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화유산인 이라크의 문화재들이 약탈과 파괴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라크 유적과 문화재들을 살리려 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도 많지만, 과거 이라크의 유적과 유물들을 약탈하는데 앞장섰던 대 영박물관과 유네스코 등이 뒤늦게나마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15일 대영박물관이 총리실의 요청을 받 아 이라크 문화재 보호에 나서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라크 국외 에서 가장 큰 메소포타미아 유물 컬렉션을 갖고 있는 대영박물관 은 이날 유엔에 이라크 문화재 거래를 막아달라고 요청했으며 이 라크의 치안이 회복되는 대로 전문가들을 파견, 약탈 문화재 회 수와 유적지·박물관 복구에 나설 계획이다. 대영박물관은 바그다 드국립박물관에 소장됐던 문화재 목록을 작성했으며 조만간 이를 연합군에 배포, 회수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대영박물관은 바그다드박물관과 모술, 바스라의 지방박물관들에 서 약탈당한 바빌론·수메르·아시리아 시대 유물이 17만점에 이 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밀반출만 막으면 대부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네스코도 조사팀을 구성, 이라크 유적과 박물관 상태를 조사하 고 복구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유네스코는 전문가 30명 정도로 구성된 팀을 만들어 17일 회의를 갖기로 했으며, 이른 시일 내 이들을 이라크에 파견할 방침이다. 마쓰우라 고이치로(松浦晃一 郞)유네스코 사무총장은 15일 성명을 내고 “역사와 문화는 한 나라의 통합에 무엇보다 큰 몫을 한다”며 이라크 문화재 복구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최근의 약탈에서 바그다드박물관 에 있던 기원전 2000년 무렵의 에쉬눈나 법전 석판들이 어떻게 됐는가 하는 점이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된 함무라비 법전과 함께 인류 최고(最古)의 법전이자 중요 문화유산 중 하나 인 석판들이 약탈됐는지 혹은 부서졌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4000년전 만들어진 아카드 왕조의 청동 두상(頭像)과 금그 릇, 거대한 석상들, 보석으로 장식된 리라(악기)와 고대의 필사 본들도 상태가 확인되지 않았다. 바그다드국립도서관에 보관됐던 이슬람 초기 코란 판본들과 고문서들이 불탔을지 모른다는 우려 도 있다. 바그다드박물관 고대유물 담당 큐레이터인 도니 조지는 15일 미 CNN 방송 인터뷰에서 미군이 약탈자들이 계속 침입하도 록 그대로 내버려뒀다고 맹비난했다. 구정은기자 koje@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