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사는 김장희씨(41)는 얼마전 한달 전화요금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기껏해야 1만원 안팎으로 나오던 일반전화요금이 14만원도 아니고 무려 140만원이나 청구됐기 때문.
뭔가 착오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통신회사에 확인해보니 10살된 딸이 컴퓨터로 온라인게임을 하면서 게임 아이템과 아바타(사이버상의 분신) 아이템 등을 구매한 뒤 전화요금에서 빠져나가도록 했던 것.
김진씨(39)도 초등학교에 다니는 11살짜리 딸이 온라인게임을 이용하고 자신의 집과 친구집 전화요금으로 결제하도록 해놔 넉달동안 110만원이 청구됐다.
확인 결과 김씨의 딸은 N사와 O사,C사 등에는 자신의 실명으로 회원가입을 하고,부모 동의를 요구하는 다른 게임업체에는 김씨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회원가입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3년전 아내와 사별하고 아이를 혼자 키우다보니 아이가 이렇듯 탈선의 길로 가는줄도 몰랐다”며 “미성년자인줄 뻔히 알면서도 회원으로 가입시켜 돈벌이에 급급한 업체들을 고소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성년 자녀들이 무분별하게 사용한 게임이용료 때문에 전화요금이 수십만원씩 과다청구돼 속앓이를 하는 부모들이 많다.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온라인게임 이용료와 관련한 민원은 지난 2월 90건에 이어 지난달에는 113건이 접수됐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는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경우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업체들은 회원가입시 부모의 전화번호나 E메일 주소 등을 형식적으로만 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일부 업체들은 아예 부모 동의를 받지 않더라도 회원으로 가입시키고 있어 14세 미만 아동에 대한 개인정보보호규정이 있으나마나한 상태다.
경제력이 없는 14세 미만 아이들의 ‘코묻은 돈’을 뜯어내기 위해 집 전화번호나 휴대전화번호를 입력하기만 하면 손쉽게 요금결제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게임업체들은 또 아이들이 부모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회원으로 가입했을 경우 이용요금 환불을 요청해도 통화기록이나 주민등록등본 등 복잡한 서류를 요구하거나 제대로 응해주지 않고 있다.
김완호씨는 초등학생 아들이 게임이용료를 전화로 결제하는 바람에 한달 전화요금이 10만원 넘게 나오자 해지하려 했으나 처음 가입시 입력했던 주민등록번호를 모르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업체로부터 듣고 난감해 하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14세 미만 아동을 회원으로 가입시킬 경우 부모 동의를 얻도록 해놨지만 제대로 지키지 않는 업체가 많다”며 “부당한 요금청구가 있을 경우 정보보호진흥원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나 통신위원회에 신고하면 환불해주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