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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은 정말 무섭다 ”

 


점심시간이다.
아이들이 다 운동장에 나가고 나 혼자 유리창 가에 앉아 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하늘이 눈이 시리게 푸르다.

강 건너 마을 뒷산에 작년에피었던 매화꽃이 하얗게 피어나고, 강가에는 새 풀잎들이 돋아나며 강물을연초록으로 물들인다.

운동장에 포탄 쏟아진다면
운동장 가에 있는 아름드리 벚나무 가지끝마다 꽃망울들이 곧 터질 것 같다.

딱따구리가 썩은 나무를 쪼는지 따르르르따르르르 경쾌한 소리가 내 마음을 자꾸 흔든다.

봄이 온 것이다.

따사로운 봄볕 아래 우리 반 지훈이, 희성이, 은주, 수연이, 정현이, 슬기,형호가 공을 차고 있다.

축구공에 서투른 아이들은 공의 방향과 공의 속도를가늠하지 못해 헛발질을 하고, 넘어지고, 웃다가 무슨 일인지 공 차는 일을 뒷전에두고 둥그렇게 모여 있다.

아이들은 공차기가 질렸는지 땅에다가 선을 긋는다.

땅따먹기를 할 생각인가 보다.

아이들이 뛰노는 저곳에 지금 폭탄이 비 오듯쏟아지고 총알이 날아들고, 장갑차가 지나간다.

하늘이 찢어지고, 화염에 휩싸인채 나무들이 쓰러지고, 아직 피지 못한 꽃잎이 모래 바람 속에 흩어지고 아이들이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다.

어머니가 뛰어와 피범벅이 된 채 쓰러진 아이들을보듬어 안고 울부짖고, 아이들이 겁먹은 눈으로 도망간다.

비행기 소리, 포탄터지는 소리, 총 소리, 찢어지는 비명소리, 나는 정신이 퍼뜩 든다.

요즘은 나는 늘 이렇게 생각과 풍경이 뚝뚝 끊겨 멍해지고, 불바다가 되는바그다드 거리 모래 바람 속의 아비규환이 떠오른다.

아이들과 노래를 부르다가도,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다가도, 떠든다고 나에게 핀잔을 들으면서도 천진하게 웃는형호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도 문득문득 생각이 끊기고, 먼 길을 걸어 홀로집에 가는 희성이의 등을 바라보다가도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본 이라크 아이들의공포에 질린 눈과, 죽어 쓰러진 아이들의 얼굴, 부모를 잃고, 형제를 잃고, 친구를잃고, 손과 발을 잃고, 집과 학교를 잃고,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고, 병들어허덕이는 어린이들의 신음소리와 공포에 질린 모습들이 자꾸만 떠오르는 것이다.

전쟁이 일어난 그 이튿날 우리 반 수연이가 ‘이라크 전쟁’이라는 제목의 이런일기를 써왔다.

“오늘 11시 30분에 미국과 이라크가 전쟁을 하였다.

폭탄이떨어질 때 가슴이 떨렸다.

뉴스에서 다 보여 주었다.

전쟁은 정말 무섭다.

그런데전쟁은 왜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나는 전쟁을 안 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아무런 죄가 없다
운동장에서 놀던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와옹기종기 모여 빨간색, 노란색, 분홍색, 초록색, 파란색 색종이로 꽃과 나비와새를 만든다.

울긋불긋 색종이들이 아이들의 여러 가지 표정과 몸짓과 어울려평화로운 그림을 그려낸다.

오! 저 평화로운 아이들의 세상에 누가 포탄을쏘아대는가.

저 아름다운 얼굴에 누가 미사일을 쏘는가.

아이들은 죄가 없다.

아이들은 힘이 없다.

저 아이들에게서 누가 부모를 빼앗아가고 저 아이들에게서누가 동생과 집과 학교와 동무들을 빼앗아 가고 목숨을 빼앗는가.

아이들의 얼굴에총 쏘지 마라.

저 아이들을 죽이는 포탄 쏘지 마라.

김용택 시인·교사


written by (guy2002)
2003-03-31 21:51:15
512 번 읽음
  총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1. 하루웬종일 '03.4.1 9:10 AM 신고
    :-D*전쟁에 죽음에 살육에 맛이들린 악마의 앞잡이 미X ↓댓글에댓글
  2. 2. 청향초 '03.4.1 7:58 AM 신고
    :-D*국지전은 인류 역사상 10년을 주기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그러한 국지전을 주도한 국가는 모든 분들이 잘 아시리라 봅니다. ↓댓글에댓글
  3. 3. 오리발 '03.3.31 9:55 PM 신고
    :-D*과연 인류는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인가? ↓댓글에댓글
  4. 4. 주홍이^^~♡ '03.3.31 9:59 PM 신고
    :-D*으음.. 전쟁의 악순환?은 계속 될것 같습니다. ↓댓글에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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