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요금 좀 알아보려고요.
.
상담원:가입자분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
고객:이름을 말해야 합니까.
.
상담원:네, 규정상 꼭 확인해야 합니다.
.
고객:(한참 동안의 침묵) 김.방.구요.
.
(서로 터지는 웃음을 꾸~욱 참는 듯, 한참동안 가입자와 나 사이에는 정적이 흐르고 말았다)
.
때로는 배꼽잡게 하고 가끔은 가슴 찡하게 만드는 전화 상담원들의 에피소드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진솔한 모습이 그대로 배어있다.
.
최근 KT 부산고객센터가 펴낸 '고객은 多다다 우리는 禮예예'는 고장신고(110)나 전화번호변경신청(100) 등을 상담하는 KT 고객센터의 은밀한 일기장이다.
.
이 책에는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해 상담원이 고객의 집에까지 직접 가서 일을 처리해준 따스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중국집 배달원을 화난 고객으로 오인, 도망갔던 웃지못할 촌극도 있다.
.
주소도 없이 와룡산에 전화를 이전해 달라는 스님의 고집불통 요구도 감칠맛 나는 이야기다. 이 중 한편인 요즘 문제가 되는 성인용 홈페이지 접속에 관한 얘기.
.
학생:(17살 정도의 목소리로)컴퓨터 접속이 안됩니다.
.
상담원:네~ADSL 접속이 안된단 말씀이십니까?
.
학생:아뇨~(짜증을 내면서)그거 있잖아요? 성인프로 보는거요.
.
상담원:네. 성인프로 접속이 안된단 말씀이십니까? 혹시 죄송하지만 부모님께서 성인사이트를 차단해 놓은 것 아닙니까?
.
학생:맞아요.
.
상담원:(황당?!)고객님~. 미안하지만 저희 쪽에서 해드릴 방법이 없는데요.
.
학생:불법으로 하는 것도 몰라요?
.
상담원:네. 그것은 안됩니다.
.
학생:(갑자기 목소리가 바뀌더니)누나인지, 아가씨인지 모르겠지만, 여자가 남자의 젊은 혈기를 어찌 알겠어요? 아이씨~엄마 없을 때 뭣 좀 볼라했더니. 되는 일이 없다니깐! 여자들은 똑같아.
.
상담원 김미선씨는 "힘들다가도 가뭄에 단비같은 웃음을 주는 고객이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
하지만 무턱대고 욕설을 퍼부어 상담원들의 가슴에 피멍들게 하는 고객들도 있다. 온라인게임 리니지를 하다 인터넷이 끊겼다며 무지막지한 욕을 한 고객들 때문에 이들은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
.
상담원 이경옥씨는 "이같은 욕설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다"며 "고객들이 상담원들을 식구처럼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책값은 무료로 한정 제작됐다. 문의 051-638-5301.
.
김종윤 기자
.
2003.04.08 18:01 입력 / 2003.04.08 19:06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