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이라크전쟁의 장기화에 대비, 유가나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기업들은 또 전쟁발발과 함께 가동했던 단계별 전시(戰時)경영 시나리오를 재점검하는 등 장기전에 대비하기 위한 행보를 빨리하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기업 유동성, 환율 및 유가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날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계열사별로 충분한 유동성을 갖추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경우 경쟁력이 낮은 사업을 축소하는 등 강력한 긴축경영체제로의 전환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이라크전쟁이 4개월 이상 장기전으로 전개될 경우 내수 17만대, 수출 10만대 등 총 27만대 정도의 판매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고 경비지출 억제와 임직원의 정신재무장을 통한 긴축경영에 돌입했다.
SK그룹은 지난 24일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긴급 소집, SK경영경제연구소가 만든 이라크전쟁 3단계 시나리오를 토대로 경영전략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원자재 장기공급선 확보를 통한 생산차질 방지, 공동구매 등을 통한 원가부담 완화 등의 대책을 강구 중이다. 포스코는 또 환율상승이 향후 6개월간 지속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대비책을 수립하고 있다.
항공업체들도 장기전에 대비한 플랜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인천∼괌 노선의 운항을 오는 30일부터 9월까지 중단키로 하는 등 수익성위주의 노선재편에 나섰다. 대한항공도 일부 미주노선에 대한 감편 운항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더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SK㈜는 신용도의 추가 하락으로 원유도입에 차질을 빚을 경우 석유공사의 비축유를 임차해 사용한다는 내부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또 원유 수송선박들이 위험부담 때문에 쿠웨이트항에 들어가지 못할 경우 차량을 이용해 쿠웨이트의 원유를 남쪽의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까지 수송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LG칼텍스정유는 전쟁 시작과 함께 중동지역으로부터의 원유 도입물량을 줄이는 대신 호주와 서아프리카 등으로부터의 도입물량을 확대해 안정적 원유수급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생산국제본부장을 팀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24시간 가동하면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중동지역 정세변화와 원유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sejkim@fnnews.com 김승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