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16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2000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한일전이 열릴 예정이다. 지난 월드컵을 동시에 개최하고 아시아를 대표하는 팀임에도 불구하고 2년 4개월 만에 두 팀이 오랜만에 맞상대를 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3일 전국 하나은행을 통해 판매한 경기입장권이 판매 5시간 만에 완전 매진되었고,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축구팬들의 문의전화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당초 1인당 4매씩 판매하겠다고 했던 하나은행과 대한축구협회의 원칙이 깨지면서, 일부에게 입장권이 매점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문제는 이들의 입장권이 경기 관람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암거래를 통해 장사를 하려는 속셈이라는 데 있다.
관람목적 아닌 장사목적으로 구입해
현재 축구관련 카페나 게시판에는 많은 입장권을 구입한 사람들이 기준 가격보다 작게는 두 배에서 많게는 3배 이상까지 높은 가격으로 거래하고 있다. 특히, 붉은 악마 응원단이 모여 응원을 하도록 마련된 경기장 북쪽 응원석의 경우는 부르는 게 값이다. 그런데, 이러한 암거래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학생들로, 축구에 대한 왜곡된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암거래를 하겠다는 게시를 올려놓은 사람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을 대학 2학년이라고 소개하면서 자신도 경기를 관람하러 가지만, 자신의 입장료를 충당하고 기왕이면 돈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로 생각해 판매 당일 하나은행의 각 지점을 돌면서 20여장을 구입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또 자신은 지난 월드컵과 대표팀의 경기에서 몇 차례의 이러한 경험이 있으며, 높은 가격을 제시해도 사겠다는 사람은 다 사고 있다고 말하면서, 현재는 과거보다 이러한 목적으로 입장권을 대량 구입해 놓는 사람이 훨씬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사기많고 축구외면으로까지 이어져
이러한 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 수요자가 있기 때문이고, 또 만약 다 팔지 못할 경우에는 경기 하루 전날까지만 환불하면, 전액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의 관계자는 구입하는 사람들의 구입목적을 알기 힘들고, 여러 지점을 통해 나눠서 구입하고 있는 것을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들의 피해는 순수하게 축구를 사랑하는 축구팬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는데, 특히 높은 가격의 암거래라도 꼭 경기장을 찾겠다는 많은 사람들 중에는 인터넷을 통해서 사기를 당하는 사례까지 있어 이중의 피해를 입고 있고, 축구에 대한 외면까지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구조적인 해결책 없나?
월드컵 당시에도 입장권에 관람자의 실명제를 통해 입장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암거래를 막겠다고 했으나 관람객의 편의를 고려해야한다고 이러한 방식이 거의 유명무실했던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암거래의 단속 없이는 일반인들의 피해뿐만 아니라, 축구의 발전까지도 저해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리고 현재의 이러한 암거래가 과거의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아가고 있다는 데, 축구협회는 물론이고 경찰 당국이 초점을 맞춰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팬들의 자정과 축구협회의 원칙을 지켜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겠다.
한편, 4월 16일 오후 7시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한일전에 참가할 선수명단은 오는 13일께 발표될 예정이며, A매치 데이가 아닌 날 열리기 때문에 설기현, 이영표 등의 유럽파 선수들의 참가는 불가능하고, 주로 K리그에서 뛰고 있는 국내파 선수들과 안정환, 최용수 등의 J리그 선수 그리고, 독일 분데스리가 빌레펠트에서 뛰고 있는 차두리 정도가 포함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