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월드컵과 촛불시위, 제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보여준 네티즌의 힘은 인터넷을 매개로 한 공동체, 즉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발현됐다는 분석이다.
언론이 권력의 3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면 인터넷 커뮤니티는 그러한 언론까지 감시하는 새로운 권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각종 사회 정치적 현안 뿐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이미 강력한 압력 단체로 성장한 상태다. 전통기업들도 이러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힘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한 새로운 접근
지난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데는 인터넷 혹은 네티즌의 힘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인터넷의 힘'이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해서는 각계 의견이 분분하다.
역시 그 해답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찾아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는 단순한 동호회 차원을 뛰어넘어 '인터넷 공간에서 활동하는 공동체' 전반을 가리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아이뉴스24의 독자이면서 게시판에 글을 남기고 콘텐츠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아이뉴스24의 커뮤니티 일원이다.
마찬가지로 다음이나 오마이뉴스의 커뮤니티, 네이버 커뮤니티도 존재하게 된다. MSN메신저를 사용하고 있으면 MSN메신저의 커뮤니티에 속한 것이다.
이러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힘은 인터넷 인프라의 확장에 기반하고 있다. 인터넷이 생활의 일부가 되면서 국민의 절반 이상이 네티즌이 됐다. 이들은 한군데 이상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해 10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월 1회 이상 인터넷 접속자는 2천56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58%를 넘어섰으며 초고속인터넷 가입 가구는 1천만 가구에 달해 보급률이 70%를 넘어섰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의존률도 인터넷 이용자들은 수면과 세면시간을 제외하고 생활시간 중 20.1%를 인터넷에 의존하기도 한다.
네티즌들이 뉴스 콘텐츠를 보거나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주고받거나, 정보를 찾는 행위들은 모두 특정 커뮤니티 내에서 이뤄진다. 이러한 활동은 오프라인과 달리 커뮤니케이션의 신속성으로 말미암아 급속한 여론 형성 과정을 거치면서 '파워'를 지니게 된다.
◆네티즌의 힘, 그 기반은 인터넷 커뮤니티
최근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와의 대토론회 직후 강금실 변호사를 지지하는 페이지가 수십개 생겼는가하면 e메일과 게시판을 통해 '검사스럽다'라는 신조어가 급속히 유포됐다.
일부 언론에서 '노대통령의 줄타기식 발언', '노무현 판정패'라며 이날 토론을 평가했으나 네티즌들은 토론 게시판 등을 통해 '언론의 편파보도'라며 오히려 이를 비난했다.
불과 1~2년전 일부 중앙 언론이 여론을 주도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사회적, 정치적 현안에 대해 네티즌들의 반응 속도와 그 힘은 날로 커지고 있다. 네티즌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 기반은 역시 인터넷 커뮤니티에 있다.
약 200백만개의 카페가 존재하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경우 하루에 2~3천개의 카페가 새로 개설된다. 다음의 카페는 중요 이슈가 터질 때마다 가장 먼저 커뮤니티를 통한 공론화가 이뤄지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이라크전과 관련해 반전 평화를 주장하는 카페가 많이 개설되고 있다.
'뉴스게릴라'로 불려지는 시민기자들의 활동하는 오마이뉴스(www.ohmynews.co.kr)도 온라인 미디어이자 대표적인 인터넷 커뮤니티라 부를 수 있다. 오마이뉴스의 뉴스게릴라는 지난해 9월 기준 2만명을 넘어섰다.
뉴스게릴라가 생산해 낸 기사들은 많게는 수백개의 댓글(답변글)이 달리면서 여론 형성의 중요 역할을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의 원조는 PC통신 시절부터 활동하던 '사이버 논객'들이다. 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인터넷 시대로 접어들자 사이버 논객은 한때 딴지일보에 둥지를 틀었다가 현재는 오마이뉴스와 디시인사이드 등으로 활동무대를 넓히고 있다.
디지털카메라 전문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kr)는 지난해 '아햏햏' 문화를 만들어 내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네티즌 여론을 이끌기도 했다. 20~30대가 주류를 이루는 디시인사이드 역시 게시판 댓글이 여론 형성의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김유식 디시인사이드 사장은 "하루에 35만명이 방문하다 보니 제품에 대한 의견 교환뿐 아니라 촛불시위, 대선 등 현안에서 네티즌들의 행동을 이끌고 있다"며 "문제성있는 글의 경우 만개가 넘는 답변글이 올라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스턴트메신저도 하나의 거대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MSN메신저는 월 사용자 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다음 메신저 사용자도 300만명에 이른다.
메신저의 힘이 가장 잘 나타난 것이 효순, 미선양의 추모 리본 달기 운동이다. 당시 채 하루도 되기 전에 거의 모든 메신저 사용자가 추모 리본을 달았으며 리본을 삼베로 고쳐 달기도 했다.
◆ 인터넷 커뮤니티의 산업적 파급력
인터넷 커뮤니티의 힘은 사회적인 현안 뿐 아니라 경제적인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디시인사이드의 경우 사회적 현안 뿐 아니라 관련 업계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대단하다. 디시인사이드에 올려진 디지털카메라 사용기는 판매량에 즉각 영향을 미친다.
디시인사이드 게시판에 소비자 불만이 소개되면 회원들이 바로 업체 홈페이지를 '압박(항의 표시로 사이트를 마비시키는 일)'하는 일도 종종 있다. 관련 업체가 이 사이트를 수시로 모니터링할 정도다.
마이클럽내 커뮤니티인 결사모(agit.miclub.com/wedding)도 웨딩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1위라 할만큼 파워가 있다. 이 커뮤니티에 가입하지 않은 웨딩 관련 업체가 거의 없을 정도. 결사모에 좋은 업체로 소개되면 당장 매출이 상승된다. 반대의 경우에는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
결사모의 운영자인 신혜선씨는 "결사모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결사모 회원이라고 얘기를 하면 업체에서 최선을 다해 상대하는 일이 많다"고 소개했다.
인티즌내 DVD프라임(dvdprime.intizen.com)도 관련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대단하다. 회원은 20대 초반~30대 중반의 학생, 회사원, 전문직 종사자들로 수백만원대의 프로젝터를 몇십대씩 구입할 정도로 구매력 있는 마니아 들로 구성돼 있다.
DVD프라임 운영자인 박진홍씨는 "최근에는 DVD 프라임에는 어떤 사용자가 올린 일본 애니메이션 DVD 타이틀의 결함이 화제가 돼 결국 제조사에서 보완제품을 출시, 전면 리콜을 단행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은 참여 민주주의 기반
인터넷 커뮤니티의 권력화는 참여 민주주의 혹은 소비자 권익 보호 부문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끌어 왔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새로운 정보를 지속적으로 생산해내면서 여론을 이끌던 이면에는 욕설과 비방, 책임지지 못할 유언비어가 난무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인터넷 익명성으로 인한 폐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업계 및 시민단체에서는 인터넷실명제가 자유로운 인터넷의 토론문화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인터넷 업체 관계자는 "인터넷 토론 문화가 정착되면서 점차 자정기능이 확대되고 있다"며 "인터넷의 장점이 상실될 수 있는 인터넷실명제는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