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대한 불신은 ‘부실 수사’와 ‘눈치보기 수사’에서 비롯된다. 사건의 실체는 결국 하나인데도 통치권자나 정치권의 입맛에 맞춰 수사 결과가 왜곡되는 사례가 되풀이되면서 검찰은 심각한 불신에 직면해 있다.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는 이유도 수사보다는 정치권의 의중을 먼저 살피는 잘못된 습성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의 불신은 누구를 탓할 필요도 없이 검찰이 자초한 것이다.

검찰이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의혹에 대해 재수사에 착수하는 것을 보면서 과거의 부실 수사 악몽에 또다시 휘말리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서 해본 얘기다. 사실 나라종금 사건은 정치권 로비 여부를 둘러싼 의혹이 수없이 제기됐음에도 검찰은 줄곧 “로비는 없었다”고 자신해왔다.

수사 역시 최고의 수사력을 자랑하는 대검 중수부가 맡았고 제기된 의혹마다 이전 수사팀은 자신 있게 해명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씨와 염동연씨의 2억5000만원 수수설에 대해서는 “줬다는 사람은 있는데 물증이 없다”고 밝혔고 보성그룹 김호준 전 회장의 비자금 230억원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주식투자자금 내역서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또 일부 돈 받은 사실이 드러난 인사들에 대해서는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법처리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새로 바뀐 수사팀이 재수사에 착수함으로써 이전 수사팀의 수사 결과는 부실 수사 여부를 심판받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미 검찰이 “물증이 없다”고 밝혔던 안씨와 염씨의 자금수수 여부는 변호인 측에서 사실을 시인함으로써 검찰 발표의 신뢰성에 흠집이 생겼다.

물론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했다는 사실만으로 이전 수사팀의 부실 수사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재수사는 ‘새로운 결론’을 만들어내야 하는 부담을 갖는다.

만약 재수사 결과 달라질 게 없다고 확신할 수 있는 상황에서 “나를 의식하지 말라”는 노 대통령의 말에 재수사에 나섰다면 이 또한 통치권자의 눈치보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검찰은 이래 저래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출발부터 모양새가 일그러진 이번 재수사를 통해 검찰이 얼마나 명쾌한 결론을 도출해 의혹을 해소하고 국민의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