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질 높은 자동차만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델파이코리아 이대운 사장은 철저한 경제인이다. 엔지니어 출신인 그가 경제인으로 거듭나게 된 사연은 90년대 말부터 불어닥친 세계 자동차 산업의 재편을 지켜보면서부터다. 그는 같은 품질의 두 가지 자동차가 하나는 100원에 판매되고 다른 하나는 120원에 판매된다면 후자의 경우 자동차라고 말할 수 없다라고 정의했다.
이 사장은 “최근 세계 자동차 시장은 좋은 물건을 얼마나 싸게 공급하냐, 라는 것이 기업의 생존 조건으로 선택됐다”며, “완성차업계의 원가절감을 위해 부품업체들이 한 몫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델파이코리아 대표이사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 이 사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아이오와 대학과 웨인주립대학을 거치며 기계공학 박사를 취득하고 미국 IBM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활동했다.
▲ 이대운 델파이코리아 사장. 현재 세계 자동차 업계는 싸고 좋은 제품을 어떻게 생산하느냐라는 것이 최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2003 이석민
그가 자동차와 인연을 맺게 된 건 지난 82년부터다. 미국 빅3 자동차 회사 중 하나인 크라이슬러 엔진개발 엔지니어로 입사한 것. 크라이슬러사에서 2년여 동안 활동하고 있던 그를 세계 10대 자동차 회사로 성장한 현대자동차가 그냥 두고 보지 않을 것은 자명한 일. 84년 귀국과 동시에 현대에 입사한 그는 이후 현대 파워 트레인 연구소 이사, 현대 연구소 전무이사, 현대 R&D 담당 중역을 거치며 국내 자동차 산업 발전에 공헌을 해왔다.
이 사장은 “자동차는 성능과 함께 환경, 안전 등을 동시에 제공해야하는 매우 까다로운 첨단 산업이다”며, “델파이는 자동차업체가 직면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부품을 제공하고 있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델파이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매출은 12억 달러다. 이 중 한국 시장은 일본 및 중국 시장 다음으로 큰 시장. 특히 고유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국내 디젤차 판매가 급성장함에 따라 유로3 기준에 알맞는 델파이의 커먼레일 시스템 공급이 증가, 최고 실적을 올리고 있다. 델파이의 커먼레일은 쌍용차가 곧 내놓을 신개념 SUV에도 전량 적용키로 했다.
이 사장은 “어떻게 하면 한 푼이라도 적은 비용으로 부품을 구입할 것인가를 완성차업체들은 늘 고민하고 있다”며, “따라서 과거엔 완성차업체와 지분 관계에 있던 특정 부품업체들이 혜택을 보았지만 최근엔 그런 일이 없어 델파이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몇 년 전만 해도 현대·기아 납품업체, 대우 납품업체 등으로 나뉘어 특정 자동차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가 다른 자동차에 부품을 판매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지난 2000년 탄생한 르노삼성자동차의 경우가 단적인 예다. 르노삼성은 부품 국산화 비율을 늘리기 위해 실력있는 부품업체들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이미 타 자동차사와 거래하고 있던 부품업체들은 완성차업체의 눈치를 보느라 납품을 거부하기도 한 것. 그러나 최근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이 같은 현상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이 사장은 “델파이가 GM대우와 관련이 깊어 타 자동차사에 납품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은 편견이다”라고 지적하고, “델파이는 이미 GM으로부터 독립한 세계인의 회사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델파이는 심지어 GM에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 국내 부품업계와 경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국내에 일고 있는 반미감정에 대해선 용미론(用美論)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국내 산업에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는 것. 그럼으로 미국을 제대로 이해하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부분은 흡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미국의 저질 문화만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청교도적인 근면하고 정직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국내 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내놓았다.
이 사장은 스스로의 장점에 대해선 “과거 현대자동차 연구소장직을 경험했기 때문에 완성차업체들이 가진 가장 절실한 고민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지난 2001년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교수로 있으며 경영학을 강의한 것이 지금 델파이코리아를 꾸려가는데 큰 힘이 된다”고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