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2·4분기 업종별 경기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최근 단기급등하던 주가가 22일 다시 600선대로 주저앉는 등 증시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경기흐름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대우증권 성낙규 연구원은 “이미 발표된 실적보다 미래의 실적이 앞으로 주가흐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2·4분기 실적호전 예상업종 및 해당종목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휴대폰·해운 맑고, 홈쇼핑·항공 흐려=현대증권에 따르면 산매업의 경우 이라크 조기종전에 따른 소비심리 회복이 기대되지만 대내외 경기전망이 불투명해 전망이 그다지 밝지 못하다. 홈쇼핑업체 또한 선·후발업체간 경쟁 격화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표종목으로는 신세계, 하이트맥주, CJ, 삼양사, 농심 등이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 등 항공운수업은 ‘사스’로 얼어붙은 여객 수요 감소로 투자의견 하향이 불가피하고 호남석유화학·LG화학 등은 계절적 비수기 진입으로 6월까지 제품가격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반도체장비업은 설비투자를 다소 증액하겠다는 삼성전자의 발표(16일)로 신성이엔지, 케이씨텍, 이오테크닉스, 코미코, 에스티아이 등 관련업체의 수혜가 예상돼 긍정적으로 분석됐다. 이외에도 휴대폰 및 관련부품업(삼성전자·LG전자·유일전자·KH바텍)과 해운업, 화학섬유업(SKC·효성·코오롱) 등의 전망이 밝았다.
◇금융·소비재업 비중 축소해야=삼성증권이 내놓은 4월 모델 포트폴리오(분산투자종목)를 보면 자산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금융업종의 비중을 대폭 축소한 점이 눈에 띈다.
국민은행의 비중을 4%포인트 줄였으며 침체된 증시상황과 카드채 우려를 반영해 포트폴리오에서 LG카드와 LG투자증권을 제외했다. 경기관련 소비재업종의 비중 역시 축소됐다. 이에 따라 최근 신용악화로 인한 소비감소 우려와 불확실한 시장환경 하에서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CJ홈쇼핑과 신세계를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했다. 소재산업에서는 비수기를 앞두고 제품가격 둔화가 예상되는 POSCO와 그룹 위기가 부각된 통신서비스업종의 비중이 각각 줄었다. 반면 휴대폰사업의 매출호조와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정보기술(IT)·인터넷업종의 비중은 확대됐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은 빨리 온다=하나증권 투자분석팀 곽영훈 연구위원은 “2·4분기에도 경기둔화는 빠르게 진행될 것이나 그만큼 경기회복의 조기실현 가능성도 커진다”고 분석했다. 교보증권 기업분석팀 박종렬 연구위원도 “2000년 4월을 정점으로 현재까지 진행중인 국내 소비위축이 올 2·4분기에 바닥을 친 뒤 완만한 U자형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박연구위원은 이와 함께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와 소비심리 회복으로 지금이 절호의 매수기회”라며 “유통·음식료·섬유업종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고했다.
하나증권은 반도체장비·비철금속·석유화학·손해보험·인터넷·정유·타이어·통신서비스 등을 투자유망업종으로 제시했다.
곽영훈 연구위원은 또 하나증권이 지난 21일 발간한 ‘업종별 2·4분기 투자전략’ 책자에서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토대로 경기 순환 사이클에 따른 업종별 경기판단 결과를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철강업종이 막 경기고점을 지났고 자동차·비철금속·제지·타이어·반도체·제약·전자부품업종 등은 저점을 향하고 있다.
곽연구위원은 “통상 고점에서 저점까지 가는 데 1년 반 정도 걸리나 외환위기 이후 사이클이 빨라져 이들 업종도 곧 바닥을 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반도체장비·통신장비·정유·석유화학 등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미 저점을 지나 상승단계에 있어 투자가 유망한 업종으로 분류됐다.
〈권재현기자 jaynew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