    공시디 한장에 만원 넘고 유틸 백업한 시디는 3만원넘게 팔리던 시절이 있었지요.. ↓댓글에댓글
  10. 10. 박성규 '03.2.7 2:38 AM 신고
    다이요오덴에 한표^^ ↓댓글에댓글
  11. 11. 박익현 '03.2.7 9:19 AM 신고
    HP CD 에 한표... 코닥과..미쯔비 CD 한표욤... 전 HP CD 97년도에 처음으로 굽어서 뮤직비디오 저장중..^^ ↓댓글에댓글
  12. 12. 이선호 '03.2.7 10:01 AM 신고
    꾸린것도 대체로 문제가 없기야 하겠지만 열에 하나 백에 하나가 문제라오~ ↓댓글에댓글
  13. 13. 이종철 '03.2.7 3:15 PM 신고
    흐흐흐... 97년도에.. 7500원 주고산..SKC 공시디에들어있는 야사400메가와야설50메가..RA파일100메가 RAM 80메가.. 아직두...자알..쓰고있씁니다 ㅋㅋ;;; ↓댓글에댓글
  14. 14. 강웅빈 '03.2.7 5:44 PM 신고
    레코더 속도 안올라가면 AS맡겨요 저 32배속짜리인데 지금 8배속까지밖에 안됨 ㅡㅡ ↓댓글에댓글
  15. 15. 이상선 '03.2.19 3:25 PM 신고
    :-D*권영칠 님 미남 이시네 근데 이거 일기 아니 잖아요;'; 리뷰같당;; ↓댓글에댓글
  16. 16. 이경훈 '03.2.22 6:42 PM 신고
    :-D*다이오유덴 에 한표 ↓댓글에댓글
  17. 17. 박남규 '03.2.22 6:59 PM 신고
    :-D*다이요유덴이 100년 이상 간다고 하죠... 근데,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공 CD 잘 못 쓰면, 날아 갑니다. 저도 결혼은 미친 짓 이다 날린 적 있습니다. ㅡㅡ;; ↓댓글에댓글
  18. 18. 박남규 '03.2.22 7:00 PM 신고
    :-D*물론, 그 CD는 사라 졌지만요.. ↓댓글에댓글
  19. 19. 5100s '03.4.15 6:17 PM 신고
    :-D*좋은거 써야겠군요 ↓댓글에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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