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직후 사고 현장 보존이 제대로 안돼 사고 원인규명과 실종자 파악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대구지하철공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에 따르면 지하철공사 직원, 군 장병 등 100여명은 사고 발생 다음날인 지난 19일중앙로역 지하 1, 2층 대합실과 지하3층 플랫폼 주변에 물을 뿌리며 ‘대청소’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때문에 당시 승객들이 남긴 신발, 옷가지, 휴대전화 등 사망자와 실종자 신원확인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 유류품 상당수가 수거돼 사라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앞서 사고 당일인 18일 오후 경찰과 언론사 취재진 등 인명 구조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 수백명이 사고 현장에 마구잡이로들어가 사고현장은 일찌감치 훼손되기 시작했다.
특히 희생자의 90% 이상이 집중된 1080호 전동차는 18일 오후 9시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식요원들이 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시신을 수습한다’는 이유로 월배 차량기지로 옮겨졌다.
이후 대구지하철공사는 19일 오전부터 지하철 운행을 재개했다.대구시는 또 21일 구조물 안전진단을 이유로 중앙로역 건축 마감재를 철거하고 사고 잔재물을 모두 치우는 등 사고현장 복구작업을 현재까지 계속하고 있다.
현장 감식에 참여중인 국과수 관계자는 지난 20일 유족을 상대로한 설명회에서 “화재사고로 인한 사체의 경우 조그만 충격에도쉽게 훼손되기 때문에 현장보존이 무엇보다 중요한데도 이번 사건에선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경찰과 취재진 등 인명구조와 상관없는 사람들이 현장감식 이전에 전동차 내부로 진입해 사체 신원확인의 중요한 단서들이 상당부분 훼손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철도, 항공, 해양사고 등 각종 대형사고 발생시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현장을 철저히 통제한다. 지난 97년대한항공기 괌 추락사건 당시 소방대원과 인명구조대원들조차 NTSB 요원들이 정해놓은 발자국을 따라 현장을 드나들었다.
유가족들과 대구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22일 사고현장을 훼손하는 구조물 안전진단을 즉각 중단하도록 대구시와 지하철공사측에 요구했다.
경찰의 한 과학수사전문가는 “사고 당시 상황을 그대로 말해주는 현장을 보존하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이라면서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현장을 치우고 지하철 운행을 재개한 처사는 이해할수 없다”고 말했다.
대구〓오남석·이종석기자 greentea@, jslee@
문화일보 2003-02-22 11:3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