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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역습이 시작 되나

 
잠깐 바둑 얘기 하나. 1986년의 일이다.

당시 최다상금으로 국내 1위 기전이던 왕위전 결승 7번기가 열렸다.

챔피언은 2년 뒤인 제1회 응창기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최강으로 떠오르게 될 조훈현 9단. 그리고 도전자는 ‘잡초’ 서봉수 9단이었다.

바둑은 흑과 백이 있어 번갈아가며 둔다.

먼저 두는 쪽이 크게 유리하기 때문에 흑에게는 덤을 공제한다.

대부분 프로기사들은 덤(당시 5집반)이 있다 해도 대부분 흑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덤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게 현추세다.

바로 86년 이 왕위전 결승에서 한국바둑사에 길이 남을 ‘백번필승’의 신화가 나왔다.

조왕위와 서9단이 모두 백번일 때 먼저 백을 잡은 조왕위가 4승3패로 타이틀을 방어했다.

둘은 80년 왕위전(5번기)에서도 백번필승으로 조9단이 왕위타이틀을 따낸 바 있는데 백번필승(흑번필패)은 한국기원 창립 이래 이 두 번이 전부다.

다시 농구얘기. 우승을 향해 치닫고 있는 원주 TG의 행보가 마치 바둑의 ‘백번필승’과 너무도 흡사하다.

바둑으로 치면 백번인 대구 원정경기에서 2승을 거둔 TG는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진 채 3연승의 우승예감을 미리 가졌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동양에 55-85 30점차의 완패를 당했다.

백번필승이자 흑번필패인 셈이다.

TG는 비단 챔프전뿐 아니라 창원 LG와의 4강전에서도 백번필승(원정필승)의 진기록을 세웠다.

원정인 창원에서 3번을 이긴 반면 홈에서는 두 번 다 진 것이다.

좀더 들여다보면 TG는 정규리그에서도 홈(15승12패)보다 원정(17승10패)경기에서 승률이 더 높았다.

전창진 TG 감독 스스로도 “원인을 모르겠다”는 TG의 백번필승이 계속된다면 TG는 남은 원주 홈경기 두 번을 모두 진 뒤 다시 대구로 가 2번을 이겨 4승3패로 우승을 차지한다.

결과를 떠나 원주나 대구 홈팬들에게는 끔찍한 일이다


2003-04-07 23:3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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