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호의 IT Inside] 한도넘은 통신속도 경쟁
통신속도 경쟁이 한도를 넘었다. 최대 6~7Mbps(초당 원고지 약 2200장 전송)까지 가능한 ADSL(비대칭 디지털 가입자망)도 모자라 초당 13~20Mbps급의 VDSL(초고속 디지털 가입자망)로 전환한 게 엊그제다.그런데 이제 50Mbps급 VDSL을 상용화한단다.
하나로통신이 1월부터 시범서비스를 시작해 다음달부터 상용화한다.KT도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시범서비스중이다. 하나로에 이어 곧영업에 나설 태세다.
50Mbps면 얼마나 빠른 것일까. 전송 품질면에서 말하면 인터넷망으로TV 이상의 영상을 볼 수 있는 정도다. 그만큼 매끄럽고 자연스런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주고 받을 수 있다. 1시간30분짜리 영화 한 편을20초 이내에 내려받을 수 있는 속도다.
통신 다중화기술로는 45Mbps인 T3급 네트워크에 해당한다. 이 정도면300~500명의 직원을 거느린 중견 기업이 사용하는 용량이다. 아직도셀 수 없이 많은 중소기업들이 T1급(1.544Mbps) 이하의 통신망을 사용하고 있다. T3급 1회선만 가지면 300명 이상이 거뜬히 인터넷에 접속해 하고 싶은 일을 큰 지장 없이 할 수 있다. 이런 정도의 기업용네트워크 용량이 가정에서 PC 한 대에 연결되는 셈이다. 아무리 IT강국이라지만 쓸데 없는 과욕이고 자원의 낭비다.
비용 측면에서 보면 50M VDSL은 통신사업자의 부실을 초래한다. 하나로통신은 아직도 ADSL에 투자한 1조2000억원을 회수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KT에 밀리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VDSL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이런 밀어내기의 와중에 두루넷은 법정관리 신청 지경까지몰렸다.
VDSL 사용료는 한 달에 2만5000원 선. 수익을 맞출 수 있는 마지노선은 5만2000원이다. 가입자당 월 2만7000원의 적자를 감수하는 셈이다.
50M짜리 VDSL 서비스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원가는 크게 늘어난다. 장비까지 추가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손실 누적을 피할 수없다.
소비자는 50이라는 숫자에 현혹되고 있다. 기술자들은 현재의 전화망으로 50M 용량은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말한다. 데이터를 더 압축해전송해야 하는 데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즉 속도를 높이면 대신 영상의 품질은 별반 개선되지 않는다. 거꾸로 영상 품질을향상시키면 절대로 50M의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 50M라는 숫자는 믿을 게 못된다.
통신망 속도가 그리 빠를 필요도 없다. 고속을 요구하는 최신 게임이라도 현재의 프리미엄급 ADSL 정도면 충분히 즐긴다.
어느 면을 고려하더라도 50M급 VDSL은 득보다 실이 많다. 그런 상품을 왜 팔려고 하는가. 결국은 속도를 무기로 다른 사업자의 손님을가로채려는 '남의 살 파먹기' 마케팅이다.
올 들어 초고속인터넷 신규가입은 정체상태다. 작년 10월 10일 1000만 가구를 넘어선 이후 성장세가 둔화돼 지금은 월 15만 가구 내외정도에 머문다. 정체된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 결국 화살은 경쟁사업자를 향하게 된다. 악순환이 계속되면 자신이 쏜 화살에 스스로가 당한다.
콘텐츠도 문제다. 초고속통신망에 맞출 수 있는 콘텐츠는 현재로서는게임과 영화 이외에는 찾기 힘들다.
50Mbps급 VDSL은 소비자나 사업자 모두를 위해 상용화를 당분간 미루어야 한다.
매일경제 2003-03-16 16: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