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부처를 비롯한 정부기관 홈페이지의 게시판 실명제 도입 방침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정작 대기업들의 경우 게시판 자체를 운영하지 않아 ‘고객의 소리’를 원천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6일, 대국민 고객서비스가 많은 유·무선 통신사업자와 통신기기 제조업체 인터넷 홈페이지를 조사한 결과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인 하나로통신과 LG전자 정도가 홈페이지에 공개적인 ‘고객의 소리’ 코너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KT와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전화회사, 삼성전자 등은 고객의 소리 또는 자유게시판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객의 소리가 없다=지난 2월 말 현재 전화가입자 2326만명,초고속인터넷 가입자 512만명에 이르는 KT(www.kt.co.kr)는 고객 서비스를 하는 렛츠114(Let’s 114),메가패스,한미르 등 30여개의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나 공개 게시판은 없고 FAQ,질문하기 등 제한적 의견수렴 코너만 있을 뿐이다.
이동전화회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2월말 현재 고객이 1749만명에 달하는 SK텔레콤(www.sktelecom.com)은 포털사이트 네이트(Nate),모바일신용카드 모네타(Moneta) 등 20여개를 서비스하고 있으나 고객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이메일 등으로 제한돼 있다.
1033만명 고객을 가진 KTF(www.ktf.co.kr)는 여성전용 드라마,모바일커머스 등 13개 가량 사이트를 운영중이다. 그러나 한 고객은 “불만있는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면 답장을 안준다”고 꼬집었다.
LG텔레콤(www.lg019.co.kr)과 카이(Khai) 등 6개 관련 사이트 역시 500만 고객의 소리를 담아내는데 소극적이었고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 삼성전자(www.sec.co.kr)도 완전 실명을 요구하는 이메일 문의 코너 정도가 있을 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기관과는 달리 잘못된 정보나 음해성 글이 기업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어 게시판 운영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며 “이메일,전화,Q&A 등의 방법을 통해 고객의 불만사항 등을 수렴하고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은 왕이다=통신업계중 고객의 소리를 적극 수용하는 기업으로는 하나로통신(www.hanaro.com)과 LG전자(www.lge.co.kr)가 꼽힌다.
2월말 현재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293만명을 확보하고 있는 하나로통신은 지난 2001년 11월 오픈 이래 지금까지 15만건에 육박하는 고객의 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고객의 의견과 불만에 대해서는 전국의 120개 고객센터에서 3시간 이내에 답변토록 하는 등 고객 최우선 서비스를 하고 있다.
LG전자도 고객의 게시판을 운영하면서 채팅상담,칭찬마당,제안마당,‘이건 불편했어요’ 등 인터넷상의 고객의견 수렴창구를 마련해 놓고 있다.
하나로통신 고객상담실 관계자는 “당초 사내 이견이 없지 않았으나 네티즌들은 자체 게시판이 없으면 모든 인터넷 게시판을 돌아다니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역효과가 크다는 판단에 따라 공개 게시판을 운영키로 했다”며 “전국 고객센터에서 답변을 책임지다보니 직원들의 고객 서비스 정신이 향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