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문제 때문에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일본에 있는 북한계 동포 조직인 재일조선인총연합회(총련) 학생으로 얼마전 국내 대학에 입학한 주영길(21)씨.
일본 주오대(中央大) 상학부 상업무역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주씨는 지난달 연세대 교환학생 자격으로 한국 땅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동안 추석 등 명절이나 월드컵 때 고향방문단 형태로 총련계 동포들이 한국을찾긴 했으나 개인 자격으로 국내 대학에 입학하기는 주씨가 처음이다.
28일 연대 캠퍼스에서 만난 그는 요즘 유행하는 초콜릿색 반소매 남방과 칠부바지를 입고 손수건으로 한쪽 다리 정강이를 동여맨 `조금 튀는' 신세대 대학생이다.
일본 유치원에 다닌 것을 빼고는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총련계 학교에서 마친덕분에 재일동포 3세인 주씨의 우리말 솜씨는 비교적 유창한 편이었다.
한국에 온 지 한달여 만에 연대 외국인기숙사 국제학사의 축구단 단장을 맡을정도로 성격 또한 쾌활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영국에 한달 가량 어학연수를 갔다가 거기서 난생 처음으로한국에서 온 `진짜' 한국인을 만났습니다. 그분에게서 평소 제가 알고있던 한국과는다른 이야기들을 들었고, 꼭 한번 와보고 싶었지요." 그 후 주씨는 일부러 총련계 대학이 아닌 일본 대학에 입학했고, 교환학생 자격을 얻기 위해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그리고 이번에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의 도움을 얻어 우여곡절 끝에 한국 유학의 꿈을 이루게 된 것.
"유치원때 이미 제 이름 석 자가 일본 친구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는 `나는누구인가'라고 고민을 시작했죠. 일본과 한국 국적이 아닌 저처럼 `조선'적(籍)을가진 재일교포 3세들은 늘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됩니다. 얼마전 드러난 북한의 일본인 납치사건처럼 외부의 사소한 일에도 이들은 쉽게 자극을 받지요." 쾌활하게 이야기하던 주씨는 정치적인 화제는 몹시 꺼렸다. 한국에 오기 전에 `유학 목적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한국영사관에 써낸 게 마음에걸린 탓이다. 그는 자신을 한국에 온 `특별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총련계 학교에서는 한국을 남조선으로 부르고, 쓸 때는 꼭 인용부호(`한국')를붙입니다. 그건 한국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죠. 한민족이기 때문에 통일이 돼야 한다고 가르치면서도 학교의 이런 이중적인 모습에 회의가 들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재일교포 3세들은 정치색이 거의 드러나지 않고, 생각도 각양각색"이라고 덧붙였다.
주씨의 꿈은 동아시아 경제 전문가로 대학 강단에 서는 것.
이를 위해 외국 유학을 계획 중이지만 총련계는 자유로운 해외여행이 불가능해고민이다.
그래도 주씨는 "앞으로 전세계를 누비는 경제인이 돼 한국에 꼭 다시 오고 싶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