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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고민없는 한국 외교부

 


‘전쟁을 터부(금기)로’.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철학자 움베르토 에코의지적이다.

오래 전 인류가 생존을 위해 근친혼을 금기의 틀에 가뒀듯이, 이제전쟁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구촌엔 전쟁이 끊이지 않는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8일(한국시각)이라크에 ‘최후통첩’을 했다.

최소한의 명분인 유엔 안보리의 결의조차 없다.

전례 없는 일방주의다.

세계 여론은 ‘전쟁반대’ 쪽이다.

지구촌의 수많은시민들뿐만 아니라 프랑스·독일·러시아 정부도 반전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한국 외교통상부는 17일 포르투갈령 아조레스섬에서 열린 미국·영국·스페인 세나라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미국 등 국제사회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대변인성명을 발표했다.

외교적 수사를 동원했지만, 핵심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공식적으로 지지한다는뜻이 담겨 있다.

정부는 이미 난민지원 등을 위한 공병·의료 등 비전투병 파병을검토하고 있음을 밝혔다.

정부의 방침을 전혀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한-미 동맹의 특수성과 북핵 문제의엄중함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맹국 의무 준수’를 위한 지원 방침 천명과 ‘침공’ 지지 성명발표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무엇보다 외교부 성명에선 ‘힘의 불균형’이라는 현실과 타자의 생명을 존중해야하는 윤리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

미국의 최후통첩이 있기도전이다.

어떻게보면 앞장서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왕 하는 것 확실하게지지의사를 밝히는 게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한 것일까.

우리가 살기 위해 이라크 사람들의 운명을 외면하는 잔인한 현실을 당연시하는태도는 곤란하다.

17일의 성명을 본 세계의 여론이 한국 외교를 어떻게 볼지 정말 걱정된다.

이제훈 남북관계부 기자


2003-03-18 18:5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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