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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쓴 카사노바 배용준 "참 곱소~"

 

'에그머니, 웬 남정네?' 내외가 유별한 조선시대의 내당에 풍채 좋은 선비가 들어섰다. 멋진 두루마기에 상투까지 튼 배용준. 정자 마루 위의 다소곳한 여인 1명이 그 모습을 보고 흠칫 놀란다. 9년 수절 중인 열녀 전도연. 이중적인 성격의 사대부 여인 이미숙은 그 순간 멋진 게임을 생각해냈다. 지난 13일 양수리종합촬영소에서 있었던 영화 (감독 이재용·제작 영화사봄)의 긴박한 촬영 현장!
 
# 좁은 스튜디오, 넓은 기와집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실내 스튜디오 안에 대하사극에서나 보던 으리으리한 기와집이 들어서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민속촌에 있는 조선시대의 사대부 저택을 이곳으로 옮겨 놓은 것은 아니다. 4억5,000만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아주 특별한 세트. 견고한 자연석처럼 보이는 계단들은 손으로 두드려보니 플라스틱이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지극히 사실적으로 재생된 플라스틱 돌담에 붙어 있던 이파리가 다 떨어진 담쟁이넝쿨들. 사대부 집안의 지체 높은 부인들이 담소를 나누는 부용정 대청마루 밑 연못에는 계절을 잊은 연꽃까지 피어 있었다.
 
조선시대 상류사회의 풍속과 생활상을 함께 보여줄 영화 의 특징은 이처럼 철저한 고증을 통해 부활한 그 시대의 외형이다. 양수리종합촬영소의 부용정 세트는 프로덕션 디자이너를 맡은 유명 패션디자이너 정구호씨의 지휘로 제작됐다.
 
# 배용준과 전도연, 부용정 첫 만남
 
"참으로 곱소. 언제 보아도 행색이 유려하니…" 화려한 의상의 조씨부인(이미숙 분)을 보며 좌의정 부인(전양자 분)이 말을 꺼낸다. 그녀의 시선은 곧 바로 곁에 앉은 숙부인(전도연 분)에게로 옮겨진다. "근데 이 아이는 좀처럼 꾸밀 줄을 모르니…." '요부' 조씨부인과 '정절녀' 숙부인의 상반된 캐릭터를 잘 설명해주는 장면. 여인들만 있는 그 자리에 놀랍게도 '남정네'가 들어서니 그가 바로 조선시대 최고의 바람둥이 조원(배용준)이다. 바로 숙부인과 조원의 첫만남.
 
숙부인은 9년 수절로 나라에서 열녀문까지 하사받은 젊은 과부. 화려한 남성편력을 자랑하는 요부 조씨부인은 조원을 내세워 숙부인을 무너뜨리기 위한 게임을 시작한다.
 
촬영 전 특별 예절 교육까지 받은 전도연은 시종일관 다소곳한 자세와 차분한 음성으로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그러나 넉살 좋고 당당한 바람둥이 선비로 분한 배용준 역시 '자신의 정체를 철저히 감추며' 아직 발톱(?)을 드러내지 않았다.
 
# 정절녀 vs 요부 vs 바람둥이
 
"지금껏 맡은 역 중 가장 실제 모습과 비슷한 배역이에요."
 
얌전한 역이 힘들지 않으냐고 묻자 전도연은 이렇게 대답했다. 애교 넘치고 솔직하기 그지없는 평소의 전도연을 생각할 때 '지나친 농담' 같기도 하다. 전도연은 "당시 금기시되던 천주교를 믿을 만큼 주관과 신념이 뚜렷한 여인"이라고 부연했다.
 
이미숙은 조씨부인 캐릭터에 대해 "겉으로는 사대부 집안의 요조숙녀지만 사실상 요부스러운 여자"라며 "그 시대에는 요부지만 요즘으로 치면 '난 여자'"라고 설명했다.
 
관심의 초점은 역시 파격적인 사극으로 스크린에 진출한 배용준에게 있었다. 배용준은 조원 선비에 대해 "냉소적이고 야비한 면이 강조되던 원작의 서구 영화들과 달리 넉살 좋고 유머러스한 측면이 더 부각된다"며 새로운 캐릭터 창조를 다짐했다.

김현우 기자 dionysos@hot.co.kr

도깨비치우
2003-03-17 13: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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