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제주에서 남북체전 개최' 합의
'그 밖의 역할'에 대해 궁금증 증폭
김원웅 의원, 지난 8∼12일 평양서 북한 고위급과 만나
김원웅 개혁국민정당 대표가 지난 2월 중순에 이어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것을 두고 그 배경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그는 7일 출국해 중국을 거쳐 8일 평양에 도착했다).
김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과 오랜 친분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이지만 이라크전 파병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반대운동을 편 주인공이기도 하다.
김 대표가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꺼내놓은 보따리는 '오는 7월 제주도에서 남북 통일민족평화체육축전(민족평화체전)을 열기로 북한쪽의 전금진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을 만나 합의했다'는 것.
그러나 4·24 재보궐선거의 두 곳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대표가 바쁜 와중에 일주일 가까이 국내를 떠났던 점과, 애초 계획했던 일정보다 더 길게 북한에 체류했다는 점 등으로 비춰볼 때 단순 문화체육행사의 성사만을 위해 북한을 다녀왔다고 보는 이들은 적다. 더욱이 이라크전이 종결되는 분위기에서 북핵 문제가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비정치적인 교류'만을 논의했다는 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직·간접적인 노무현 대통령의 메시지를 북한쪽에 전달한 특사 역할을 한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이번 민족평화체전이 정치적인 남북간의 의사소통이 끊긴 상태에서 또 다른 돌파구를 위해 정부쪽과의 교감 속에서 추진된 것 아니냐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핵' '특검법' '다자회담' 등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사적으로 전금진 부위원장과 얘기를 나눴지만, 이 자리에서 밝히는 건 부적절하다"며 여운을 남긴 채 말문을 닫았다. 또한 공식 기자회견 이후 '북한이 다자회담 등에 대해 유연한 입장인데,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이번 민족평화체전 성사를 위해 사전에 문화관광부와 통일부 등 정부 관련 부처 장관들과 사전 협의를 거치는 등 현 정부와의 교감 속에서 이번 일을 성사시켰다. 또한 김 대표 본인은 노 코멘트 했지만, 지난 12일 귀국한 뒤 노무현 대통령께 방북 결과를 설명했고 이에 노 대통령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어쨌든 남북간의 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북핵 관련 다자간 회담 접근으로 경색된 분위기가 풀리는 상태에서 남북이 서로 부담이 적은 체육문화행사 개최에 합의를 한 것은 남북 및 북미간 긴장 완화에 실마리를 제공해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북한쪽에서는 이례적으로 김 대표가 기자회견을 한 14일 오후 2시30분 같은 시각에 언론 매체를 통해 이러한 합의 사실을 공개했다. 이는 김 대표와 전 부위원장 간 사전에 합의된 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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