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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는 神이 내린 저주"

 
"석유는 神이 내린 저주"
[문화일보] 2003년 03월 15일 (토) 12:00

언론이 철저하게 통제된 이라크에서 역설적이지만 가톨릭은 미약 하게나마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인 구의 97%가 무슬림인 이슬람국가에서 가톨릭은 독특한 위치를 차 지하고 있다. 30만명에 이르는 가톨릭교도들은 대부분 이라크의 중산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라크 가톨릭을 이끌고 있는 유시??54) 신부의 지도 아래 하나의 집단을 이루고 있다. 바그다드 시내 와흐다 거리에 있는 도미니크 수도회 사제관에서 유시프 신부를 14일 만났다. 유시프 신부는 “무엇보다 어린이 들을 위해서라도 전쟁이 일어나서는 절대로 안 된다”며 “이라 크인들의 손으로 이라크를 더 좋은 나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고 호소했다.

먼저 “기독교도인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당신의 나라를 상 대로 전쟁을 하려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말을 꺼냈다. 유시프 신부는 “부시의 신앙에 대해서는 부시에게 물어 보라”며 웃더니 정색을 하고 말을 이었다.

“미국은 스스로를 선(善)의 축(Axis of Good)’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 스스로를 ‘선’이라고 감히 선언할 수 있을까요.” 그는 “이번 전쟁은 석유전쟁”이라고 단 언했다. “석유는 저주입니다.” 막대한 에너지자원이 신의 축복 이 아니라 저주라는 그의 말은 이라크인들 모두의 마음을 표현하 는 듯했다. “어린이들의 상황은 매우 안 좋습니다. 해마다 10만명씩 죽어갑 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은 이라크 어린이들의 희생은 이라크가 치러야할 ‘대가(price)’라고 말했었죠. 석유 를 위한 대가인가요, 아니면 ‘세계화’의 대가인가요? 무엇을 위한 대가인지는 모르지만, 어른들이 저지른 짓의 대가인 것은 분명합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은 어쨌든 독재정권이 아니캅?묻자 유시프 신 부는 “이라크가 세계에서 유일한, 혹은 가장 심각한 독재국가인 가요”라고 되물었다. 그는 북한 이야기를 꺼냈다. “미국은 북 한도 악의 축의 하나로 지목했죠. 그들은 당신의 형제입니다. 미 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좋겠습니까?” 그는 “총과 폭탄으로는 세 상을 바꿀 수 없다”며 말을 이었다. 그는 책장을 열고 걸프전 때 사제관에 떨어졌던 폭탄 파편을 꺼 내 보여줬다. 바그다드 시민의 60%가 도시를 벗어났던 그 때, 지 붕 위로 폭탄이 떨어지던 순간에도 그는 사제관을 떠나지 않았다 . 이번에 전쟁이 일어나도 역시 사제관을 지킬 생각이다.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북부 모술에서 태어난 유시프 신부는 프랑 스에 유학해 신학과 민속학을 공부했다. 바그다드에서 20년째 사 제 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변화’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고 싶 어했다.

“유럽은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지만, 옛 유고연방은 무려 10개 나라로 갈라졌죠. 옛 소련 공화국들과 동유럽 국가들을 보십시오 . 갑작스러운 변화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줍니다. 우리는 전쟁과 폭력 없이 그 일을 하고 싶은 겁니다.” 유시프 신부는 ‘이웃’ 을 바꾸기 위해서는 생각을 나누는 방법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도미니크수도회에서 매달 발간하는 ‘알 피크르’라는 잡지는 40 만명의 독자를 갖고 있다. 30만부는 가톨릭신도들에게, 10만부는 무슬림들에게 배달된다. “무슬림들이 우리 잡지를 보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들이 말하지 못하는 것을 우리가 이야기하기 때 문입니다. 바깥 세계의 소식들, 도덕적인 문제들 같은 여러 가지 주제를 다루죠. 생각을 나누는 유일한 방법은 창(窓)을 열어놓 는 것입니다.” 신앙심으로 전쟁에 대한 공포를 모두 이겨낼 수 있는지 물었다.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의 대답은 다른 이라크인들과 똑같았다. “미국이 이라크인들 머리 위로 핵폭탄을 떨어뜨린들,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겁니다. 이라크인들은 다 죽고 난 뒤일 것이니까요.”

그러나 전세계 1000만명이 반전시위를 벌인 것은 분명 그에게 희 망이 되고 있는 듯했다. 그는 한국인들에게 보내는 호소로 말을 맺었다. “한국의 김수환 추기경님께 이라크인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전해주십시오. 이 라크인들 모두가 고맙게 생각할 겁니다.”




2003-03-17 21:31:36
629 번 읽음
  총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1. Kim MkII '03.3.17 9:37 PM 신고
    :-D*미국은 석유와 패권을 위해 전쟁을 한다... 고 사람들은 말하더군요... 저도 그 말에 상당부분 동의하고 있습니다... 고통받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나라의 국익을 위해 희생되도 좋다는 것인지... ↓댓글에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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