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3` 확장팩 변칙판권영업 물의
[디지털타임스] 2003년 04월 22일 (화) 11:00
장기파트너 한빛소프트 배제 새 업체 내정..비방디 `기형적 3자계약` 게임유통질서 흐려
세계적인 게임 퍼블리셔 비방디유니버설게임즈가 국내 업체들을 대상으로 변칙적인 판권 영업을 해 업계에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비방디의 한국지사(비방디코리아, 지사장 한정원)는 대작 전략시뮬레이션게임 `워크래프트3` 확장팩 국내 유통사로 어비스(대표 염승민)를 선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워크래프트3`는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2`를 잇는 블리자드의 타이틀로, 이 게임의 확장팩은 올 하반기 PC게임 분야 최대 기대작. 문제는 비방디가 `롱텀 파트너`로 지칭해 온 한빛소프트(대표 김영만)를 배제하고 새로운 업체를 확장팩 유통사로 내정했다는 점이다.
PC게임의 경우 오리지널 버전과 확장팩을 분리, 유통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비방디의 이번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새로 내정된 업체는 유통력이나 자금력이 한빛소프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곳으로 밝혀지면서, 비방디코리아에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비방디코리아는 `워크래프트3` 확장팩과 관련해 어비스를 중심으로 3자 계약 형태의 판권 영업을 진행해 온 것으로 밝혀지면서 의혹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실제 이 회사는 어비스를 판권 업체로 내정해둔 상태에서 판권 계약금(MG : 미니멈 개런티)을 포함한 향후 마케팅 비용을 다른 업체에서 조달해 오는 형태로 판권 협상을 진행해 왔다.
확장팩 판권 계약은 어비스와 맺고, 필요한 자금은 제3의 업체에서 조달하는 방식이다. 판권 확보와 유통에 따르는 자금(약 200억원)을 부담하는 업체의 경우 향후 어비스 인수를 통해 유통권을 갖게 되는, 그야말로 `기이한 형태`다.
로열티를 더 받기 위해 기존 파트너를 배제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형태의 계약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같은 계약 구조에서는 사실상 에이전트 역할을 하게되는 어비스만 재미를 볼 뿐 모든 부담은 자금 지원 업체로 전가된다. 비방디 또한 원하는 로열티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로컬 파트너를 교체에 따른 리스크(확장팩 판매 감소, 기업 이미지 추락)를 상쇄할만한 이익은 챙길 수 없다.
◆블리자드 차기작으로 투자 유혹=일반적으로 게임업체가 아닐지라도 MG 부담 업체가 판권을 갖고, 어비스 같은 업체는 총판으로 활용하는 게 관례다. 즉 게임 시장을 아는 업체라면 비방디가 가려하는 기형적인 3자 계약 구도에 동참할 곳은 없다.
그러나 비방디코리아와 어비스는 자금줄을 찾기 위해 블리자드의 차기작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스타크래프트2` 등의 판권을 보장해 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 걸었고, 이 과정에서 유력 게임업체 A사가 협상에 나선 것으로 밝혀졌다.
A사 등장 이후 잠시 한빛과 더불어 `워크래프트3` 확장팩 판권 경쟁이 촉발되는 듯 했으나, 한빛은 "입으로는 롱텀 파트너십을 말하면서 매번 터무니없는 조건을 강요하는 비방디에 더 이상 끌려다닐 생각은 없다"며 등을 돌렸다.
비방디는 곧 A사와 3자 계약을 서둘러 진행했으나, A사 또한 "차기작에 대한 보장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최근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출시 2개월을 앞둔 상황에서 확장팩 판권이 공중에 뜨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진 셈이다. 국내 판권 영업을 주도해 왔던 비방디코리아가 입장이 난처해진 것은 물론이다.
◆비방디, 무리한 욕심에 악수(惡手)=현재 비방디는 대책 마련에 나서고는 있지만 자금력이 없는 어비스는 사전 마케팅은 고사하고 게임 로컬화도 진행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한빛소프트에는 협조를 구하기 어색한 상황이고, A사 또한 "당초 얘기됐던 대로 차기작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없을 경우 협상에 임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결국 비방디코리아는 한빛에 고개를 숙이거나 A사의 요구조건을 수렴하지 않을 것이라면 새로운 파트너나 자금줄이 나타나기를 기다려야 한다. 이렇게 되면 당분간 신작 출시조차 어려워지는 셈이다. 비방디는 무리한 욕심을 부리다 제 발등을 찍게된 것이다.
게임평론가 박상우씨는 "상도의를 무시하고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는 비방디의 행태는 메이저 게임 퍼블리셔의 도덕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국내 판권 비즈니스를 주도해 온 비방디코리아는 이번 일로 업계의 이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택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