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급 병원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와 신규 간호사들의 해외 '원정취업' 행보가 심상찮다. 대상국가는 미국과 캐나다. 이들 국가는 숙달되고 훈련된 간호사 인력의 부족으로 병원 폐업이 속출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얼마 전까지 서울 ㅅ병원에 근무했던 민아무개 간호사는 "미국 병원 간호사로 취업하기 위해 영어를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다"면서 "국내 병원의 경우 간호사가 한곳에 진득하게 근무하기 힘들다. 3교대에 시달린 뒤에 돌아오는 것은 고작 쥐꼬리만한 월급뿐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2월에 4년제 대학 간호학과를 졸업한 김인숙씨는 "캐나다에 친척이 살고 있다. 국내 병원보다 조건이 훨씬 좋다는 얘기를 듣고 그곳 병원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면서 "동료들 사이에 미국이나 캐나다 병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귀띔했다.
현재 국내 정규대학과 간호전문대 등을 통해 신규로 배출되는 간호인력은 매년 1만여 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 졸업자들 가운데 자의든 타의든 막론하고 의료현장에서 실제로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들은 전체의 60%를 밑도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게다가 여타 직종에 비해 이직률이 높기로도 악명 높다. 한 통계에 의하면 간호사들의 평균 근무기간은 고작 3∼4년으로 매우 짧다. 근로조건과 근무환경이 그만큼 열악하다는 것을 방증(傍證)하고 있는 것.
실제로 각급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3교대 근무에다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개인과 가정, 사회 생활에서 만족감을 누리지 못해 결혼과 동시에, 또는 출산 이후에 이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무엇보다 병원경영이 적자로 돌아설 경우, 감원대상 1호로 지목되는 국내 상황도 이들 간호사를 해외로 밀어내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환자들은 질 높은 간호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내 o대학병원 흉부외과 병실에서 만난 고아무개씨는 "간호사 만나기가 너무 어렵다. 소변량 체크는 물론이고 병실 시트까지 갈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이 병실 저 병실 쫓아다니는 간호사만 탓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아무튼 해외 병원의 경우 간호사 기근현상에 시달리고 있어 간호사들의 해외취업 문은 넓게 열려 있다. 미국 현지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미국 내의 청소년들이 간호사 지망을 꺼려 기존 간호사 양성기관의 50% 이상이 간판을 내릴 지경"이라고 전했다.
그간 미국 내의 간호사 인력의 부족분은 필리핀에서 담당해줬다. 국제 보건교육 기관으로 잘 알려진 'CPS Health Education International'이 지난 94년부터 5년간 필리핀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Nursing Update & Replacement' 프로그램을 실시, 5600여 명을 미국에 정착케 한 게 시발이다.
현재 간호사 등 전문인력의 해외취업은 한국산업인력공단 해외취업센터에서 담당하고 있다.
/김유원 기자 u14u@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