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차전지 세계 3대기업 진입’
LG화학이 차세대 핵심사업으로 육성중인 ‘2차전지 사업’에 부여한 글로벌 비전이다. 7년이라는 짧은 2차전지 진출 역사를 감안하면 상당히 당찬 목표다. 그러나 LG화학의 2차전지 개발 사령탑인 홍순용(洪淳湧·49) 전지사업부장(상무)은 “비전이 결코 꿈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2차전지 선두주자인 일본에 결코 뒤지지 않는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이 2차전지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95년. 2차전지의 초기단계 제품인 니켈수소전지를 일본 도시바 기술에 의존해 생산했던 LG화학은 어느새 지난해말에는 경쟁업체들도 힘들어하던 2,400㎃h급 고용량 리튬이온전지를 개발하고 올 4월 세계 최초로 양산체제에 들어갔다. 이미 92년에 2차 리튬이온전지를 상품화했던 일본의 소니를 비롯한 산요, 마쓰시타 등 ‘2차전지 빅3’를 움찔하게 만드는 쾌거였다고 한다.
2차전지는 LG화학이 지난 90년대 중반 ‘21세기 핵심육성사업’으로 선정한 정보전자소재 분야의 핵심이다. 이 회사는 그동안 기초화학 분야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지 응용기술을 쌓아 99년 국내 처음으로 리튬이온전지(1,800㎃h)를 생산했다. 이후 2001년에는 원통형 2,000㎃h급과 2,200㎃h급을 연거푸 생산했고 지난해에는 2,400㎃h급 고지에까지 오른 것이다.
홍상무는 “2001년 2,200㎃h급을 일본보다 먼저 생산하면서 세계시장을 놀라게 했고 이번 2,400㎃h급 생산으로 일본을 사실상 멀찌감치 따돌리게 됐다”며 “일본은 아마도 올해 말쯤에야 2,400㎃h급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LG화학의 가장 큰 과제는 생산량을 늘리는 일이다. 2차전지 세계시장은 일본의 ‘빅3’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LG화학은 오창테크노파크내에 제3공장을 지어, 올해 생산규모를 월 9백만셀로 늘린 뒤 2005년에는 월 1천8백만셀로 다시 증설, 시장점유율을 15%까지 끌어올린다는 내부 목표를 갖고 있다. 이렇게 되면 LG화학은 시장점유율에서 세계 3대 전지업체로 도약하게 된다.
하지만 홍상무는 “진정한 LG화학의 도전은 이제부터”라고 말한다. 원통형 2차전지 개발은 사실 2,400㎃h에서 한계점에 달한다. 더 이상 용량을 키우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세계최초로 중대형 리튬이온 폴리머전지를 개발, 세계시장에서 차세대 제품의 기선을 잡는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형 자동차인 HEV(Hybrid Electric Vehicle)와 전기자동차(Electric Vehicle)에 들어가는 중대형 전지 시장은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가진 미개척 분야다.
‘빅3’도 이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개발을 서두르고 있지만 LG화학이 추구하는 중대형 전지는 이들의 것과 차원이 다르다. 일본기업들이 대부분 니켈수소전지 쪽이지만 LG화학은 이보다 한세대 빠른 리튬이온 폴리머 분야. LG화학은 2002년 3월 미국 콜로라도에 전지연구소(CPI)를 설립, 차세대 자동차용 리튬폴리머 전지 개발을 거의 마무리하고 올해말 벌써 세계 최초로 양산할 계획이다.
지난해 미국 그랜드캐니언에서 벌어진 전기자동차 경주에서 LG화학의 리튬폴리머를 장착한 자동차가 구간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 성능은 이미 전세계로부터 인정받았다. 특히 리튬이온 폴리머 전지는 니켈수소전지에 비해 부피가 3분의 1밖에 되지 않아 니켈수소전지가 자동차에 장착돼 상용화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부피 문제를 해결했다. 따라서 홍상무는 “2007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시작하는 ‘일정 비율의 친환경 자동차 수출법’이 적용되면 폭발적인 수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점쳐진다”고 기대했다.
홍상무는 “2차전지 분야에서 일본을 추월한다는 사실은 미래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우리가 확보할 수 있다는 큰 의미”라면서 “오는 2010년쯤이면 리튬이온전지는 한국의 월드베스트 상품으로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 /배병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