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시립동부병원을 ‘중증 급성 호흡기증후군’(사스) 환자 격리치료 전담병원으로 꾸리려 했다가 인근 주민들이 시위를벌이는 등 반발하자 25일 이를 보류하기로 해 사스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지역 주민들은 전담병원 지정 완전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를 계속하고있으나, 보건복지부와 서울시는 “다시 협의해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뚜렷한대안을 내놓지 못해 전담병원 지정 계획이 표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전염병 전문가들은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환자의 격리 치료는국가안보에 비견될 중요 사안이라며, 일부 주민들의 집단행동에 좌우될 경우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주민 반발=주민들은 24일 밤 9시부터 도로를 점거한 뒤 시립동부병원으로들어가는 길을 막고 밤샘 농성을 벌인 뒤 25일에도 전담병원 지정 백지화를요구하며 온종일 시위를 계속했다.
이들은 ‘사스는 물러가라 우리 아이들의생명은 누가 책임지나’라는 등의 구호가 적힌 펼침막을 내걸기도 했다.
이날 시위에는 일부 초등학생들이 오전 수업 도중 학교를 빠져나와 참여하기도했다.
이들은 병원으로 들어가는 길을 비닐 끈으로 줄을 쳐 막고 지나가는 차를모두 되돌려보냈다.
주민 이아무개(27·동대문구 용두동)씨는 “우리가 지역이기주의 때문에 이러는게 아니고 이곳은 유동인구도 많고 면역성이 약한 아이들이 병원 30여m 앞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며 “아무런 대책과 상의 없이 이런 주택가에 사스격리병동을 설치한다면 주민들의 건강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50분께 국회 본관 2층 의원식당에서 김화중 보건복지부장관과 김희선 민주당 의원, 지역 주민 7명이 대화를 나눴으나, 김 장관이“서울시장이 동부병원이 아닌 다른 곳으로 정할 것”이라고 한 데 대해 주민들은“유보인지 취소인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 국립보건원·서울시 대응=서울시는 이날 오전 이명박 시장 주재로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시립동부병원을 사스 전담 진료병원으로 지정하려던 계획을전면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정밀촬영 가능 시설, 격리병동 등 사스 전담병원 조건에 맞는 곳이 시관리 병원 가운데 시립동부병원뿐”이라며 지난 22일부터 군의관을 배치하고의료장비 등을 보강하고 있었다.
국립보건원은 “서울시에서 시립동부병원을 사스 전담 진료병원으로 지정하는것을 철회한다는 통보를 받은 바 없다”며 “만약 그렇게 될 경우 다른 전담병원을지정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승철 사스 전문가자문위원장(고려대 감염내과 교수)은 “사스는 공기 전염이되지 않기 때문에 병원 인근 주민들이 혹시 사스에 감염되지 않을까 우려해집단시위를 벌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내에서 사스가 확산되는것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싱가포르나 베트남, 중국처럼 준전시체제를 선언해야한다”고 말했다.
안종주 보건복지전문기자, 석진환 윤진 기자
한겨레신문 2003년 04월 25일 (금) 20:48
*사진의 병원은 기사와 관련없는 병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