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저는 집에서 케이블 모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사용한 기간은 1년 반이 조금넘고, 임대료를 내지 않고 직접 모뎀을 구입해서 사용한 지는 3개월 정도가 지났는데,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전날부터 모뎀이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분명히 전날만 해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는데, 갑자기 서버에서 IP를 못 받아 오는게 아니겠습니까. 램프가 모두 켜져 있는걸 봐서는 신호는 정상적으로 받고 있는 것 같은데 IP를 못받아오니, 정말이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습니다.
일단은 그래도 명색이 PC를 10년 이상 못살게 굴었으며, ‘케이블 모뎀의 모든 것을 밝히겠다’ 는 얼토당토 않은 글들을 써대서 며칠씩 각 통신사 직원들을 본의 아니게 못살게 만든 사람이 저 아니겠습니까. 이 사태를 해결해보려고 온갖 시도를 다 해봤습니다.
모뎀 리셋은 물론이요, PC 리셋이야 당연히 했지요. 그리고 랜카드가 잘못됐나 싶어서 3만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가면서 랜카드도 교체를 해봤습니다. 하지만 IP를 못 받아오는건 여전하더군요.
자, 이쯤 되면 사용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본 셈입니다. 이제는 장애 신고를 하고 꼼짝없이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상담원에게 전화해서 리셋을 했네 안했네 다해봤네 어떻네 하고 지루하게 대화를 주고 받은뒤에, 드디어 연휴 전날인 다음날에 기사가 방문하기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날이 밝고 나서, 기사가 방문해서 점검을 받았습니다. 제가 사용하던 모뎀과 동일한 모뎀으로 바꿔 끼고 나니 그제서야 정상적으로 작동을 하더군요. 모뎀 불량이 아니면, 랜카드 두 장이 같이 설치되어 있어서 충돌이 나는 것인지, 원인이 둘 중의 하나라고 하더군요(참고로 인터넷 공유를 위해 케이블 모뎀쪽에는 3Com사의 랜카드를, 다른 PC쪽으로 나가는 랜카드는 리얼텍사의 랜카드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예전에 사용하던 모뎀을 연결하자 정상적으로 IP를 받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모뎀 불량은 아닌가 보구나, 랜카드 두 장 중에 한 장이 맛이 갔나 보군’ 하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사가 돌아간 후, 나름대로 다시 한번 생각을 해봤습니다. 랜카드 두 장을 같이 꽂아놔서 생기는 충돌 때문에 IP를 못 받아오는 것이라면, 작년 5월부터 인터넷이 불통이 됐어야 합니다. 그런데 거의 1년 가까이 랜카드 두장을 꽂아서 잘 사용하다가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랜카드 두 장 때문에 생기는 충돌이라고 보기에는 근거가 미약했습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모뎀인가? 그렇게 보기도 힘들었습니다. 잘 돌아가던 모뎀이 왜 하루 아침에 맛이 가는걸까요. 맛이 가려면 진작에 갔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단 저는 좀 더 두고 보기로 마음을 먹고, 그다지 즐겁지 않은 마음으로 귀성전쟁과 귀경전쟁을 치르고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어느 정도 짐 정리를 마친 다음, 제일 먼저 PC를 켜서 인터넷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인해봤습니다. 결과가 어땠을까요? 그럼 그렇지, 또 인터넷 불통이었습니다.
도저히 안되겠다. 암만해도 모뎀에 문제가 있나보다. 그렇게 생각한 저는 다음날인 월요일 이를 박박 갈면서 지하철로 한 시간, 익숙치도 않은 길을 걸어서 30분, 이렇게 고생 아닌 고생을 해가면서 케이블 모뎀 제조사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제조사에 도착했더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또 점심시간이더군요. 별 수 없이 담당하시는 분이 돌아오실때까지 어느 정도를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담당자가 돌아오시고 나서, 모뎀의 점검을 부탁드렸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예? 모뎀에 이상이 없다구요?”
“네. 지금 저희 연구소에서 테스트 해봤는데 전혀 이상이 없다고 하시네요.”
“…그래요?”
…누가 내 인생에서 날아간 한시간 30분과 차비, 기타 등등 모든 비용을 돌려줘!
보통 이런 경우를 가리켜서 ‘새됐다’ 라고 하는게 아닐까요. 결국 모뎀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습니다. 더 이상 걸어갈 마음이 나지 않아서 택시를 타고 사무실로 향하면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습니다. 이거 안되겠다. 도저히 못참겠다. 전화해서 ###(서비스 업체의 이름은 밝히지 않겠습니다)를 ‘까야’ 겠다.
하지만 전화 받는 상담원 여러분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간신히 성질을 죽이고 나서는, 다시 AS를 요청했습니다. 어디 두고보자, 이번에도 삽질하면 정말로 바꿔버릴 테다.
그리고 다음날, 예전에 오셨던 기사분이 다시 오셨습니다.
“지난번에 한번 제가 방문을 했었죠?”
“네. 그런데 모뎀 이상은 아니라고 하거든요. 제조사까지 쫓아가서 확인을 해봤는데 거기서는 IP를 정상적으로 받아오더라구요.”
“잠시만요.”
그러더니 기사분이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것이었습니다.
“예, 여기 성남인데요, IP를 못 끌어오고 있거든요. 맥이요. ****(맥 어드레스는 비밀!)… 네? 등록이 안되어 있어요? …예. 맥 불러드릴게요. ****-****-****입니다. 예.”
그리고 모뎀의 전원을 뽑고 리셋하자, 거짓말같이 모뎀에서 IP를 받아 오는 것이었습니다.
“뭐가 문제였죠?”
“저희들도 자가 모뎀을 권하지 않는게… 혹시 전원 빼신적 있으세요?”
“아뇨, 그때 오셨다 간 뒤로는 빼지 않았는데요.”
“센터에서 날아갈 수 있으니까 모뎀 전원을 빼지 말고 계속 꽂아놓으세요.”
“예, 알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기사분이 돌아가시고 난 뒤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이지 너무 황당했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등록된 맥 어드레스가 수시로 날아가서 인터넷 불통이 됐던거란 말이야? 더군다나 전 그 뒤로 모뎀의 전원을 끊은 적이 맹세코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날 자정을 넘겨서 다음날 새벽까지는 또 무리없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잠시 눈을 붙이고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개인 메일을 확인하려고 했는데…
“이런 (2 x 9)!!!”
또 안되는겁니다. 정말이지 화가 나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아 **, 미친 속도가 온다고 광고하기 전에 일반 주택에 사는 사람이나 안 미치게좀 해줘라. 정말 미치겠다!”
이쯤 되면 인내심에도 슬슬 한계가 오는 법입니다. 더 이상 이런 꼴을 보고 싶지 않아서, 뒤도 안 돌아보고 서비스 해지 신청을 해버렸습니다. 그리고 TV속에 컴퓨터를 넣는다는 한 회사에 곧장 가입 신청을 해버렸습니다.
어느 정도 화가 가라앉은 다음에, 과연 이번 일이 무엇 때문에 일어난 일인지 다시 한번 되짚어 보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안 돌아가는 머리를 굴려봐도 해답이 안나오더군요. 임대 모뎀의 맥 어드레스는 안 지워지는데, 유독 자급제로 사용하는 모뎀의 맥 어드레스만 날아가는게 말이 되는 일일까요? 장애가 생겨서 그렇다면 한번에 지워져야 정상 아니겠습니까? 그것도 맥 어드레스를 새로 넣고 나서 정확히 하루정도가 지나면 맥 어드레스가 날아가는데, 이게 과연 말이 되는 일일까요?
어쩌면 지금 이 시간에도, ISP들이 모뎀을 구입해 사용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주최측의 농간을 부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이 저만의 착각이라면 정말 다행이겠지만, 착각이 아니라면 정말 불행할 뿐더러, 소송까지 제기해도 시원찮은 일입니다.
아무튼 전 이제, 적어도 케이블 모뎀 서비스에 있어서는 그 회사의 기술력을 도저히 믿지 않습니다. 뭐 이번에 바꾼 업체도 쓸데없이 사람을 고생시킨다 싶으면, 지난 인터넷 대란때 죄없는 언론에 대고 헛소리해서 여러 사람 고생시키고 기자들 거짓말쟁이로 만든 한 민간기업의 ADSL 서비스라도 가입할 생각입니다.
결국 집에서는 며칠째 인터넷을 못 쓰고 있습니다. 정말 죽을 맛입니다. 대체 이게 뭐하자는 짓인지 알 수 없습니다. 제발 이번에 가입한 이 회사는 난리 좀 안 치게 만들어줬으면 하고 한숨을 쉬며 오늘의 일기를 마칩니다.
PS1. 某사 관계자 여러분들, 또 우연히 이 글을 보시고 누구를 감봉조치하네, 자르네, 혹은 저한테 전화를 하시네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괜히 힘 빼실 필요 없습니다. 전화 하셔도 안 받을 거고, 이제 와서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셔도 전 다시는 재가입 안합니다. 또 가입했다가 이런 일 다시 생기면 그땐 또 어떻게 하시려구요.
그리고 누구 자른다고 그런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이 되겠습니까? 절대 안되죠. 다른 사용자들 저처럼 개고생 안하게 좀 신경만 써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PS2. 某사 상담원 여러분! 틈만 나면 이상한 글을 써대서 여러분들을 수시로 못살게 굴었던 제가 드디어 그쪽으로 갑니다. 저 만나면 조심하세요- 우훗♡
PS3. 역시 某사의 관계자 여러분들께. 제가 좀 안 좋은 소리를 쓴 것 같은데, 사실은 사실이지 않습니까? 인터넷 대란의 원인이 MS-SQL 서버 2000에 침입한 웜 때문이 아니라, 윈도 2000의 보안 허점때문이라구요? 전 언론에 나온 자료만 보고 이야기했습니다. 없는 소리 지어낸다고 하시지는 못할걸로 알고 있겠습니다.
PS4. 혹시 저와 비슷한 경우를 당하신 분, 또 있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