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면서 - 왜 VAIO인가?
클리에 N750C에 이어서 이번에도 소니사의 VAIO PCG-SRX55TL(일본 발매 모델명 PCG-SRX7S/PB)를 손에 넣은지 3주일 정도가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SRX55TL(앞으로 줄여서 55TL로 적습니다)의 사용기를 준비해봤습니다. 지금 이 글도 퇴근길의 지하철 2호선에서 55TL을 이용해 적고 있는 중입니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VAIO가 무엇인지부터 간단하게 설명을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물론 소니 매니아 여러분이나 이미 VAIO를 사용하고 계시는 분들이야 이미 다 알고 계시는 내용이겠지만…
VAIO는 Video Audio Integrated Operation의 약자이며, 현재 우리 나라에는 SRX, C1, GRX, NV등의 모델이 소니코리아(약칭 ‘소코’)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본토인 일본에서는 데스크탑도 판매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정식으로 판매되지 않습니다. 아직은 소코에서 모든 모델들을 들여오지 않기 때문에, 정식 수입되지 않는 기종을 쓰려고 하는 사람들은 보따리 상인들이 조금씩 들여오는 물건을 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왜 VAIO, 그 중에서도 SRX55TL에 눈을 두게 됐는지를 여러분들에게 밝혀야 할 것 같습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용산전자상가에 들르게 되었는데, 노트북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면서 LCD 모니터 위에 CCD 카메라까지 달린 꽤 파격적인 노트북(?)이 있었습니다. ‘소니가 저런 것도 만드나’ 라고 생각하면서 굉장히 의아하게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 모델이 바로 C1이었습니다(현재 C1은 소코에서 정식 발매하고 있죠).
그리고 그 해 가을에, 지금은 인천의 모 은행에서 SI 작업을 나가서 매번 방화벽에 절망하고 있는 지인이 SRX의 전 모델인 SR19GKRT를 구입했습니다(이 분은 그 뒤로 SR19GKRT를 매각한 뒤에, 결국은 현재 U1 모델을 구입해서 사용하고 계십니다). 이 모델이 아마 소코가 처음으로 정식발매한 VAIO일 것입니다. 그때 본 파란색이 감도는 터치패드를 잊을 수가 없어서 굉장히 사고 싶어했었습니다.
VAIO 노트북… 하면 생각나는 것이라면, 역시 조그다이얼과 바이오의 테마 컬러인 보라색, 그리고 내장된 메모리스틱 리더, 복잡한 초기 세팅(이건 단점에 들어가려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진상으로 봐도 상당히 예뻐 보였는데, 직접 보니까 정말 사고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그리고 2002년 3월, 모 잡지에 실린 SR 후속 모델인 SRX를 보고는 ‘이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만 마련되면 정말 사고 말겠다고 벼르고 또 벼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초에 이러쿵 저러쿵한 기회가 있어서, 마침내 꿈에 그리던(?) 바이오 SRX55TL을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이 모델은 일본에서 SRX7S/PB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모델에서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 블루투스 기능을 제외하고 모든 사양이 같은 모델입니다. 아, 한국어 자판이 있다는 점도 빼놓으면 안되겠군요(여담이지만, 레지스트리를 건드려서 키 세팅을 다시 해줘야 한다는 수고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엔터키가 영문 자판보다 크다는 이점이 있어서 멀쩡한 한글 자판을 일산 자판과 맞교환해버렸습니다. 암만해도, 저도 서비스센터 직원들이 싫어하는 사람중의 하나인가봅니다).
2. 나는 이렇게 쓴다
이렇게 벼르고 별러서 마련한 VAIO이니만큼, 본전을 뽑기 위해서 밖에 나갈 때마다 데리고(!) 다닙니다. 특히 SRX의 경우 VAIO 제품군중에서도 유난히 배터리 지속시간이 깁니다. 보통 한 번 충전하면 서너시간 정도는 너끈히 사용할 수 있어서, 바깥에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소니 제품에는 파워패널이라는 프로그램이 제공됩니다(피닉스 바이오스를 사용하는 PC에 OEM으로 제공되고 있음).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현재 남은 배터리 잔량, 앞으로 사용 가능한 시간, 스탠바이 모드에서 기다릴 수 있는 시간까지 보여줍니다. 심지어는 자신이 지금까지 배터리를 몇 번 충전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물론, 사용하면 할수록 이 횟수가 늘어서 서글퍼지는건 사실입니다).
더구나 무선랜이 기본으로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무선랜을 사용하지 않을때는 본체 왼쪽의 스위치를 꺼놓았다가 필요할때만 켜서 사용할수도 있습니다. 무선랜 AP가 설치되어 있는 공항이나 버스 터미널, 패스트푸드점, 커피숍 같은 곳에서 잠깐 잠깐 메신저를 쓰거나 웹 서핑을 하면서 자투리 시간을 유용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무료로 무선랜 서비스를 제공하던 회사들이 점점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 아쉽기도 합니다.
무선랜을 끄고 켤 수 있는 스위치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음악감상입니다. 물론 저도 음악을 들으면서 원고를 쓰거나 코딩을 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PC 사용시간과 윈앰프 실행시간이 거의 비슷합니다. SRX55TL에는 예전에 소니 워크맨이나 디스크맨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메가베이스 기능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고음과 저음을 어느 정도로 보강할 것인지 전용 설정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취향대로 맞춰줄 수도 있습니다(예전버전에서는 불가능했음). 뭐, 메가 베이스라고 해도 소니의 기타 AV 기기에 비해서는 미약하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메가베이스 조절 화면
소니 노트북이나 PDA에서 또 빠질 수 없는 것이 조그 다이얼입니다. 터치패드 설정 프로그램에서 터치패드의 오른쪽 가장자리를 문질러(?)주면 스크롤이 되도록 설정해 줄 수도 있지만, 역시 있는 조그 안써먹으면 섭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굳건하게 조그 다이얼을 써먹고 있습니다.
조그 다이얼 응용 프로그램, 조그 다이얼 내비게이터
탑재되어 있는 터치패드에도 다양한 기능이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마우스 포인터를 이리저리 옮겨다니면서 수고를 하지 않아도 간편하게 프로그램을 종료하거나 최소화, 혹은 최대화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특히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앞뒤 페이지로 편리하게 옮겨갈 수 있는 기능이 있어서 좋습니다.
터치패드 설정 화면
맨 처음 SRX를 보고 나서 느꼈던 의문이기도 하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제 SRX를 보면서 하는 질문이 바로, “그거 보기 힘들지 않아요?” 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익숙해지면 상관없다’ 라는 말이 정답이 되겠습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12.1인치 액정 이상의 기종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 SRX 기종은 10.4인치 액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적응하기 조금 힘듭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제 경우에는 2-3일 정도를 사용하다 보니 익숙해졌습니다. SRX의 액정을 보면서 투덜거리는 저를 보며, U3를 쓰는 누군가가 이렇게 말하는걸 듣다 보니 더 이상 불평을 하지 못하겠더군요.
“너 그러면 평생 U3 시리즈는 못쓰겠다? U3는 SRX보다 액정 더 작은데.”
현재 저는 SRX를 동영상 재생 및 워드 작업, 그리고 인터넷과 무선랜 테스트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SRX가 그래픽을 통합 칩셋인 815EM에서 처리하고 있다 보니, 모바일용 그래픽 칩셋을 사용하는 타 노트북에 비해 색감이나 성능에서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SRX를 가지고 전문적인 디자인 작업을 하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그런건 데스크탑에서 하는거야!), 동영상도 그럭저럭 볼만하기 때문에 별다른 불만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듣자 하니 어떤분은 워크래프트 3까지 돌린다고는 하는데, 저는 게임에 목숨을 거는 게임 매니아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건 안해봤습니다(솔직히 게임할 시간도 없습니다, 죽겠습니다…).
워드 작업도 그럭저럭 할만 합니다. 키보드가 작아서 불편하지 않느냐고 하실 분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물론 데스크탑과 키 배열이 약간 다르기 때문에 적용하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특히 오른쪽 시프트키의 크기가 좀 작은 탓에 한줄씩 날려먹는 오타가 생기는 일이 잦습니다(아마 노트북 사용하시는 분들은 제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실겁니다). 뭐, 이지프로도 썼었는데 이 정도 키보드를 못쓰겠습니까. 음하하.
네트워크의 연결성(Connectivity)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SRX는 모뎀과 유선 랜, 무선 랜에 1394 단자까지 모두 내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내수용인 SRX7 시리즈의 경우에는 블루투스까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가지고 다니면서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접속 수단은 다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직장에서는 유선랜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다가, 퇴근 후 정모장소에서는 무선 랜으로 인터넷을 이용하고, 중간에 디지털 캠코더를 SRX에 연결해서 동영상을 전송받은 뒤에 간단하게 편집해서 메일로 보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야간 열차를 타고 본가로 내려가서는, 모뎀으로 인터넷에 접속해서 메일을 확인하거나 메신저를 이용해 메시지를 날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여기에서는 아주 간단한 가상의 예만을 들어봤지만, 사용자의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3. 아쉬운 점 몇 가지
그렇다고 해서 SRX에 아쉬운 점이 전혀 없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여전히 마음에 드는 SRX이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이번에는 좀 쓴소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첫째, 세팅이 복잡하다는 것이 단점이 되겠습니다.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VAIO 제품군의 세팅은 복잡하고, 깔아줘야 하는 모든 드라이버와 유틸리티에는 설치 순서가 정해져 있습니다. 이 세팅이 꽤나 까다롭기 때문에, 각 동호회마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팅맨’ 이라는 사람을 한 두명씩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모든 VAIO 제품군에는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는 리커버리 CD가 포함되어 있지만, 역시 자기가 원하는 최소한의 프로그램만 설치해서 쓰는게 정신건강상 좋겠지요. 결국 이런 저런 이유로, VAIO를 구입한 사람들은 결국 구입 후 한 번쯤은 리커버리 CD를 돌리지 않고 수동으로 OS를 재설치하게 됩니다.
OS를 설치하고 나서부터는 각종 드라이버와 소니 전용 어플리케이션들을 설치해줘야 하는데, 여기에서 만약 깔아야 하는 순서가 하나라도 틀리면 VAIO만의 고유한 기능들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런 사태가 생겼다면 해결책은 단 하나, 재설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각 동호회에 회원들이 올려놓은 세팅 순서들이 전부 제각각이기 때문에, 막상 내수용 제품을 사와서 세팅을 할라 치면 대체 어느 순서에 따라서 세팅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둘째, 모든 소니 제품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내구성의 부족이 되겠습니다. 거의 모든 VAIO 노트북의 상판을 덮고 있는 마그네슘 합금은 긁히기가 쉽고, 특히 SRX의 경우에는 제품의 두께를 줄이려다 보니 아무래도 이 합금의 두께가 얇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판에도 어느 정도 신경을 써주지 않으면 흠집이 나기 십상이고, 자칫 잘못해서 무거운 물건이나 날카로운 물건으로 상판을 찍히면 액정까지 망가질 위험이 있습니다. 물론 그냥 신경쓰지 않고 쓸 수 있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혹시라도 쓰던 노트북을 매각할 일이 생긴다면 이런 흠집이 매각 가격을 깎아먹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조심해서 써 주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SRX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전용 캐링 포치나 세미 하드 캐링 케이스를 이용해 본체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자나 깨나 상판 조심
셋째, 이것은 제품 자체보다는 소니의 마케팅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 되겠지만, 제품의 라인업이 너무 자주 바뀐다는 것이 단점이 되겠습니다. SRX 7 시리즈만 해도, 하드디스크의 용량이나 CPU의 클럭만 바꿔가면서 SRX7 – SRX7E – SRX7F – SRX7S 등으로 1년에 네 번이나 제품의 라인업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자칫 잘못하면 산지 며칠만에 구기종이 되는 비극(?)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정말이지 양심없는(?) 라인업 교체는 그만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SRX의 뒤를 이어서 SRV(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델이 선보일지 모른다는 루머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 누군가는 소니가 10.4인치 액정을 채용한 제품을 더 이상 내놓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사용자로서, 또 날림 필자로서 SRX가 좀 더 진화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