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 엿새째인 25일 미군은 바그다드 남쪽 70여㎞ 지점까지 진격해 이라크 최정예 공화국수비대 본대와 근접 거리에서 대치하면서 대규모 지상전 채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24일부터 몰아 닥친 거센 모래폭풍으로 미영 연합군 본대가 진격 속도를 늦추고 있고, 남부에서도 연합군이 이라크군의 게릴라 전술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전쟁의 초단기 종결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대규모 교전 본격화=연합군은 24일 밤부터 B-52폭격기와 곡사포, 로켓 등 화력을 대거 동원해 바그다드 일원의 이라크 공화국수비대 진지에 집중 폭격을 가했다. 이에 힘입어 미군 선봉대는 공화국수비대 본대에 32㎞ 내로 접근했다고 영국의 더 타임스가 25일 보도했다. 이와 관련,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은 “가장 격렬한 전투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군은 조만간 전투병력 6만명과 탱크 400대, 공격용 아파치헬기 100대를 결집시킨 뒤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동, 서, 남쪽에 포진해 있는 공화국수비대 3개 사단을 공격할 예정이다.

남부에서는 교전이 계속돼 온 항구 도시 움카스르를 미영 연합군이 25일 완전 장악, 인도적 구호물품 수송 거점을 확보했다고 영국 해병대 사령관 짐 버튼 준장이 주장했다. 연합군은 또 이라크 특수부대원들이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는 바스라를 ‘군사 목표물’로 지정, 대규모 진격 작전을 펼 방침이어서 격렬한 시가전과 민간인 대량 피해가 예상된다.

AP통신은 25일 현재까지 연합군측은 △사망 미군 20명, 영국군 17명 △실종 미군 14명, 영국군 2명 등 53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으며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는 200명 이상이라고 집계했다. 포로는 이라크군 3000명 이상, 미군은 7명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압델 하미드 알 라위 파키스탄 주재 이라크대사는 미군 사망자가 100여명에 이르며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는 6000명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미군 관계자는 25일 지난 이틀간 남부 전투에서 미군 탱크와 기갑부대의 공격으로 이라크인 500여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전략 수정 가능성=미국과 영국 내에서 “민간인 희생 최소화를 염두에 두고 세워진 작전계획이 이라크측의 비정규전 전략(‘더러운 전략’)에 말려들어 연합군 사상자가 늘고 있다”는 비판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어 ‘초토화 작전’으로의 전략 전환 여부가 주목된다.

미 행정부 관리들은 “이라크 정부가 연합군이 바그다드 주변 일정 선을 넘어서면 화학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한계선(Red line)’을 그었다”고 주장했다고 미 CBS와 NBC방송이 24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