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가끔 제 직업이 뭔지 헷갈려요." "영원한 테리우스" 신성우가 요즘 자신의 정체성에 혼돈을 겪고 있다.
오랜 경력의 록가수이지만 지난해 MBC 드라마 로 본격적인 연기활동을 시작, 가끔 서류를 작성할 때 직업란에 뭐라 써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다는 것. 신성우는 "세금 낼 때 약간의 차이가 있거든요" 하며 씩 웃는다.
현재는 직업이 "연기자"인 신성우를 만나보았다.
# 음악, 연기, 조각의 삼위일체 신성우는 에 출연할 때만 해도 "본업은 당연히 가수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월 초 아내만을 모델로 해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 이야기인 에서 주인공 강호균 역을 해낸 뒤부터는 연기의 묘한 매력에 빠져들었다.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앞을 못 보게 된 화가 역은 연기 신인이나 다름없는 신성우가 소화하기에는 매우 힘든 역할이었다.
하지만 신성우는 마음을 비우고 연기에 몰입함으로써 높은 시청률의 일등공신으로 떠올랐다.
요즘 새 앨범 준비와 함께 그룹 결성을 계획 중인 신성우에게 현재 손에 들어와 있는 영화 시나리오만 20개가 넘는다.
신성우의 주가는 요즘 "백지수표"다.
"음악하다가 연기를 하고 있는데 또 뭔가 마음이 동하면 작업실에 처박혀 조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자신의 직업을 규정짓기 어려운 것은 지금 하는 일이 직업인지 취미인지 모를 만큼 전문성을 띠고 있기 때문. 무엇을 하든 제대로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고집이 남다르다.
# 정떨어지는 "깔끔이" 주인공 지난 12일부터 방송된 수목드라마 (극본 배유미·연출 김진만)에서 신성우는 미국 MBA 출신 식품회사 사장 서인우 역으로 발탁돼 드디어 주연급 연기자 대열에 합류했다.
"대본을 읽는 동안 수없이 웃다가 가끔 코끝이 찡하기도 했어요. 이게 이 작품의 매력이라 생각하고 출연에 응했죠." 이 드라마에서 신성우는 진지하면서도 코믹한 연기를 펼친다.
이해타산이 빠르고 개인주의적인 냉정한 남자로, 차가운 표정에 잔뜩 멋을 부린 채 등장하지만 갓난아기의 똥기저귀를 깔고 앉는 등 상황은 무척 웃기게 돌아간다.
주인공으로서 드라마를 이끌어가야 할 신성우는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눈에 힘을 준다.
실제로 신성우는 이번 드라마와 앞으로의 음반활동을 위해 그동안 DJ를 맡았던 SBS POWER FM 의 바통을 가수 한동준에게 넘겨줬다.
# 월드스타행 티켓 예약 지난 2001년 가을, 신성우는 영화 의 감독 왕자웨이(왕가위)의 제트톤(JET TONE) 필름사와 7년간의 소속 계약을 맺었다.
월드스타 장만옥과 양조위, 공리, 장첸 등과 한솥밥을 먹게 된 것이다.
당시 한국에 와 있던 왕감독이 우연한 술자리에서 신성우를 만나 노래를 듣고는 함께 일해보자고 제의했으며, 신성우 역시 자신의 뜻에 맞아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제트톤 필름은 신성우가 국내에서 출연하는 드라마나 영화가 중국과 대만, 홍콩 등지에 수출될 경우 현지의 프로모션을 맡기로 했다.
왕감독이 신성우에게 바라는 것은 음악이 아니라 연기. 조만간 자신의 작품을 함께해보자고 제의하기도 했다.
만약 가 아시아권 여러 나라에 팔리게 되면 신성우는 다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내가 월드스타인가, 록가수인가"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