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들의 매서운 비판과 여론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박스오피스 1위 를 차지하는 영화가 있다. 작품성, 예술성, 문학성 그 어디를 둘러봐 도 손가락을 추겨 세울 곳이라곤 한 곳도 없지만, 관객은 그 영화 앞 에서 주저 없이 돈을 꺼낸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중이 원하기 때문 이다. ‘개그 콘서트’가 그 대표적인 대학로 ‘영화’의 예다.
떤 분은 들어와 앉아 다리부터 꼽니다. 두 팔은 꽈배기 모양으로 겹 쳐놓죠. 그리고 고개는 이런 식으로, 바로 이렇게 45도 방향으로 기 운 채 눈빛으로 강렬하게 말합니다. ‘웃겨봐!’.”
널찍한 규모를 자랑하는 어느 방송의 ‘개그 콘서트’ 얘기가 아니다 . 대학로 한 켠에 마련된 이 곳 무대는 한 두 평 남짓. 계단식으로 마련된 객석은 일렬로 늘어져 있어 10명이 앉으면 10좌석, 15명이 앉 으면 15좌석이 되는 탄력적인(?) 구조다. 아슬아슬한 입구는 자칫 발 을 잘못 디디면 굴러 떨어지기 십상이고, 관객이 넘쳐나 무대 가장 자리까지 가부좌하고 앉아야 할 만큼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환 기도 안 통하는 지하의 탁한 공간. 그래도 주말에는 대학로의 여타 공연장이 씁쓸할 만큼 50m씩 줄을 지어 관객이 입장한다. 이유가 뭘 까. 지하철 4호선 혜화 역 출구에서부터 공연보라고 설득하는 ‘삐끼 ’ 때문일까. ‘좋은 연극보기 운동본부’가 대학로의 ‘물’을 버려 놓았다며 항의할 정도로 ‘개그 콘서트’에 쏠리는 관객은 발걸음은 분명 다른 공연장의 부러움 반, 우려 반을 사고 있었다.
【웃음을 둘러싼 수요·공급곡선의 교차점】
▷콩쥐:“두껍아, 새 어머니가 오실 때까지 밑 빠진 독에 물 좀 채 워죠.
▶두껍:응, 걱정 말고 잔치에 갔다 와.
▷콩쥐:(놀러갔다 온 사이) 어머? 왜 안 채웠니?
▶두껍:엉? 깨졌더라고!
▷상병:차려~엇!, 열중 쉬~엇! 넌 뭐야, 뭐 이런 시방새가 다 있어?
▶이병:시방새라뇨! 선배님 그런 새가 어디 있습니까?
▷바람잡이:손바닥을 위로 한 채 두 팔을 펴고 얼굴 쪽으로 굽혀 보 세요. 네, 역기를 드는 것처럼 말이죠. 자, 그 다음 손바닥을 아래로 하고 똑같이 반복해 보세요.(어리둥절 하는 사이) 네~ 양쪽 다 굽혀 집니다~ 오늘 관객 수준 알만 합니다!”
쉴새 없이 관객을 자지러지게 했다가 다시 쓰러지게 만드는, 6명의 개그맨들이 펼치는 웃음 보따리의 성능이 제법 놀랍다. 공연장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관객의 발길을 단순히 치부하기엔 이러한 현상과 맞대고 있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일부의 주장대로, ‘개그 콘서트’는 ‘가벼운 웃음’으로, 예술성을 지향하는 대학로 연극의 ‘물’을 흐려놓는지도 모른다. 혜 화 역을 빠져나오는 관객을 일일이 쫓아다니는 ‘삐끼’가 보기 좋은 것도 아니요, 작품 자체에 인간 본성에 대한 문제를 환기시키거나, 가슴을 촉촉이 젖어들게 하는 감동이나 깨달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일시적으로 돈을 벌려는 기획사의 의도라 할 지라도 관객이 제 돈 주 고 본다는 데 마냥 탓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무대에 선 그들의 말 대로 문학성이나 예술성 어느 하나 건질 것이라곤 없는, 단순히 웃고 즐기자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대학로의 이러한 성향은 ‘개그 콘서트’만이 아니라, ‘갈갈이 콘서 트’니, ‘1st 개그 파티 & ROCK’이니 하는 비슷한 포맷의 무대를 낳고 있다. 아무리 좋은 연극이라도, 관객 스스로 그 연극을 찾아 나 서는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퇴근 없는 근무 환경과 24시간 이 바쁠 정도로 빠듯한 일과.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고, 쉬고 싶은 관객에게 ‘개그 콘서트’와의 필요충분조건이 성립되는 것이다.
여기에 방송을 제외한 신인 개그맨들의 등용문이 전무하다는 사실 역 시 이러한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오늘의 대학로는 바로 오늘의 관 객을 반영하는 지표다. 그것이 숱한 논란과 대학로 ‘토박이’ 예술 가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학로에서 ‘개그 콘서트’가 떠나지 못 하는 이유다.
‘연극의 밑바탕은 희소성이다. 개그 콘서트를 찾는 관객은 대학로가 원하는, 즉 연극을 사랑하는 관객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한 극단 관 계자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 이현주 기자 lisa@mk.co.kr>
맞습니다 맞고요...재미있으면 되죠 뭐..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