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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전쟁을 마다하지 않는가?

 
방위산업체, 정치인, 군부가 전쟁통해 국가이익 창출하는 신군국주의 국가
방위산업체 각종 부정부패도 군사력 우위확보 명분으로 덮혀 버리기 일쑤

지난해 12월7일 워싱턴 D.C.에 있는 연방의회 상원 본회장. 월남전 전쟁포로 출신이자 애리조나주 출신 공화당 상원의원인 존 맥케인 의원이 열을 올리며 연설을 하고 있다. 맥케인 의원의 연설에는 이런식으로 정치를 하면 미국인들의 신뢰를 잃어버릴 것이며 이것은 곧 전쟁을 통해 돈을 벌자는 것(warprofiteering)과 같은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맥케인 의원이 흥분하고 있는 것은 상원에 올라온 국방예산 때문. 당시 상원은 부시 행정부가 보낸 국방예산안을 심의하고 있었는데 상원의원들은 국방예산의 타당성 검토보다는 국방예산을 자신들 출신주에 유리하도록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맥케인 의원은 과잉지급, 불공정계약, 타당성이 없는 개발계획 등 잘못된 예산안 내용 245가지를 지적하며 축소를 주장했는데도 불구하고 부대지출을 포함해서 전체 1천6백억달러에 가까운 예산안은 통과됐다. 예산안의 승인에 반대한 것은 맥케인의원과 한국계 웬디 그램 여사의 남편인 텍사스주 출신의 공화당 상원의원 필 그램 단 두명 뿐이었다.


맥케인 의원이 지적한 잘못된 예산안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공군이 내놓은 초대형 급유기 보잉 767-200 개발안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보잉이 대형여객기 767기를 앞으로 10년간 1백대 생산해서 이를 개조해 미공군에 공급하면 미국 정부는 이것을 10년간 리스해서 사용하는 가격으로 총 2백억달러를 주겠다는 내용이다. 맥케인 의원은 현재는 국가간의 전면전이 벌어진 상황도 아니고 또한 수년내에 그렇게 될 가능성도 없는데 초대형 급유기 1백대가 왜 필요하며 또 구매를 하지 않고 임대를 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추궁했다. 그러나 국방부 관리가 나와서 보잉이 만드는 초대형 급유기가 워싱턴주에서 제작돼서, 캔자스주에 와서 개조되며, 노스다코다주에 배치될 예정이라고 설명하자 해당 지역 의원들은 두번 다시 서류를 거들떠 볼 생각도 없이 경쟁적으로 지지 연설에 나섰다. 그리고 결국 보잉 767기 한대를 1억5천만달러에 빌려쓴다는 법안은 통과됐다. 세계 최대의 방위산업체인 보잉은 앉아서 돈을 벌게됐고 상원의원들은 고향에 돌아가 주 경제를 위해 내가 이렇게 노력했노라고 자랑을 늘어놓을 수 있게 됐다. 결국 국민들만 세금이라는 명목으로 국방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계획에 땀이 묻은 돈을 보태주고 있는 셈이됐다.


그러나 현재의 미국은 이같은 비효율이 관행화되어 있다. 아니 심한 경우에는 국방력 확보 또는 돈의 위력에 밀려 방위산업체의 부정과 부패에 눈을 감는다. 규모가 적은 방위산업체는 가혹하게 다루고 몇천달러 탈세한 소기업과 개인은 가혹하게 다루는 것과 대조적이다. 또한 더 나가서는 국가이익이라는 대명제 아래 대외 전쟁을 자주 벌이고, 이를 통해 오래된 전쟁 재고품을 소모하고, 새로운 군사기술 개발의 계기로 삼으며, 결과적으로 전쟁승리와 함께 대외 영향력을 넓혀 이것을 미국의 이익 확보로 연결시키는 순환고리를 가동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에 대해 미국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새로운 형태의 군국주의를 펼쳐나가고 있는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신군국주의 순환고리의 첫번째는 미 국방부다. 국방부는 매년 국방예산을 책정할 때 자신있게 필요한대로 예산을 청구한다. 지난 1990년대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백악관의 지도 아래 국방예산을 단계적으로 삭감한 시기도 있었지만 이것도 실제 작고 강한 군을 만든다는 취지의 군 효율화 방안이었다. 전문가들은 역사적으로 미국의 국방예산은 건국이래 줄곳 증가추세를 보였으며 특히 군 당국은 예산안 입안과정에서 의회의 승인과정에서 삭감될 것을 고려해 부풀리기식으로 예산을 청구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렇게 청구된 예산안은 의회에 오게되면 거의 원안 그대로 통과되거나 일부 자투리 예산을 잘라내는 요식행위를 거쳐 승인된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크게 보면 미국의 지도자들의 의식과 생존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인류 역사를 보면 도구를 잘 다루는 민족이 타 민족을 지배했기 때문에 전쟁무기를 누구보다 강하게 개발하는 것이 생존전략의 첫번째다. 타제석기를 갖고 있던 민족이 마제석기를 갖고 있는 민족에 망하고, 또 마제석기는 청동기에, 청동기는 철제무기에, 철제무기는 총기에, 총기를 갖고 있는 민족이 첩보위성과 버스터 폭탄을 갖고 있는 민족에 망하고 지배당하는 것을 역사가 가르쳐주고 있다. 미국이 탁월한 군사무기 개발을 통해 세계적 우위를 점하려 노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번째는 정치인들이나 군부 지도자들이 이를 위해서 방위산업체가 경쟁력있는 기술을 갖고 있어야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군사력은 방위산업체의 기술력과 곧바로 직결돼있다. 이 때문에 기업을 살리기 위해 미국 정부는 비효율은 물론 부정부패에 눈을 감기도 하고 또 해외에 나가서 전쟁을 수행한다. 보잉과 함께 쌍벽을 이루고 있는 록히드 마틴은 지난 1995년 이후 정부계약 등과 관련해 33가지의 탈법행위를 저질렀다. 여기에는 계약서 위조, 계약금 과당청구, 종업원에 대한 차별, 환경파괴, 대외 국가에 대한 불법적인 기술제공 등이 포함돼 있다. 이것 때문에 록히드 마틴은 1억4천3백20만달러의 벌금까지 냈다.


그러나 록히드 마틴 뿐만 아니다. 미 국방부와 각종 계약을 맺고 있는 거대 방위산업체 43개를 종합하면 연방정부와의 부당계약 등을 저지른 건수는 4백건으로 늘어난다. 여기에는 28건의 형사사건까지 들어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일반 기업이거나 아니면 연방정부 푸드스탬프를 받는 개인이 이같은 짓을 저질렀으면 벌써 철장행이 되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방위산업체 고위직들은 막대한 회사돈을 써서 좋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또 방위산업체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정부의 헛점을 이용해 궁지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세번째 이같은 방위산업체의 각종 파행은 정치인들의 이익과 직결돼 있다. 미 연방의회 위원들은 매년 수억달러, 수십억달러, 수백억달러씩 자신들 주에 갖다주는 방위산업체를 상전 모시듯 한다. 큰 방위산업체 하나가 있음으로써 수만명의 고용이 확보되는 한편 막대한 세금수입에다, 인근에 있는 대학의 발전과 졸업생의 취업 등 엄청난 효과를 갖다주기 때문이다.


네번째는 그렇다고 방위산업체는 정부 돈을 받아서 열심히 무기를 만든다고 능사가 아니다. 실제 일반 기업도 마찬가지지만 미 국방부도 철 지난 무기를 어떻게 처리해야할 지가 큰 고민이다. 한마디로 재고처리에 골치를 썩고 있다. 방위산업체와 정치인들이 힘을 합쳐 엄청난 세금을 들여 좋은 무기, 새로운 무기를 계속해서 만들어 주고 있는데 구식무기를 붙들고 있자니 인력과 장소 등 들어가는 예산이 보통이 아니다. 결국 비싼 돈들여 개발한 것인데 내다버리는 것은 그렇고 이것을 사용할 곳을 찾다 보니까 결국 외국과의 전쟁을 통해서 이것을 소모한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미국이 2만발의 폭탄을 아낌없이 쏟아부은 이유 중 하나도 이것 때문이다.


다섯째 이같은 전쟁을 통해 미국은 대외적 팽창을 가속화하면서 국가이익을 확보하고 경제적으로 살을 찌우게 된다. 전쟁 전문가들은 지난 20세기 미국이 무려 2백여회의 대외 전쟁에 참가한 이유도 대부분 이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전쟁을 통해 얻는 이익은 경제, 통상, 외교, 문화 등과 함께 세계 지배력을 공고히하는 등 셀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같이 전쟁을 통해 얻어진 국가적 이익은 다시 국민과 기업을 매개로 해서 미국정부의 세금으로 흡수되며 이것이 다시 국방예산으로 지출돼 방위산업체는 더욱 업그레이드된 무기를 만들게 된다. 한마디로 미국은 방위산업체와 정치인, 군부 등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밀고 당기면서 군사력 팽창과 국가이익을 동시에 실현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2003-03-17 21: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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