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주의는 이라크전의 첫 번째 사상자다.”
민주주의가 미국에서 다시 위협받고 있다. 요즘 미국에서는 반전 의사를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는 분위기다. 소신껏 반전을 외쳤 다가는 사회적으로 조롱받고 직장에서 낭패와 좌절을 겪거나 체 포와 구금을 당하는 일이 다반사로 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까지 미전역에서 반전시위를 하다 체포된 사람은 노벨수상 자 2명을 포함, 1500명을 넘어섰다. 당국은 시위자가 사전 집회 허락을 받지 않았다거나 무단침입을 했다는 이유로 현장에서 곧 바로 수갑을 채워 연행해 갔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27일 ‘매카시 악령’이란 기사에서 “미 국에서 1950년대 미사회를 황폐화시켰던 반공산주의 선동정치 열 풍인 매카시즘의 악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면서 “문제는 반전주 의자에 대한 미당국의 탄압이 우발적 혹은 산발적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경찰과 방송사등 공권력의 비호 아래 사전에 철저히 계 획돼 조직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파 성향의 폭스TV는 “반전시위는 테러”라고 주장, 여론을 호 도하고 있다. 반전입장인 9·11테러 희생자 가족들은 학교등에서 연설하는 것이 금지되고 있다. 조지 W 부시대통령과 가까운 사 이인 클리어 태널 커뮤니케이션이 운영하는 한 라디오방송은 전 쟁촉구 집회를 주도하고 있다. 반전구호를 외친 미여성 밴드 딕 시 칙스의 CD가 반전집회에서 폭도들에 의해 짓밟히는등 반전 연예 인들도 규탄 대상에 올랐다.
이러한 현상은 패거리 집단과 공권력의 공생관계에서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식으로 기존 법들은 당국이 대중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는 법적 얼개가 되고 있다 는 것이다.
부시행정부는 ‘유공자법(PA), 자유방어작전(OLS)’이란 이름으 로 감시망의 범위를 확대, 시민들을 도청하고 특정 국가에서 온 난민들에 대한 수용시설 구류를 무기한 허용하고 있다. 미연방수 사국(FBI)이 미군에 유리한 정보를 얻기 위해 실시한 미국내 이 라크인 심문 대상자는 6700명에 달하고 있다. 미시민단체들은 이 들이 테러 관련자들의 신분을 감시할 수 있게 한 새 국내보안강화 법안(DSE) 때문에 정보자유법(FIA)으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당국이 인터넷 공급자와 도서관측 등에 이들이 주로 빌려보는 책과 자주 들르는 웹사이트에 관한 자료까지 제출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반테러 안보와는 무관한, ‘이민 말살 정책’이 라는 지적도 있다. 당국의 조치에 가장 취약한 사람은 아랍계인 을 비롯한 유색인종들. 잠재적 테러국가로 간주된 나라에서 온 이민과 시민권이 없는 사람들은 이민국의 1차등록대상이며 지문 날인과 사진촬영까지 강요받고 있다. 취업비자를 얻지 못한 불법 노동자들은 기계적으로 체포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우 리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라고 말한대로 “당국의 방침을 따르 지 않는 사람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누구나 적”이라는 이분법적 논리가 통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테러리즘은 ‘제2의 공산주의’가 되고 있고 이라크전 의 희생자의 주검이 도착하기도 전에 전쟁은 이미 본토에서 불붙 고 있다는 것이다.
윤성혜기자 shyoon@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