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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쿠지로의 여름' 등 일본 영화 3편

 
영화는 물론 감독의 명성에 끌려 꼼꼼히 본 부록까지 만족스러웠던 일본 영화 3편을 소개한다.
'기쿠지로의 여름'(전체)은 아홉살 소년과 야쿠자 출신 아저씨의 여름 여행을 그린 서정적인 드라마다. 감독 기타노 다케시의 이전 작품이 지닌 폭력성과는 거리가 먼 따뜻한 영화여서 감독의 설명을 기대했다.

인터뷰와 메이킹 필름에서 본 다케시 감독은 교통 사고 후유증으로 눈과 입술이 제멋대로 불안정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연출 방향만은 확고했다. "이제껏 해보지 않은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고 그래서 영화 스타일도 바꾸었다.

이번 영화는 내 이력서를 다시 쓰는 기분을 들게 한다. 밝은 곳으로 찾아간다는 것이 내 안의 기분 아닐까." 연기 경험 없는 아이를 데리고 땀을 뻘뻘 흘리며 연기하고 연출하는 다케시에게 연신 부채질해주는 젊은 스태프는 아주 황송하다는 표정이다.

올초 72세로 생을 마감한 후카사쿠 긴지의 유작 '배틀 로얄'(18세)은 논란이 많았던 작품이다. 42명의 중학생이 단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생존 게임을 벌인다는 내용이나, 피를 분수처럼 내뿜으며 죽는 모습 등 표현 수위가 대담하다.

제작 다큐멘터리에서 본 긴지 감독은 백발이지만 다부진 체격, 소매 없는 운동복과 선글라스 차림의 젊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자신의 70회 생일 잔치를 마련해 준 어린 배우들과 힘겨루기도 하며 60번째 연출작에 땀을 쏟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교사로 출연한 기타노 다케시도 "긴지 감독 작품이라 기쁘게 출연했다"고 고백한다.

소녀의 기이한 모험담을 그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전체)은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상을 받았다. 제작 다큐멘터리를 보면 세계적인 애니 작가 하야오의 창작 비밀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반경 3km 이내에서 모델을 찾는다"는 하야오 감독. 여주인공 캐릭터는 친구의 열살난 딸을 모델로 했는데, 소녀의 어머니가 영화를 보고난 후 "내 딸의 모든 것을 관찰했군요!"라고 감탄했다고 한다.

무명의 아줌마 가수 기마무라 유미가 노래한 '언제나 몇 번이라도'를 주제곡으로 쓰게된 사연도 뭉클하다. 하야오 감독은 작은 인연도 소흘히 하지않는 따뜻한 감성의 소유자인 것같다. 타고난 재능, 남다른 열정, 완벽 추구, 따뜻한 인간미까지, 영화 감독에게 필요한 미덕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옥선희 DVD 칼럼니스트 oksunnym@hanmail.net


블루베리
2003-03-29 14: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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