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패키지게임 시장을 좌지우지해 왔던 블리자드의 아성에 금이 가고 있다.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개발사 블리자드는 롤플레잉게임 `디아블로2`의
연이은 히트로 최근 몇년 동안 한국 시장에서 최고의 PC게임 개발사로 자리잡았다. 하
지만 후속작 `워크래프트3`의 판매 부진으로 명성에 오점을 남기고 있다.
블리자드 타이틀을 국내에 유통하고 있는 한빛소프트에 따르면 `스타크래프트`와 `디아
블로2`는 출시 이후 단기간에 밀리언셀러가 된 이후 지금까지 각각 300만장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올렸다. 반면 단기간 내 200만장 판매 달성을 예상했던 `워크래프트3`는 출시
8개월 동안 50만장대 판매에 그치면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출시 후 1년이 안된 게임이 50만장이나 나간 것은 대단한 성과이나 블리자드 타이틀이
라면 사정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이 견해다. 더욱이 `워크래프트3`는 기존 타이틀과 달
리 유통사의 확장팩 마케팅이 뒤따르지 않고 있어, 판매 확대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블리자드는 하나의 게임을 오리지널 버전과 확장팩으로 분리해서 개발해 왔고, 오리지
널 버전의 판매가 정점에 이르면 확장팩을 출시, 판매 확대를 꾀해 왔다.
그러나 `워크래프트3`는 이전 타이틀과 달리 `확장팩` 출시를 불과 4개월 앞둔 상황에서
도 사전 마케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내 유통사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7일에는 전세계적으로 동시에 `워크래프트3` 확장팩 베타 테스트가 시작됐으나
국내서는 평범한 이벤트 하나없이 넘어갔다. 이에 따라 국내 게이머들의 불만은 증폭되
고 있고, 배틀넷을 통해 `워크래프트3`를 즐겨 왔던 사용자들도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
다.
국내 유통사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블리자드 타이틀 퍼블리싱을 맞고 있는 비방
디의 판권 비즈니스 때문이다. 비방디는 오리지널 버전의 판매 부진 등을 이유로 한빛소
프트를 판권 협상 대상에서 제외하고 다른 업체와의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제는 원작과 확장팩이 각기 다른 유통사를 통해 판매될 경우 원활한 마케팅과 판매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같은 사실은 비방디는 물론 국내 모든 게임 유통사들도
인지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방디가 기존 유통사가 아닌 다른 업체와 판권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은 판권료나 로열티 인상은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충수`가 될 소지가 높다
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실 비방디는 매번 복수 사업자와 판권 협상을 진행해 왔고 이를 통해 유리한 조건을
뽑아 낸 후 종국에는 한빛소프트와 유통 계약을 맺어왔다. `워크래프트3`만해도 이 같은
과정으로 인해 소비자 가격이 높아졌으며, 결국 판매 부진의 한 원인이 됐다.
`워크래프트3` 확장팩에 대해서도 비방디는 이 같은 전례를 밟는 듯 했으나, 최근 한빛
소프트가 "이젠 더이상 무리한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차질을
빚고 있다.
이제 비방디는 다른 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할 수는 있겠지만, 정작 타이틀
판매 확대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떠안고 가야할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게임평론가 박상우 씨는 "한국 패키지 게임 시장은 아직 콘솔이 아닌 PC기반
으로 형성돼 있는 몇 안되는 곳"이라며 "지금까지처럼 비방디가 눈앞의 이익만을 쫓는다
면 가장 큰 시장을 잃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택수기자
출처 : 디지털타임스(//www.dt.co.kr/content/200303050201306867100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