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밸리를 대표하는 간판 벤처기업들이 줄줄이 대덕밸리를 등지고 있다. '대덕밸리 엑소더스'나 다름없다.
이같은 '탈(脫) 대덕밸리 현상'은 새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송도IT밸리와 맞물려 대덕밸리를 더욱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
대덕밸리의 한 토착 벤처기업인은 "지난 2000년 9월 대덕밸리 선포식 이후 대덕밸리는 국내·외에 널리 알려졌지만 최근 들어 극심한 IT 경기침체로 대덕밸리 벤처기업은 고사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탈 대덕밸리 현황은
음성정보기술 전문 벤처기업 SL2(대표 전화성)는 이젠 더 이상 대덕밸리를 리드하는 벤처기업이 아니다.
SL2는 지난 3월27일 주주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내에 있던 본사를 폐쇄하고 서울사무소와 합치기로 전격 결정했다.
SL2 관계자는 "대덕밸리에서 창업해 성장한 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어 대덕밸리 본사를 철수하는데 고민이 많았다"며 "하지만 회사 사정상 어쩔 수 없는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VPN 전문업체인 시큐어넥서스(대표 유대현, 김주한)도 본사를 서울로 이전할 계획이다. 시큐어넥서스는 지난해 6월 대덕밸리에 남아 있던 연구소 직원들을 서울로 옮기기 시작해 현재 대덕밸리 본사에는 3, 4명만 있을 뿐이다. 이제는 실질적으로는 '서울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회사는 가능한 한 빨리 남아 있는 직원들도 서울사무소에 합류시키고 대덕밸리 본사는 폐쇄한다는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대덕밸리 기업이 아니다.
이에 앞서 유·무선 인터넷망 통합서비스 응용시스템 업체인 베리텍(대표 한미숙)도 회사명을 '헤리트'로 바뀌고 올 초 대덕밸리를 등졌다.
이 회사는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최근 대덕밸리를 떠나 서울에 둥지를 틀었다.
대덕밸리 관계자는 "올해 들어 대덕밸리를 떠난 기업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10개를 넘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여기에는 IT기업 뿐만 아니라 리얼바이오텍, 바이오플라텍 등 BT 벤처기업도 포함된다.
지난해에도 대덕밸리에서는 텔리언, 디지털아리아, 픽셀플러스 등 대덕밸리를 대표할 수 있는 IT벤처기업들이 마케팅 강화를 위해 수도권지역으로 이전했다. 대략 20개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왜 떠나나
그렇다면 대덕밸리에서 회사를 창업, 현재까지 성장한 대덕밸리 벤처기업은 왜 대덕밸리를 떠날까? 대덕밸리를 떠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수도권 등으로 이전하는 이유는 사무실 임대료 등 비용절감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한 회사관계자는 "경기불황으로 생각했던 만큼 매출이 오르지 않는데 사무실 임대 등 고정비용은 그대로여서 비용 절감이 주요 이유"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유는 마케팅 문제를 들 수 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제품 판매에 따른 마케팅 활동이 쉽고, 교통접근성 등이 좋은 서울지역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대덕밸리에 비해 서울지역이 '기회의 땅'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SL2측은 "대덕밸리와 서울에 사무실이 각각 나뉘어 있어 비즈니스 차원에서 불편한 점이 많아 한 곳을 정리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대덕밸리는 외자를 유치하는데 있어서도 서울 등 수도권과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있다.
실제로 비메모리 반도체기업 픽셀플러스의 경우 최근 대덕밸리에서 경기도 수원으로 회사를 옮긴 후 일본 및 홍콩 캐피털로부터 400만달러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번 픽셀플러스의 대규모 투자 유치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벤처 마인드도 한 몫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책은 없다
이와 같은 대덕밸리 엑소더스 현상에 대해 현재 특별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기업의 비즈니스 차원에서 이뤄지는 이전현상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한 벤처기업인은 "회사가 고객 곁으로 다가가기 위해 회사를 이전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그래도 대덕밸리 벤처연합회나 대전시가 나서서 떠나는 이유를 분석, 이탈 방지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전시는 지난 2000년 9월 대덕밸리 선포식 이후 대덕밸리를 떠난 기업은 45개기업인데 반해 같은 기간 대덕밸리로 전입한 기업은 90개로 전입기업이 2배나 많다고 주장했다.
특히 수도권에서 이전한 기업은 최대공장 규모의 텔레포스 등 66개사이며 영·호남지역에서 이전한 기업은 대덕밸리 최대 수출업체으로 코스닥에 등록한 오디티 등 24개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덕밸리 터를 닦은 기업들은 떠나는데, 새로 전입하는 기업들도 많다는 얘기다.
대전시 관계자는 "대덕밸리 이탈현상을 막기 위해 서울지역에 공동으로 마케팅활동을 할 수 있는 대덕밸리 서울사무소를 열었다"며 "앞으로 공동사무소를 잘 운영하고 대덕테크노밸리가 들어서면 이탈현상은 현저히 줄어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