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초등학교의 행복한 숲가꾸기
“우리 학교 숲에 있는 나무들 중 가장 먼저 꽃이 핀 나무가 뭐죠”
“저기 있는 산수유요.”
“산수유 꽃잎은 무슨 색이죠”
“노란색요.”
지난 8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동 화랑초등학교 교정 한켠. ‘생태공원’이라는 푯말이 붙은 숲에서 2학년2반 아이들의 5교시 ‘슬기로운 생활’ 수업이 한창이다. “자! 오늘은 우리 숲에서 여섯번째로 꽃을 피운 앵두나무를 관찰해보기로 해요.” 담임인 우명원 교사가 아이들을 앵두나무 앞으로 불러 모은다. 모둠별로 앵두나무 앞으로 바짝 다가간 아이들은 꽃잎과 나뭇잎 등이 쌓여 푹신한 숲 바닥에 엎드려 관찰일지에 앵두나무 꽃잎을 그려 넣는다. 그림을 그린 뒤에는 꽃이 핀 날짜와 꽃의 특징, 색깔 등을 적는다. 아이들의 손바닥만 한 관찰일지에는 앵두나무보다 먼저 꽃망울을 터뜨린 산수유, 진달래, 벚꽃, 살구꽃, 개나리 등이 꽃이 핀 순서에 따라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앵두나무 관찰을 끝낸 아이들은 형형색색의 꽃과 나무 사이를 오가며 몸과 마음으로 한껏 봄 기운을 느낀다. 자유분방하게 돌아다니다가도 중간 중간에 우 교사가 꽃과 나무 등에 대해 설명할 때면 귀를 쫑긋 세운다. 자연과 호흡하며 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의 표정은 흐드러지게 핀 봄꽃만큼이나 화사하다.
학교 자투리 땅에 조성한 이 아담한 숲은 이 학교의 큰 자랑거리다. 아직 충분히 우거지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에게 이 숲은 훌륭한 야외교실이자 생태체험 교육장이다. 2학년 김민경(9)양은 “공기 좋고 새 소리도 들리는 숲에서 친구들과 맘껏 뛰어놀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며 “항상 야외 수업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도시아이들에게 숲은 최고의 교욱공간
이 학교에서 숲은 다양한 교육공간으로 활용된다. 우 교사는 “언제 가보더라도 한반 정도는 숲에서 수업을 하고 있을 정도”라고 귀띔한다. 숲 책임교사이기도 한 우 교사는 ‘슬기로운 생활’ 수업의 절반 정도를 숲에서 진행하고 있다. 학년 초에 지도하는 단원 중에 ‘주변에 있는 꽃 알아보기’ 등 숲에서 하기 적당한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1학년의 경우 수학 시간에 이 곳에서 꽃잎 갯수 세기 등 활동 중심의 수업을 하는 반도 있다. 미술 시간에 그림을 그리거나 찰흙 공작을 할 때 이곳을 이용하는가 하면, 국어 시 단원을 공부할 때는 이곳에서 매미 울음소리를 들으며 시를 읊는 반도 있다. 숲을 활용한 교육의 효과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교사들이 만족하는 편이다. 우 교사는 “숲에 나가면 아이들이 다 제멋대로 노는 것 같아도, 나중에 보면 교육 내용을 충분히 소화하고 있더라”며 “교실에서 조용히 앉아 지식을 주고받는 것만이 좋은 교육은 아니다”고 말했다.
△ 우명원 교사가 아이들에게 학교 숲에 있는 꽃과 나무들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숲이 교육공간으로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숲은 그 자체가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놀이공간이다. 머리를 식히고, 선생님 또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아늑한 휴식처이기도 하다. 실제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이 되면 숲 속과 생태연못 주변은 뛰어 놀거나 삼삼오오 모여 재잘대는 아이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학교 수업이 끝날 무렵에는 교사와 아이들이 줄을 지어 숲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학교 숲을 만들고 가꾸는 과정에 학부모, 교사, 학생 등 학교의 모든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화랑초등학교가 지난 1999년 ㈔생명의숲가꾸기국민운동의 ‘학교 숲 운동’ 지원사업의 첫 시범학교로 선정돼 본격적으로 학교 숲 가꾸기에 나서게 된 데에는 이 학교 학교운영위원회가 큰 몫을 했다. 지금도 교장, 교사, 학부모, 학생 등으로 구성된 ‘학교 숲 가꾸기 운영위원회’가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
“학교 숲은 자연과 접할 기회가 적은 도시 아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공간입니다. 평소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아이들이 고운 심성과 환경친화적인 삶의 태도를 갖게 됩니다. 숲은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교육의 장이자 놀이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학교 정진해 교장의 말이다.
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아이들은 역시 삭막한 도시환경보다는 시골의 자연환경에서 자라는게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