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ews24.com) -
댓글(리플) 이 더 재미있고 더 뉴스답다.
인터넷 게시판의 영향력이 급증하면서 댓글이 여론 주도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댓글 저널리즘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리플(Reply)로도 통하는 댓글은 인터넷 게시판이나 Q&A(묻고 답하기)에 올려진 글에 답변 형식으로 올리는 글.
댓글이 네티즌들의 치열한 토론과 지식 공유 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댓글 저널리즘이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양방향적 속성을 갖고 있는 댓글은 특정 이슈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방식을 통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댓글들이 집결된 게시판이 이젠 또 다른 공론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댓글들이 서로 부닥치면서 정반합(正反合)의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 게시물 정리해 기사로 내보내기도 미디어다음(media.daum.net)은 지난 16일 위기의 대학 현장을 가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정원 미달로 불거진 대학가의 실상을 집중 취재, 3회에 걸쳐 연재기사를 실었다.
최근 들어 이슈로 떠올랐던 이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엄청났다.
22일 현재까지 5천여 건의 게시물이 쇄도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것.
5천여건에 이르는 게시물 중엔 한국의 대학 실정에 대해 기사보다 더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는 글들도 많았다.
게시물이 올라올 때마다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뜨거운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방대에 다니다가 서울의 야간대학에 편입했다는 한 네티즌은 "2년 동안 학교를 다녀본 결과 학교에서 그나마 경쟁력있는 의과와 언론정보쪽에만 투자를 한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타과는 그야말로 유명무실한 존재로 느껴졌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그는 또 "노후화된 시설, 계속해서 떠나는 교수님들, 학생 유치하느라 바쁜 교수님들 때문에 의욕이 떨어졌다"면서 자신이 서울의 야간대학에 편입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공감을 하면서도, 일부 네티즌들은 정부의 정책 부재를 꼬집기도 했다.
김동언이라는 네티즌은 "지방대 경쟁률이 차츰 낮아지고 있는 것은 이미 10년 전에 예측된 일"이라면서 "정부는 그 동안 예측가능한 일을 수수방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방대 자체도 경쟁력을 길러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정부의 마인드가 문제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물론 댓글들 중엔 지방대 다 없애라처럼 무책임한 글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경험에서 우러나온 상당수의 댓글들은 기사보다 더 생생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댓글을 통한 토론이 불을 뿜으면서, 미디어다음 측은 아예 게시물 만으로 별도 기사를 만들기도 했다.
미디어다음 측은 "최근 게시판을 통한 네티즌의 참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며 "의견과 의견이 충돌하면서 하나의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 네티즌에 확산되는 댓글 엠파스 지식거래소에는 최근 개를 죽였습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애완용개가 자신의 딸아이에게 다가가 갑자기 사납게 짖으며 덤벼들자 발로 걷어찼는데, 강아지가 공원 정자에 부딪혀 죽게 됐다는 내용.
개주인이 변상을 요구하며 법적으로 해결하자고 해 고민하고 있는 한 네티즌의 얘기다.
지식거래소에 이 내용이 올라오자마자 댓글이 쇄도했다.
130개의 답변과 함께 200개의 답변에 대한 의견쓰기가 이어지면서 댓글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특히 댓글의 양 못지 않게 눈길을 끌었던 것은 치열한 토론.
애견가와 아이를 가진 부모, 법 전문가들이 가세하면서 열띤 토론이 펼쳐진 점이다.
parsss라는 아이디를 가진 네티즌은 "빠른 판단으로 아이를 무사히 구해낸 행동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비공개로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이에 대해 "개를 죽일정도로 찼다는 건 너무 심하다"며 반박했다.
법적 해석도 도출됐다.
digital4life를 아이디를 사용하는 네티즌은 "짐승을 죽이거나 물건을 파괴하면 형법상 죄가 되지 않는다.
단지 민법상 손배배상 책임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개주인은 개를 방치한 잘못이 있어 개값 변상을 요구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 네티즌의 사연을 두고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진 네티즌이 참가, 다양한 시각을 내보이면서 하나의 여론을 형성해 내고 있는 모습이다.
엠파스측은 "댓글 달기가 단순한 의견표출을 너머 댓글을 달고 읽으면서 네티즌들 스스로 충돌하는 의견을 좁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문화는 최근 엠파스(www.empas.com)의 지식거래소, 네이버(www.naver.com)의 지식인, 세이클럽(www.sayclub.com)의 게시판 등 포털과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 "무분별한 폭로 공간 전락은 경계해야" 이처럼 댓글 저널리즘이 자리를 잡으면서 아예 기사보다는 댓글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네티즌들도 적지 않다.
때론 기사에서 얻기 힘든 깊이 있는 정보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논현동의 이 모씨(37)는 "기자들이 놓쳤거나,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지적하는 댓글들을 읽을 때는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모 업체의 경영권 분쟁 기사를 예로 들었다.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2배로 뛰면서 기업가치도 2배로 뛰었다는 기사에 대해 경영권 분쟁이란 어이 없는 재료로 투기적인 매수세 유입되면서 주가가 100% 올랐다고 봐야 마땅하다는 지적이 올라왔다는 것.
그는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이같은 지적을 통해 기사에서 얻기 힘든 정보를 확보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고양시의 김 모씨(30) 역시 비슷한 주장을 했다.
그는 "편향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신문일수도록 댓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면서 "댓글 저널리즘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진리를 깨닫곤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댓글 저널리즘이 긍정적인 작용만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기자들이 부적절한 정보라고 생각해 게이트키핑(gatekeeping)했던 정보들이 무분별하게 올라오면서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최근 인터넷 상에서 회자되고 있는 한국교원대 L모 교수의 성추행 관련 기사를 대표적인 경우로 꼽을 수 있다.
기자는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관련 게시판에 실명 뿐 아니라 사진까지 버젓이 올라온 것.
게다가 L 교수의 이력과 출신학교까지 버젓이 올라오면서 사생활 보호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 "난 기사보다 댓글 보러 간다" 이같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댓글 저널리즘은 이제 또 다른 언론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독자들을 능동적인 참여자로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댓글은 인터넷 언론의 또 다른 장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한 뉴스 소비자에 머물던 독자들을 생산자 역할까지 감당하는 프로슈머(prosumer)로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언론과 함께 댓글 저널리즘도 이젠 중요한 사회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