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서점업계 '밥그릇 챙기기'에 소비자는 '실종'
[inews24 2003-04-04 17:27:07]
"책값 과열경쟁이 학술·문예 등 고급서적 출간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말은 왜 하는데요. 그냥 기존 오프라인 서점들이 문닫고 데모해서 무마시키려 한다고 하세요"
문화관광부 게시판에 올라온 한 소비자의 글이다. 문화부가 도서정가제와 '출판된 간행물의 유통질서에 관한 고시(가칭 이하 경품고시)' 를 만들면서 소비자보다 업계 이익을 우선했다고 꼬집고 있는 것.
신간 할인판매를 금지하고 인터넷서점 할인율과 마일리지를 10%와 2%로 규제한 도서정가제나 경품고시가 서점들 배만 불리고 서민들을 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올들어 각종 책값과 참고서 가격이 적게는 30% 많게는 60%까지 올랐지만 정가제로 할인판매가 금지되면서 서민들의 책값 부담은 더욱 늘었다.
소비자가 떠안을 부담이 큰 데도 법 제정과 시행에서 정부나 업계가 하는 걸 보면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다. 그렇다고 그럴싸한 명분이나 실리로 소비자를 설득한 것도 아니다.
정부는 표면적으로 "인터넷서점의 과도한 할인경쟁이 출판유통 시장을 교란하고 학술 등 고급서적 출간을 위축시킨다"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인터넷서점의 등장으로 가격경쟁력을 잃은 오프라인 서점업계 주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오프라인 서점들은 한술 더 떠 문화부에 마일리지 규제를 요구하며 임시휴업 가두시위 등 실력행사를 벌여 이를 관철시켰다.
'밥그릇 챙기기' 집단행동은 이 뿐만은 아니다. 얼마전에는 교보문고 부산 진출을 저지하려는 지역 서점연합이 집단 시위를 했다가 정부로부터 시정조치를 받기도 했다.
정가제 반대에 보조를 맞추던 인터넷서점들도 경품고시를 놓고는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고 있다. 경품고시를 반대하는 몇 개 업체가 정부에 제출한 건의서에는 예스24 인터넷교보 리브로 등의 이름이 빠져있다.
어제만 해도 '협의회' 이름으로 모닝365 인터파크북파크 알라딘과 보조를 맞추던 이들은 오늘은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장 떨어질 시장점유율과 매출을 놓고 주판알 튕기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마일리지마저 규제되면 신간의 경우 인터넷에서 구입해도 할인폭은 12%를 넘을 수 없게 된다. 불과 두달전에 30%대에 달했던 할인율과 비교하면 사실상 책값이 20%나 오른 셈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환경에 신학기를 맞아 각 가정에서 나갈 책값이 만만찮게 된 셈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작 가장 먼저 고려돼야할 소비자는 안중에 없고 정부도 업계도 시장질서가 어떻고 자율경쟁이 어떻고 하는 구호만 남발하고 있다.
애초에 정가판매를 강제하는 '도서정가제' 자체가 소비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법이긴 해도 갈수록 시장비용을 고객에게 떠넘기고 있는 서점시장에 진정 고객에 대한 '고민'이 있기나 한 건지 되묻고 싶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