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값 판매로 회원을 모집, 제품을 제때 배송하지 않아 대규모 피해자를 양산한 하프플라자 사건을 계기로 전자상거래에서 매매보호서비스(일명 에스크로)의 필요성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스크로서비스란 판매자나 구매자가 거래 합의 후 물품 배송과 결제과정에서 어느 한 쪽의 약속 불이행으로 인한 거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거래대금의 입출금을 제3자가 관리, 거래 안전을 도모하는 상거래 매매보호서비스이다.
이는 비교적 출금이 자유로운 가상계좌서비스와 달리 매매보호장치가 있어 구매자는 구매물품이 도착하기 전에 대금을 미리 지급해 발생하는 사기거래 피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
판매자도 에스크로에 대금이 입금됐다는 통보를 받은 뒤 물품을 배송하므로 ‘거짓 주문’이나 ‘도난 카드를 이용한 물품 신청’ 등에 따른 피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권의 경우 우리은행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전자상거래업체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있어 검증되지 않은 쇼핑몰을 이용했다 물품대금을 떼이는 등 피해를 막을 차단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하프플라자의 경우도 별도의 매매보호장치를 마련하지 않아 배송 지연 등으로 제품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원금을 고스란히 떼일 위기에 처해 있다.
◆하프플라자, 매매보호장치 없었다
하프플라자는 가상계좌에 입금된 고객들의 물품대금을 제품 배송과 상관없이 바로 출금, 사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본체인 토비즈그룹이 검찰 수사 등으로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환불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의 손실을 보전하기 어렵게 됐다.
하프플라자는 지난해 10월 전자금융솔루션 업체 사이버CVS와 가상계좌 관련 서비스 계약을 맺으면서 계약서상에 '입금액(구매대금)을 별도의 절차없이 지정한 정산계좌(하프플라자 대표계좌 등)로 입금한다'고 명시, 입금된 물품대금을 사실상 실시간 출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검찰이 하프플라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13일 오후 4시 이전에 가상계좌에 입금된 대금들은 하프플라자측이 정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CVS측은 문제가 된 하프플라자의 정산을 13일 오후4시4분을 기해 중단, 추가적인 피해 발생을 줄였다.
하프플라자 이용자들은 사건 발생 이후에도 물품 대금을 입금하려 했던 것으로 나타나 정산작업을 차단하지 않았으면 피해규모는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이버CVS측은 "17일에도 하프플라자 이용 고객이 물품대금 90여건을 입금하려 한 것을 차단했다"며 "정산을 차단해서 가상계좌에 남아 있는 대금은 법원이나 검찰의 절차에 따라 돌려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매보호서비스 도입에 소극적
에스크로와 같은 매매보호장치를 적용하지 않은 곳은 하프플라자 뿐만은 아니다. 국내 대부분의 상거래 업체가 이의 채택에 소극적이어서 솔루션은 있어도 수요가 없어 제공업체들이 영업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다.
지난해 11월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매매보호서비스인 '우리에스크로'서비스를 개시한 우리은행도 불과 3∼4개 업체와 계약을 한 상태다.
우리은행 e비즈니스본부 최성조과장은 "전자상거래 증가로 에스크로 서비스 도입의 필요성은 늘고 있지만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며 "최근들어 상거래 사기 등의 문제가 늘면서 이를 방지하려는 업체들의 이용이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PG 등 결제업체를 통해 서비스 확대를 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매매보호서비스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들의 영업도 부진한 상황이다.
사이버CVS도 지난 2001년 관련 솔루션(SafeEC)을 개발했으나 이를 채택하는 업체가 없어 현재 제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은행과 함께 에스크로서비스를 제공했던 마이에스크로는 영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실상 관련사업에도 큰 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다.
국내에는 우리은행 등과 제휴를 맺은 일부업체와 옥션·이셀피아 등 자사 차원에서 매매보호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 외에는 대다수가 이 서비스를 채택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상거래 업체들이 매매보호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결제방식의 90%가 현금이 아닌 신용카드 형태이기 때문이다. 또 이에 따른 비용부담과 서비스 제공업체에 대한 신뢰도 등도 활성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