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개개인 자유운영 온라인 사이트 컬럼ㆍ일기ㆍ기사 올려 사이버 여론 형성 국익에 치우친 서구언론과 다른 진실 담아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본격적인 지상전으로 이어지면서 이라크군은 물론 현지 민간인과 미군측의 사상자들이 늘어가는 가운데, 네티즌 개개인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온라인 사이트 `블로그`(blogs)가 전쟁의 물결에 휩쓸린 개개인의 삶과 의식을 전세계에 보여주는 새로운 매체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블로그를 통해, 참전 군인의 가족들은 혈육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어두운 공포를, 이라크인들은 융단폭격을 맞고 있는 바그다드에서의 절박한 삶의 모습을, 반전운동가들은 시민들을 거리의 시위로 이끌어내기 위한 강렬한 메시지들을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생생한 사진과 함께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전세계 네티즌들에게 곧장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블로그란 인터넷을 의미하는 `웹(Web)과 항해일지를 뜻하는 `로그(logs)가 합쳐진 IT신조어로, 네티즌들이 자유롭게 컬럼과 일기ㆍ취재기사 등을 올려 사이버공간에서 여론을 형성하는 일종의 온라인 뉴스 사이트를 말한다.
블로그는 HTML언어를 배우거나 홈페이지 저작도구의 사용법을 익힐 필요 없이 관련 소프트웨어만 설치하면 누구나 손쉽게 운영할 수 있는 이점으로 인해 이같이 인터넷 세계에서 기반을 점점 넓혀왔으며, 이제 이라크 전쟁이라는 특별한 상황을 맞아 전쟁의 실상을 보다 사람들의 피부에 와닿게 전달하는 새로운 매체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미국 로체스터 공과대학 정보기술학부의 엘리자베스 롤리 조교수는 "블로그는 이라크 전쟁을 훨씬 더 인간적인 눈으로 보게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롤리는 "베트남 전쟁 때 TV가 사람들의 전쟁을 보는 눈을 바꿔놓았던 것처럼,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는 블로그가 그같은 역할을 해내고 있다"며 "사람들은 이전의 전쟁 때는 신문 독자란이나 흥미위주의 가십 기사들을 읽고 이를 바탕으로 전쟁에 대한 태도를 형성했으나, 이제는 인터넷에 접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이 블로그를 통해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교감하거나 전쟁터의 삶의 단면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블로그는 우리 일상의 토론 공간을 전세계적인 의사소통의 장으로 확장해 줬다"고 평가했다.
각 블로그가 다른 웹페이지에 링크되는 횟수를 통해 블로그의 인기를 평가하는 테크노라티(Technorati)에 따르면, 이라크 전쟁 발발 이후 전쟁 관련 내용을 담은 블로그들의 인기가 급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쟁에 관한 블로그들을 모은 워블로깅닷컴(Warbloging.com)의 경우 전쟁 시작 전에는 방문객 수가 하루 3000~6000명에 불과했으나, 개전 후에는 매일 전세계로부터 수십만명이 몰려들고 있는 실정이다.
개개인의 눈으로 본 전쟁의 참상을 담은 블로그들은 다분히 국익에 치우친 느낌을 주고 있는 서구 주류언론의 보도와는 또다른 전쟁의 진실을 전해주고 있다는 것이 네티즌들의 시각이다.
미국 뉴욕의 한 네티즌은 "전쟁이 처음 시작됐을 때는 마치 저 멀리서 한판 불꽃놀이가 벌어지는 듯 한 느낌이었지만, 블로그를 통해 현지인들의 삶을 접하고는 사람을 죽이는 전쟁을 즐길 수 없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택사스주 알링턴의 한 대학생도 "이제 나는 미국 언론의 전쟁 보도를 해외 매체나 블로그들보다 신뢰할 수 없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언론학을 강의하는 폴 그래보위츠(Paul Grabowicz) 교수는 "비주류 뉴스원으로 시작된 블로그들이 지난 수년간 주류로 이동함에 따라, 이제 블로그와 주류 언론의 관계는 상호 보완적인 것으로 바뀌었다"며 "매체들은 블로그를, 블로그 또한 매체를 서로 참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