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경유승용차 시판과 경차규격 확대 등 자동차와 관련된 두가지 중요한 정책에 대한정부방침이 확정됐다.
이들 두 사안은 한국의 자동차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수도 있는 사안이어서 국내 자동차업계는 물론이고 해외 자동차 업계와 일반국민들까지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경유 승용차 시판 문제는 업체들간의 이해대립과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겹쳐 정부 방침 확정에도 불구하고 제도화 과정에서치열한 논란이 예상된다.
경유 승용차 문제를 집중 점검해봤다.
편집자 ■ 거추장스러워진 보호막 현행 법규 어디에도 경유 승용차의 시판을 금지한 규정은 없다.
따라서 제작사가휘발유 승용차나 경유 화물차를 생산할 때와 마찬가지로 경유 승용차도 차량제작에 관련된 각종 법규만 지켜서 만들면 얼마든지 시판이 가능하다.
문제는 경유사용 승용차에 적용되는 배기가스 배출허용기준이 현실적으로충족시키기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탄화수소(HC)를 예로 들면 1㎞ 주행에0.01g이하를 배출하도록 돼 있는데, 이는 대기환경기준이 엄격한 유럽연합의 현행기준치(0.56g/㎞)보다 56배나 높다.
이처럼 비현실적인 기준은 대기환경을위해서라기보다 자동차업계를 위해 만들어졌다.
경유 승용차 기술이 발전된유럽으로부터 경유 승용차가 수입되는 것을 막아 국내 자동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한일종의 무역장벽으로 마련된 장치인 것이다.
배출 허용 기준이라는 보호막은 국내자동차업체들이 뒤늦게 경유 승용차 개발에 나서 유럽에 수출하는 수준에까지오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자동차 업체들이 경유 승용차 생산 능력을 갖춘순간부터 보호막은 자동차 업체들에게 거추장스런 장애물이 됐다.
■ 수출경쟁력이냐 환경보호냐 자동차업체들은 “경유 승용차가 수출 경쟁력을 갖추려면 내수기반이 있어야한다”는 논리로 정부에 배출 허용 기준을 유럽수준으로 현실화해 경유 승용차의국내 시판이 가능하게 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시판 허용 시기와 방법등 각론에서는 업체들끼리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미 경유 승용차를 개발해 유럽에수출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2004년부터 우선 유로3(현행 유럽연합 배출가스기준)에 적합한 경유 승용차의 시판을 허용하라고 주장한 반면, 경유 승용차개발이 늦은 지엠대우차와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 나머지 3개사는 유로3 단계를거치지 않고 2006년부터 유로4(2006년 시행예정 유럽연합 배출가스 기준)를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엠대우차 등이 시판 시기를 늦추려고 하는 것은선발업체인 현대·기아차의 시장 선점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경유 화물차만으로도 미세먼지(PM) 농도가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을 정도로 대기오염이 심각한상태에서 경유 승용차까지 시판할 경우 대기오염도가 급격히 높아질 것이라며반대해왔다.
■ 경유차환경위 합의로 가닥 자동차업계와 환경단체가 정부를 가운데 두고 벌이던 경유 승용차 논란은 지난2월 환경단체들의 의외의 양보로 해결의 전기를 잡게 됐다.
환경단체·전문가들로구성된 경유차환경위원회에서 환경단체들이 경유 승용차의 급속한 보급에 따른대기환경 오염을 막기 위한 몇가지 안전장치 마련을 전제로 2005년부터 유로3,2006년부터 유로4 차량의 시판을 허용한다는 데 합의해준 것이다.
환경단체들이내건 주요한 전제는 △경유의 가격을 2006년까지 휘발유 값의 85%선까지상향조정하며 △2005년 시판되는 경유 승용차의 50%는 유로4 차량이 되도록판매쿼터제를 도입하고 △매연저감장치의 부착을 의무화하는 것 등이다.
2005년부터 경유 승용차 시판을 허용하기로 한 지난달 27일 청와대경제정책조정회의의 결정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날 결정된 정부방침은 ‘2005년 유로3, 2006년 유로4 적용’이라는 경유차환경위의 2월 합의를수용하는 듯하면서도 환경단체가 내건 판매쿼터제 도입, 매연저감장치 의무부착등의 전제 조건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 논란 다시 지핀 정부 결정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는 2002년 7월 현재 100:56 수준인 휘발유와 경유의상대가격을 2006년까지 100:85로 맞추기로 한 전제 조건만 “경유 승용차 판매추이를 살펴가면서 2005년 중 검토한다”는 것으로 바뀌어 언급됐다.
하지만 일단시판을 허용해 준 뒤에 가격조정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환경단체들의 판단이다.
일단 생산·시판에 들어간 뒤에는 문제가 있어도 생산설비투자 손실과 관련 부품업계 타격, 차량 구입계약을 맺은 소비자들의 피해 등을제기하는 업체에 맞서 생산중단 등의 극단적 조처를 취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환경정의시민연대 등 환경단체들은 경유차환경위의 전제조건이 배제된 경유 승용차시판은 강력히 저지하기로 해 올 상반기중 끝내기로 한 대기환경보전법시행규칙개정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예정대로 배출허용기준이 변경돼 2005년부터 경유 승용차 시판이 허용되면현대·기아차가 최소한 1년 동안은 경유 승용차 시장을 독식할 것으로 보인다.
지엠대우차를 비롯한 나머지 업체들이 2005년 1년 동안 판매하기 위해 유로3 기준경유 승용차를 만드는 것은 실익이 없을 뿐아니라 2006년 유로4 대비를 위해서도유로3은 포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머지 업체들이 정부 결정에 대해특정업체를 위한 것이라며 불만을 감추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