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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예절, 지키고 삽시다(전편) [컬럼]

 


동생이 이번에 고등학교 2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새로 교과서를 받아왔더군요. 받아온 교과서 중에는 컴퓨터 과목과 관련된 교과서가 있어서, 한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나 살펴보자는 심정으로 교과서를 훑어보았습니다.

어,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내용이 굉장히 많이 업데이트가 되어 있더군요. 예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ATX 메인보드 사진도 실려 있고, 도스, 윈도 뿐만 아니라 리눅스도 나오고, 무엇보다도 에니악이 어쩌고 이진법이 어쩌고 하던 분위기를 벗어나 있었습니다. 워드프로세서에서부터 인터넷, CD타이틀 제작까지, 학교에서 제대로 잘만 배우면 나와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배웠던 ‘정보산업’ 이라는 과목에서는 베이식이나 dBase(이 프로그램을 알고 계신다구요? 그렇다면 당신도 틀림없이 폐인 경력 10년차 이상일겁니다)가 나와있었는데…

하지만 저는 교과서를 덮으면서도 자꾸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그 교과서에서 인터넷 예절에 관련된 내용이라곤 한 쪽, 아니 한 줄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고등학생쯤 됐는데 예절까지 가르쳐줄 필요가 없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는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얼마전 한 기관에서 초등학생들의 인터넷 의식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를 바라본 저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ID는 서로서로 바꿔서 써도 생각하는 사람이 절반이 넘는가 하면, 프로그램은 당연히 인터넷에서 구해서 써도 된다고 생각하는 초등학생들은 3분의 1이 넘었습니다. 대체 이런 애들이 점점 커가면서 인터넷상에서 무슨 일을 하고 다닐까 생각을 해보니 절로 한숨이 나오더군요.

그래도 예전 PC통신 시절에는 서로 어느정도 예의를 갖추기도 했고, 두 세번 게시판을 통해 싸움이 벌어진 뒤에는 서로 서로 사과하며 화해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그야말로 누구나 인터넷을 쓰게 되면서부터 이런 저런 문제들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얼굴이 안 보인다고 욕하고, 자기 마음에 안 드는 글이라고 댓글로 욕하고, 자신이 싫어하는 연예인(뭐 그중에는 단순히 붕어 흉내만 내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지만)의 홈페이지에 마련된 방명록에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보내고, 와레즈를 운영하면서 ‘광고하실분들은 여기로 문의해주세요’ 라면서 버젓이 개인 메일 주소를 달아 놓고, 게임 상의 사이버 머니를 준다고 허위 광고를 내고는 돈만 입금받고 사라지는 사람들… 제 머리속에서 얼른 떠오르는 현상들만 적어봐도 이 정도입니다. 아마 마음 독하게 먹고 쓰려고 마음먹으면 아마도 책 몇권은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안됐지만, 이런 일을 저지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초중고등학생입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정도가 심한 것이 ‘초딩’ 이라고 멸시당하는 초등학생들입니다(물론, 초등학생이라고 해도 예의 잘 지키고 훌륭한 네티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 초딩 초딩했다고 욕메일 보내지 마세요!). 그 다음으로는 중학생들이 이런 잘못들을 많이 저지르는 편이고, 고등학생 정도가 되면 어느 정도 할 일과 안 할 일을 구별해서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초등학생들이 왜 ‘초딩’ 이라고 멸시당하는 걸까요? 위에서도 말했지만, 그렇지 않은 초등학생들이 훨씬 많은데 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원인은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정도가 있을 것 같습니다.

1) 학교 교육의 부재
인터넷에서 지켜야 할 예절을 학원에서 가르쳐 주겠습니까? 아닙니다. 이것은 엄연히 공교육의 몫입니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알려줘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들 중에, ‘학교에서 인터넷에 대한 예절을 가르친다더라’ 라는 소문 비슷한 것이라도 들어 보신 분 있으시면 손 들어보세요. 네, 없군요. 그렇습니다. 일선 학교에서는 인터넷을 쓰는 법만 죽어라 가르쳐주지, 인터넷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절같은건 전혀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애들이 뭘 알겠습니까. 어디든지 마음껏 휘젓고 다니고, ‘님아, 님아’ 하면서 잘도 돌아다닙니다. 떼돈을 번다는 광고에 속아서 돈벌기 글을 아무데나 올리고 다닙니다. 정말이지 천상천하 유아독존입니다.

그러다가 ‘님아’ 라는 호칭을 가지고 게시판의 다른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홈페이지 관리자들에게 돈벌기글 올리지 말라고 항의 글을 받으면, 반응은 두 갈래입니다.

“니마 지성여ㅠ.ㅠ” 라고 하거나, “제가 뭐 잘못했는데염?” 이라고 하든지, 대충 둘 중의 하나입니다. 그나마 잘못했다는 소리도 통신어체로 지껄이는 쪽은 좀 나은편입니다. 잘못을 지적해줘도, ‘초딩이라고 무시하지 말라’고 하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애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아무도 ‘이런 저런 일은 인터넷에서 하지 말라’ 고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나한테 무슨 잘못이 있을지 알게 뭡니까.

2) 부모들의 무관심
부모들의 무관심도 큰 문제입니다. 컴퓨터 사달래니까 사주고, 인터넷 깔아달라고 하니까 깔아주고 나서는 그 뒤로는 신경 뚝입니다. 아들 딸들이 맨날 방에 틀어박혀서 뭘 하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가끔 바라봐도 잘 모르니까 물어보지도 못하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냥 넘기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아들이 와레즈를 운영하는지, 정품 소프트웨어를 아무 자료실에나 올리는지, 돈벌기 글을 올리고 다녀서 욕을 얻어먹는지, 자살 사이트에 들어가는지, 무뇌중한테 몰표를 주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러다 무슨 일이 터지면 “아니, 우리 애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러세요?” 라고 박박 우기다가, 사태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게 진전된 것을 알고는 안절부절 못합니다.

작년에 인터넷상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당해서, 그 장본인인 한 가련한 ‘중딩’ 을 구제(?) 하러 쫓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 ‘중딩’ 의 부모님도 그런 패턴에서 심히 다르지 않더군요. 애는 이미 모든 사태를 파악하고 ‘알아서 처분해줍쇼’ 라는 느낌으로 고개를 팍 숙이고 있는데, 부모님이 오히려 “우리 애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렇게 쫓아와? 당신 증거 있어?” 라고 되묻더군요. 아, 증거야 얼마든지 있죠. 갈무리한 증거 수십가지를 보여주자, 그제서야 얼굴이 새파랗게 변해서 “죄송해요, 미안해요” 라는 말을 연발하더군요. 참 한심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초딩’ 이라는 말이 영영 사라질 날은 없는 걸까요? 있습니다, 있구요(어라, 이 말투는…). 글이 길어졌기 때문에 내일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기가 이렇게 길면 안되는겁니다. --;
(To be continued)

written by (sakurachan)
2003-02-11 15:48:22
1072 번 읽음
  총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1. Bc폐인 '03.2.11 4:05 PM 신고
    옳소 그런데 봉석님 의 매너는 몇점;; ㅎ_ㅎ ↓댓글에댓글
  2. 2. silerong '03.2.12 1:27 AM 신고
    변하길 기대하느니.. 우리가 먼저 변하는 것이 빠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댓글에댓글
  3. 3. 닉네임 '03.2.12 2:16 AM 신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노력합시다. ↓댓글에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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