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으면 찍힌다' 폰파라치 천국
[카메라폰 e럴수가] 얼마나 심각한가?
문명의 이기 카메라폰이 악용되고 있다. 사생활 침해는 물론이고 기밀 유출의 한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 관음의 새로운 도구로 등장하여 편리함을 위해 탄생한 카메라폰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카메라폰의 우리 생활에 어떤 문제점을 던지고 있는가?
주부 이모 씨(31)에게 카메라폰은 일생 잊을 수 없는 사건을 남겼다. 지난 2월, 3년간 사귄 이모 씨(34)에게 카메라폰으로 나체사진을 찍힌 뒤 ‘남편의 휴대폰과 인터넷에 공개하겠다’는 협박에 4차례에 걸쳐 4000만원을 갈취 당했다.
한 자동차 연구소는 카메라폰 때문에 회사가 발칵 뒤집혔다. 협력업체 직원이 아직 공개도 하지 않은 신차를 카메라폰으로 찍어 외부로 유출했기 때문. 연구소 측은 비밀보장이 생명인 신차발표를 앞두고 보안에 각별한 신경을 썼지만 카메라폰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즉석촬영 욕구를 단번에 만족시킨 카메라폰이 이처럼 뜻밖의 오용과 악용으로 사생활을 침해하는 무기로 등장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폰의 기능에 매료돼 무조건 찍고 보는 젊은 세대의 무의식적 행동이 피사체가 된 사람의 사생활을 침해하는가 하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카메라폰의 기능을 악용하는 사례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
고양시에서 목욕탕을 운영하고 있는 정모 씨(51)는 카메라폰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지난 5일에도 여탕 탈의실에서 다른 손님들의 나체사진을 찍던 대학생 곽모 씨(21)를 붙잡았지만 ‘별다른 의도는 없었다’는 얘기에 파출소까진 가지 않았다. 이 같은 일이 빈발하자 한국목욕업중앙회는 다음 달 총회에서 몰래 카메라 촬영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카메라폰은 탈의실 외에도 에스컬레이터나 지하철 등 곳곳에서 여성의 치마 속을 노리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몰카 사진이 인터넷을 타고 순식간에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성인전용 사이트는 물론 일반 포탈사이트의 게시판에서도 ‘카메라폰에 찍힌 ○○의 알몸… 넘 야하네요’ 등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의 진위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일부 카메라폰 사용자 사이에서 몰카촬영이 범죄라기 보다는 자랑거리로 통하는 분위기가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전국민이 파파라치가 된 동시에 파파라치의 촬영대상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카메라폰이 기업의 비밀유지에도 위협적인 도구로 떠오르자 기업들이 대책을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신차의 사진이 유출된 자동차 연구소는 내방자를 일일이 따라다니며 카메라폰 사용을 감시하고 있다. 다른 회사들도 중요 지역에 출입하는 외부인의 카메라폰 소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는 기본적으로 시행 중이다.
관련 업계는 3200만 휴대폰 사용자의 40~70%가 올해 카메라가 내장된 휴대폰으로 교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내장된 디지털 카메라도 날이 갈수록 선명도를 더해가고 있어 카메라폰에 따른 피해의 강도가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치혁 기자 jangta@dailysports.co.kr
입력시간 2003/04/21 1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