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이번엔 '분식회계' 비상이 걸렸다.
SK글로벌의 1조5000억원 규모 분식회계가 적발되면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는 것은 물론 한국기업 전체의 회계 투명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증시는 제2의 분식회계 적발설에 휘말리며 특정그룹 계열사 주가가급락하는 등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기업들은 우선 이번 분식회계 파문이 자사로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A사 재무담당자는 "대기업들이 검찰이 다른 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금융권에서는 흉흉한 소문이 많이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SK사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분식회계가 현대차에 미칠 파장보다는 SK 문제가 대기업 지배구조 등 경제 전반에미칠 파장을 염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혁의 속도조절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제부터는 단 한 건의 분식회계 적발이 그룹 전체의 존립을 좌우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때문에 이번 일을 계기로 기업들 스스로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자정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우그룹에 이어 SK그룹까지 국내 굴지의 대기업조차 회계 투명성을확보하지 못한 현실에 대한 반성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교훈으로 앞으로는 기업들이 경영환경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 분식회계 발생 근절책을 강구할것이지만 과거부터 누적된 분식회계 처리문제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분식회계가 문제될 경우 기업 스스로 털어내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하며 정책적으로도 분식회계가 누적되지 않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회계감사 시스템에 대한 제도적 보완 필요성도 제기된다.
전경련 관계자는 "회계기준과 규정이 보다 명확해져야 하며 회계보고서에 대한 최고경영자의 서약을 의무화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는 것보다 회계감사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분식회계근절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에 대한 회계 불신이 대규모 소송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B사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분식회계 등 불법행위에 대한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도입이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미국에서처럼 우량기업에 대한 소송이 남발되는 등 기업의 경영활동에 적지 않은 부담요인으로 작용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투명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회계 시스템 등 내부정비에도 나서는 분위기다.
KT는 14일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설치해 내부 감사권한을 완전히 외부로 넘길 방침이다.
또 조만간 내부회계 시스템의 문제점을 찾아내 개선하기 위해 외부전문기관에 컨설팅을 의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