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청동 가톨릭센터 2층 한쪽 귀퉁이의 낡고 좁은 사무실에 위치한 부산교회사연구소.
야인 시절의 노무현 변호사(현 대통령)가 송기인(宋基寅.사진) 신부, 문재인 변호사(현 청와대 민정수석), 이호철(현 민정1비서관).설동일(현 민주공원관장)씨 등과 함께 세상의 변화를 얘기하며 숱한 밤을 지새웠던 곳이다.
기자가 찾아간 8일 宋신부는 홀로 앉아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어째 외로워 보인다"는 기자의 인사에 그는 "노변(盧변호사라는 뜻)이 다 데리고 올라가고 부산이 텅 비었어"라며 웃었다.
'부산의 양심'으로 불리는 宋신부는 1982년 盧변호사가 부산 미문화원 사건의 무료변론을 맡으면서 인연을 맺었고, 재야인사 노무현'을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에게 추천해 정치에 입문시킨 인물이다. 盧대통령은 그를 '정신적 아버지'라고 부른다.
盧대통령 취임 40여일에 대한 총평을 해달라는 요구에 宋신부는 "한마디로 서투르지만 애쓰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야. 물론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대과(大過)는 없었던 것으로 본다"고 했다.
-盧대통령의 많은 말이 구설에 올랐는데.
"(웃으면서) 나보다는 덜하지만 성질이 워낙 급해서… 대통령은 아랫사람들이 말을 많이 하게 하고, 또 그 말을 들어야 한다. 대통령이 말을 많이 하면 아랫사람들이 말을 못 하게 되고, 결정의 폭도 좁아진다. 지난번 국회연설에서도 원고에 없는 KBS 사장 인선과 관련한 말을 했는데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대통령은 개인 판단과 입장은 무조건 유보해야 한다. "
-최근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진상을 밝혀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대통령 자신이 그런 일을 지시했거나 사전에 인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 대통령에게 손톱만한 잘못이라도 있다면 분명히 국민 앞에 잘못을 사과해야 한다. 항상 정면돌파를 해온 그의 방식대로 처리할 것으로 믿는다. 물론 그런 일이 생기면 (대통령이) 상처가 크겠지만 그래도 분명히 하고 가야 한다. "
-새 정부의 첫 인사를 놓고 참신하다는 평가와 아슬아슬하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확실한 건 하나 있다. 대통령이 개인적 이해관계에 얽매이지는 않았다는 거다. "
-일부에서는 PK(부산.경남) 약진 인사라는 지적이 있다.
"조금 편중됐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아무래도 대통령 자신이 마지막 결정과정에서 아는 사람을 인선하다 보니 이 지역 사람들이 많았을 거다. 또 지난 정부에서 지나치게 소외된 걸 바로잡는 과정에서 그런 인상을 받았을 수도 있다. "
-그래서 요즘 부산 민심이 盧대통령 쪽으로 돌아서고 있나.
"아직 움직임이 없다. 중앙에서 당개혁이 안되기 때문이다. 당만 개혁되면 내년 총선에선 이 지역에서도 확실히 盧대통령에게 지지를 모아줄 것으로 본다. "
-당 개혁이 어떤 방향으로 되기를 바라나.
"원점에서 헤쳐모여야 한다고 본다. 지역이나 정치적 소속을 떠나 개혁적 인사들이 모여 끌고 가야 한다. 부산에서도 386세대만 가지고 선거가 되겠나. 중량감있는 개혁인사들이 모여들어야 한다. 실제 부산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있다. "
-盧대통령의 언론개혁 방침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盧대통령은 언론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슴 깊숙이 갖고 있을 것이다. 일부 문제 있는 언론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스스로 방향을 틀 때까지 계속돼야 한다. "
-파병을 둘러싼 논란이 盧대통령을 가장 괴롭힌 것 같다.
"어떤 면에서는 대통령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 일부에서 대통령이 이중 플레이를 한다고 지적하는데 그런 측면이 없지 않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지렛대로 쓰겠다는 현실적 고려가 있겠지만 훗날 역사에는 잘못된 결정으로 기록될 것이다. "
-지금 盧대통령이 눈앞에 있다면 어떤 충고를 해주고 싶나.
"큰 사건이 닥칠 때 사건에 매몰되지 말고 항상 몇 발짝 떨어져서 보라는 얘기를 하고싶다. 결정은 최대한 늦추고 여러 의견을 수렴해 결정해야 오류를 줄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