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보고싶어 하던 뱃속의 아기는 어찌 하라고 혼자 갑니까.
못 갑니다, 못 가요.이대로는 보낼 수 없어요.”‘눈물의 바다’, ‘통곡의 바다’였다.
눈물이 이젠 마를 만도 하지만 방화 참사로 가족을 보낸 유족들은 두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피눈물도 잊은채 울며 운구 행렬 앞에서 실신했다.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사흘째를 맞은 20일 사망자 시신이 안치된 대구 시내 병원 곳곳에서는 이날 최초로 8명의 장례식이 오열 속에서 치러졌다.
파티마병원에서 열린 세 살배기 딸아이와 유복자를 남기고 떠난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검표원 장대성 씨(34)의 장례식에서 장 씨의 부인 정현조 씨(35)는 믿을 수 없는 남편의 참담한 죽음과 앞으로 살아갈 막막한 현실 앞에서 그만 실신하고 말았다.
정 씨는 남편 동료들이 운구를 들고 나가려 하자 앞을 가로 막고, “이게정말 마지막이란 말입니까.
세 살배기 딸하고 뱃속에 있는 아기는 어떻게하고, 그렇게 허망하게 간다는 말입니까”라며 상상하지도 못한 남편의 죽음 앞에서 오열했다.
“어떡 합니꺼…”라는 말만 되뇌다 고개를 떨군 직장 동료들은 “불길이치솟은 전동차 안에 갇혀 있던 승객 10여 명을 구조한 의인입니다.
하늘나라에서 복 많이 받을 겁니다”라고 부인을 위로했다.
특히 장 씨의 세살배기 딸이 영문도 모른 채 칭얼거릴 땐 장례식장 전체가 울음바다로 변했다.
장 씨의 시신을 실은 영구차는 이들 부부가 살던 대구 신암동 가람아파트를 돌아 생전 고인이 근무하던 지하철공사 안심 차고를 경유, 선산이 있는 김천으로 떠났다.
지하철공사 통신 담당 직원으로 중앙로역 1층에서 근무 중이었던 정연준씨(38)의 장례식이 열린 가톨릭병원 장례식장도 유족들의 오열이 끊이지않았다.
아빠의 죽음을 실감하지도 못하는 다섯 살과 두 살의 어린 아들들이 울음을 토하자 장례식장 안은 삽시간에 통곡의 바다로 변했다.
유족들은 “불구덩이에 왜 들어갔노”라며 “제 목숨보다 불끄는 게 더 중요했냐”라며 말끝을 잊지 못했다곽병원에서 열린 원경미 씨(30)의 장례식장에서는 스스로를 자책하는 남편의 통곡으로 숙연했다.
동갑내기 부부로 유달리 금실이 좋던 남편 이재동씨(30)는 영구차에 관을 싣고 나서도 아내의 죽음이 실감나지 않은 듯 먼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 씨는 “내가 능력이 없어 아내를 죽게 했습니다.
내가 돈을 잘 벌었다면 그날 아내가 화장품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됐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해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일간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