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제67회 마스터스골프대회 마지막날 경기에서 우승자의 상징으로 알려진 그린재킷을 입은 사람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황태자' 어니 엘스도 아니었다. 그는 무명의 왼손잡이 골퍼 마이크 위어였다. 전통의 마스터스대회에서 왼손잡이가 처음으로 정상의 자리에 올라 전세계 매스컴에서 대서특필됐다.
왼손잡이는 인류의 역사가 태동한 이래 항상 '주변인'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다수의 오른손잡이가 지배(?)하는 세상 속에서 편견과 오명으로 덧칠된 삶을 강요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은 흘러 이제 왼손잡이도 '뭔가 다른 사람'이라는 멍에를 벗고 떳떳하게 대접받는 시대를 맞게 됐다. 물론 이같은 변화의 바람이 불기까지는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왼손잡이 스포츠 스타들의 탄생은 분명 큰몫을 차지했다. e매거진에서 세계 스포츠계를 주름잡으며 팬들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고있는 왼손잡이 선수들을 한데 묶었다.
● '야구는 왼손잡이를 위한 스포츠.'
지난 17일(한국시간) 텍사스 레인저스와 애너하임 에인절스전.6회까지 2실점으로 호투한 박찬호는 7회 더이상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텍사스가 4-2로 앞선데다 투구수가 73개에 불과해 부상 등의 이유가 아니라면 선발 투수를 교체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경기가 끝난 뒤 쇼월터 감독은 교체 이유를 "박찬호에게 강한 왼손타자 개럿 앤더슨과 브레드 풀머가 나와서였다"고 밝혔다. 그 문제의 '왼손타자'들 말이다.
'좌타자는 우완투수에게 강하다'는 속설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왼손타자의 장점은 두가지로 요약된다.우선 오른손 투수가 던지는 공의 궤적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다.다음으로 효율성이다.좌타석에서 1루까지의 거리가 가까운 덕분에 같은 코스의 타구라면 왼손타자에게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한편 왼손투수의 가치는 희소성으로 설명된다.같은 구질의 공을 던진다 해도 오른쪽에서 던질 때와 왼쪽에서 던질 때 공의 회전이 다르게 걸려 변화정도와 진 행 방향이 달라진다. 때문에 좌완투수의 공은 자주 접해보지 못한 타자들에게 생소한 것이다. 실례로 메이저리그 최고 타자로 손꼽히는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경우 오른손 타자임에 불구하고 지난 3년간 (2000~2002) 우투수 상대 0.320, 좌투수 상대 0.239의 타율을 기록했다.
이밖에 좌완투수의 장점은 1루 주자를 묶어 둘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1루 주자가 진루하면 도루시도 여부와 관계없이 계속 리드폭을 늘리며 투수에게 부담을 준다. 하지만 1루를 마주보고 던지는 좌완투수의 경우 1루 주자가 리드폭을 길게 잡기 어렵다.따라서 1루수 운신의 폭은 그만큼 넓어지고 1~2루간의 폭은 그만큼 좁아진다.이는 곧 1~2루간을 가로 지르는 우전안타의 확률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미국의 경우 왼손잡이가 15%안팎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경우 왼손잡이가 25~30%에 육박하는 이유가 바로 '왼손잡이 가치'인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왼손잡이 선수는 역사를 거슬러 베이브 루스, 사이영에서 부터 배리 본즈, 랜디 존슨 등이 있다.최희섭 역시 왼손타자다.국내에는 이승엽, 양준혁, 이상훈 등이 있다.
●'손보단 발!' 왼발잡이=프리킥의 마술사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팬들이 열광하고 있는 축구판에도 왼발잡이는 저격수 즉 '스페셜리스트'다. 특히 왼발잡이들이 쏘아대는 놀라운 각도로 휘어지는 프리킥으로 인해 '왼발의 달인'이라는 유행어를 생겼을 정도다.
'국내외에서 가장 프리킥을 잘 차는 선수는?'라는 우문을 던지면 많은 사람들이 고종수와 호베르투 카를로스를 주저없이 꼽는다. 고종수의 프리킥은 휘는 폭과 떨어지는 각도가 매우 커 상대편 수비벽에 걸리지만 않으면 골키퍼가 손도 못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UFO 프리킥'으로 유명한 브라질의 카를로스는 놀라운 킥력으로 시속 170km의 대포알 슛을 날려대며 프리킥 찬스 때마다 팬들을 열광시킨다.
이외에도 가장 날카롭고 정확한 패스를 한다고 평가받는 우루과이의 알바로 레코바, 전체적인 균형이 잘 잡힌 스트라이커로 유명세를 얻고있는 스페인의 라울 곤잘레스, 파괴력과 골결정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탈리아의 크리스티안 비에리 등도 모두 왼발잡이들이다.
● '우리는 왼손잡이 스타들에게 열광한다.'
지난번 위어의 마스터스 우승을 계기로 왼손잡이가 주목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적인 톱골퍼 중에는 왼손잡이가 많다. 비록 마스터스 대회서 위어의 그늘에 가렸지만 3위라는 호성적을 거둔 필 미켈슨, 지난 1963년 메이저 골프대회 중에 하나인 브리티시오픈을 석권해 봅 찰스가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스티브 플레시, 러스 코크란, 닉 오헨 등이 있다.
타 종목도 왼손잡이 스타들이 눈에 띄기는 마찬가지. 지난해 12월 5번째 통합 챔피언 타이틀을 노렸던 에반더 홀리필드의 야심을 잠재운 크리스 버드, 여자 테니스의 강호 모니카 셀레스 그리고 강서버의 대명사로 유명한 남자 테니스의 고란 이바니셰비치 등이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또한 은퇴한 선수들 중에는 해군제독이란 별명으로 농구코트를 호령했던 미국프로농구(NBA)의 데이비드 로빈슨, 1972년 뮌헨 올림픽 수영 종목에서 7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던 마크 스피츠, 역대 다이빙 최다관왕기록을 가지고 있는 그렉 루가니스 등이 있다.
국내로 눈을 돌려 왼손잡이 선수들을 꼽아보면 지난 농구의 허재와 김승현, 배구의 김세진, 핸드볼의 윤경신, 탁구의 유남규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허재는 불혹에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소속팀 원주 TG가 올시즌 챔피언에 등극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국내 스포츠계의 최고 왼손잡이 스타다.
● 왼손잡이가 유리한 스포츠 종목은?
왼손잡이가 몇몇 스포츠 종목에서 유리하다는 과학적인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최근 영국의 한 골프사이트는 "왼손잡이가 골프에서는 오히려 유리한 점이 많다"고 보도해 관심을 끌었다.또 지난 1997년 프랑스 몽펠리에대의 미셸 레몽 교수는 자신의 연구논문을 통해 펜싱, 권투, 테니스 등 마주보고 하는 경기에서 왼손잡이의 비율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특히 펜싱의 경우 1979~1993년의 14년간 세계대회 본선에 참가한 선수 중에 50%가 왼손잡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화제를 모은 바 있다.이제 왼손잡이들은 바야흐로 세계 스포츠계의 중심부를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서울닷컴│손현석·임근호·심재희기자 kkamanom
특히 야구는 왼손잡이가 유리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다른종목은 비슷비슷한거
같은데..여러분 의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