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 오전 7시 20분,
성산동 주민 5명과 아이들 2명이 서울시장이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즉,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에서 시청역까지 시장과 함께 하면서 대화하였습니다. 서울시장은 지하철사고 이후 승객수가 줄자, 한달 동안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 지하철 안에서 성미산 주변의 주민들과 함께 기자들이 시장님 주변에 모였다.
먼저 시장님께 인사를 하며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아이들과 어른들은 초록빛 천으로 만든 간단한 플랭카드를 펼쳐 들었다 )
주민 : 시장님. 저는 마포구 성산동에 사는 주민입니다. 성미산을 아십니까 ?
시장 : 성미산이 어디지요 ?
주민 : 마포구 성산동에 성미산이라는 작은 산이 있습니다.
이곳에 현재 배수지 공사를 강행하려는 서울시와 주민들이 충돌하여
많은 주민들이 부상 당하고 있습니다.
시장 : 그랬어 ? 그런 일이 있었어 ?
주민 : 어제 MBC 등 많은 방송국에서 방송하였습니다. TV를 안 보십니까 ?
배수지 공사를 강행하려는 서울시가 의뢰한 용역이라고 부르는 사람들과
이를 막고자 하는 주민들이 충돌하여 주민 10여명이 다쳐서
병원에 후송되었습니다.
시장 : 그래 ? 그런 일이 있었어 ? 어디서 공사하는데 ? (공사업체를 말함)
주민 : 공사업체는 효림건설입니다.
하지만 공사업체야 서울시의 명령으로 일하는 거 아닙니까 ?
지금 성미산에 하는 공사는 서울시 상수도 본부의 배수지 공사입니다.
그리고 어제 공사강행하는 자리에는
서울시 상수도 사업본부의 유재룡 부장도 나와 있었습니다.
시장 : 주민들이 반대하면 안해야지…. 어떻게 그런 일이 있어 ?
언제부터 공사계획이 있었는데 ?
주민 : 93년도부터 세워진 계획이랍니다.
시장 : 그러면 그 때부터 공사를 계속하려 했단 말이야 ?
그러면 그 때부터 반대해야지. (왜 이제와서 그러느냐는 듯)
(주민들은 2년 전에야 알았는데..)
주민 : 계획은 93년도에 한 것으로 알고 있고, 시행은 2년 전부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서 저희 주민들은 2만여명의 반대 서명을 받아 제출하였습니다.
하지만 상수도 사업본부는 이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시장 : 그래 ? 주민이 반대하면 안해야지…. 내가 마포구청장한테 물어 볼게.
주민 : 구청일이 아닙니다. 시청일입니다.
그리고 배수지와 함께 아파트도 짓는 답니다.
시장 : 배수지 공사이지, 아파트는 아니지 않어 ?
주민 : 아닙니다. 성미산은 한양재단 땅입니다.
서울시가 어떻게 한양재단 땅에다 배수지를 지을 수 있겠습니까 ?
한양재단 측에서 아파트를 짓는 다는 조건으로
배수지 터를 서울시에 기부체납했기 때문 아닙니까 ?
시장 : 알았어. 내가 조사해 볼게.
주민 : 예. 조사해 보십시오. 하지만 지금 바로 해주셔야 하실 일이 있습니다.
오늘도 공사강행하려는 사람과 주민들이 충돌하게 생겼습니다.
우선 공사 중지를 해 주십시오. 그리고 저희들과 면담해 주십시요.
시장 : 알았어. 알았다구….내가 조사해볼게.
그런 것 가지고 여기서 대중들 앞에서 떠들면 되나 ? (시민을 '대중'이라고 표현)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며 ? 쉿 !)
그리고 이런 것을 가지고 애들을 데리고 나오면 되나 ?
(아이한테) 너 여기 왜 왔는 줄 알어 ?
아이 : 성미산을 지키려고요……
시장 : 성미산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데 ?
아이 : ………
시장 : 이런데 나오지 말고 학교에 가서 열심히 공부해라.
어른들 일에 따라 다니지 말고…
주민 : 이 아이들은 성미산 밑에 있는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관계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도 하나의 인격체로서 자기가 사는 공간…….
시장 : (아이한테) 어디서 학교다니지? 학교 가야지.
주민 : 지금 학교가는 길입니다. (아이는 가방을 메고 왔다)
그리고 이 아이 아버지가 어제 다쳤기 때문입니다.
시장 : (아이한테) 아버지가 다쳤냐 ?
아이 : 예. 우리 아빠도 다쳤어요.
주민 : 어제 이렇게 폭력적으로 공사를 강행한 책임자들을 문책해 주십시요.
시장 : .......
시장 : (주민 한 사람씩을 가리키며) 어디 살아요 ?
주민 : 성산동입니다.
시장 : (아이를 가리키며) 너도 성산동 사냐 ? 그럼 왜…… (이 지하철을 탓느냐는 것이다)
아이 : ………. (시간이 흐른다...)
주민 : 출근하면서 시장님을 만나려고 성산동에서 이렇게 나온 것입니다.
그동안 시장님께 수차례 면담요청을 했습니다만, 거절 당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나온 것이 아닙니까 ? 시장님, 면담해 주십시오.
물리적인 해결은 안됩니다. 면담해서 대화로 해결합시다.
시장 : 알았어. 그만큼 얘기했으면 알았어. 내가 조사해 보라고 할께.
근데, 결국 배수지를 짓지 말라는 거 아냐 ?
주민 : 배수지를 짓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성미산을 파괴하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시장 : 그럼 무슨 방법이 있지 ? 어디 말해 봐 ? 말해 보라구.
주민 : 작은 산에다 배수지를 짓는 방법말고도 배수탑 방식도 있고,
지상에 지어서 가압식으로 밀어 내는 방법도 있잖습니까 ?
시장 : 그거야 담당 전문가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자네들이 이렇게…대중들 앞에서...안그래 ?
주민 : 저희들도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주민과 기관이 함께하는 협의기구를 만들자는 것이 아닙니까 ?
그동안 수차례 면담과 협의기구를 요청했습니다만,
아랫 사람들에 의해서 Cutting 당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시장님에게 직접 요청하고 있는 것입니다. 면담을 받아 주십시오.
시장 : 알았어. 알았다구. 내가 연락할께.
그런데, 평지에다 지으면 당신들하고는 상관없는 거 아냐 ?
주민 : (이렇게 논의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런 논의를 아까 말씀드린 협의기구에서 논의하자는 것입니다.
주민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협의기구를 만들어 주십시요.
그리고 면담을 다음 주내로 해주십시요.
시장 : 알았어. 알았다니까……
출근하는 다른 대중들도 있는데 여기서 떠들면 되나 ?
(연신 쉿 ! 하면서 지하철을 탄 시민들을 본다. 동의를 구하는 것처럼...)
시민 :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이 나서면서) 나도 알아야 뭐라고 할꺼 아냐 ?
주민 : (얼른 우리의 자료를 그 시민에게 준다)
주민 : 여기 그동안 시장님에게 요구한 면담요청과
배수지 공사 관련된 자료가 여기 있습니다. 자료를 받아 보시고 검토해 주십시오.
시장 : ………(시간이 없다. 누군가가 보좌관에게 주라고 한다)
주민 : 그럼, 보좌관에게 주겠습니다.
자료를 보시면 우리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수 있습니다.
시장님 면담을 받아 주십시오.
저희들도 서울시민이고 상수도 본부는 서울시 산하 기관이니 시장님이
중재하셔야 됩니다.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시장님 뿐입니다.
시장 : 알았어. 내가 조사해서 다음 주내로 연락할께.
(지하철이 내릴 때가 되었나 보다, 문이 열린다)
보좌관 : (차에서 내리면서) 이거 전임 시장 때 일 아니예요 ?
주민 : 맞습니다. 전임 시장 때부터 시작된 일입니다.
(큰소리로)하지만 지금 시장님은 환경 시장님 아니십니까 ?
우리는 서울 시장님을 환경 시장님으로 믿고 있습니다.
청계천도 살리는데 있는 산을 죽여서는 안되지 않습니까.
시장 : (통로로 빠르게 걸어 가면서) 어디다가 면담 신청했는데 ?
주민 : 관련부서에도 했고, 서울시 인터넷에도 수없이 올렸습니다.
시장님 이름으로 답변된 자료들이 거기 다 있습니다.
이 일은 시장님만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실 수 있습니다.
제발 면담을 들어 주십시오.
(지하철 개찰구를 빠져 나오니 사람들이 없다)
주민 : 시장님 꼭 연락 주십시오 ! 그리고 지금 공사를 중단시켜 주십시오 !
사람들이 많이 다치고 있습니다.
시장 : (큰소리로) 알았어! 알았다니깐 !
그만큼 얘기했으면 무슨 일인지 내가 잘 안단 말이야 !
주민 : 좋습니다. 시장님을 믿겠습니다.
출근시간에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꼭 면담해 주십시오.
(시장이 주민들 하나하나 악수한다. 그러다가..)
시장 : 큰소리로 얘기하고 그러지 말아요. 큰소리로.. '대중'들 앞에서..
(주민들 뭔가 이야기하자..)
시장 : 알았어. 내가 연락할게. 그만해 ! 이렇게 애들까지 데리고….
(시청 쪽 통로로 빠르게 걸어 간다)
주민 : (시장의 뒤에서 큰소리로) 아버지가 다쳤는데 가만 있습니까 ?
시장님은 멈칫하며 돌아서려다가 그냥 빠져 나간다.
주민들은 할 말은 많지만 면담에 대해서 동의한 시장님을 믿고
지하철 출구로 나가는 통로에서 잠시 멍청하게 서 있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이렇게 서 있으면 어떻게 ?" 하는 소리에 정신이 퍼뜩 든다.
'맞아. 어떻게 얻은 시장과의 대화 기회인데, 한가지라도 더 말해야지 !'
시장님을 찾는다. 하지만 이미 시장님은 사라진 뒤였다.
우리는 허탈한 마음을 시장님이 약속한 '주민이 반대하면 안해야지'라는 말과
몇번이나 약속한 다음주 내의 면담약속을 굳게 믿으면서
시청앞에서 우리가 가지고 간 플랭카드를 들고 서있는 것으로 마음을 달랬다.
우리는 믿는다.
서울 시장님이 몇번이고 확인하신
'이번주내로 시장과의 면담'과 '주민이 반대하면 안하신다'는 말씀을…….
3월 14일 서울시장과 지하철 대화를 한 주민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