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가짜야!”
테이블에 펼쳐진 달러 뭉치. 눈으로 살피고,손으로 느끼고…. 순간 날카롭게 번득이던 눈매가 위조지폐를 놓치지 않고 가려낸다. 의뢰인의 입에서 흐르는 미소….
현재 방영 중인 외환은행 TV광고의 한 장면이다. 그 주인공인 위폐감별전문가 서태석 외환은행 금융기관영업실 부부장(60)이 화제다. 광고에서 뿐만 아니라 최근 발생한 정밀 위조지폐 사건에서의 활약상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부부장은 지난 3월12일 서울 종로의 한 금은방에서 발견된 100달러 지폐 100장을 위폐로 최종 결론지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 금은방 주인이 건네준 달러를 환전상이 외환은행에 감별을 의뢰,감식기에서 위폐로 판명나자 본점에 근무 중인 서부부장에게 최종 판단이 맡겨졌다. 결과는 매우 정교하게 제작된 위조 달러.
서부부장은 “색이 약간 바랬고,잉크 인쇄상태의 정밀도가 떨어졌다”고 당시 위폐 판정 이유를 설명하며 “슈퍼노트(super note)라고 알려진 것은 와전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슈퍼노트라는 것이 특정 초정밀 위폐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조잡하게 제작된 위폐를 제외한 모든 위폐를 일컫는 별칭”이라고 부연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서부부장은 경찰로부터 참고인 조사를 받는 등 본의 아니게 사건에 휘말리게 됐다. 당시 위폐 판정 후 신고를 권유해 환전상이 경찰에 신고했지만,직접 신고를 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 추궁이 잇따르고 있다. 그는 “앞으로 외부의 위폐 감별 의뢰를 수락해야할지 말지를 고민하게 됐다”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서부부장의 감별능력은 이미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를 최고의 위폐 감별 전문가로 만들어준 일화 한 토막.
지난 96년 환전하면서 발견된 100달러짜리 지폐를 두고 서부부장은 지폐의 암호격인 ‘비밀표시’가 수상한 점을 들어 위폐라고 판정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진짜 지폐라고 주장해 판정이 엇갈렸다. 결국 달러를 찍어내는 미국연방은행(FRB)에까지 가서 확인한 결과 위폐로 증명됐다. 지난 81년에는 그가 미국의 한 은행에서 수입한 200만달러에 대해 화물이 도착한 공항에서 무게를 들어보고 위폐로 의심,경찰 입회하에 뜯어본 결과 지폐와 똑같은 크기의 종이 다발로 드러난 적도 있다.
카투사 경리 사병으로 복무하던 65년부터 시작된 서부부장의 위폐 감별 경력. 40년 가까이 외길을 걸어온 ‘장인’의 모습은 TV에서 매일 만날 수 있다.
/양한우 yanoo@sports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