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아이가 학원에 의지해 혼자 공부하는 능력이 없어요. 학원을 끊으면 학교도 끊어야 할 정도로 학원 중독이 심각한 형편입니다.”(서울 강북 A학부모) “학원에 다니면 마치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 불안감이 덜해져요.”(서울 강남 중학생 A군)
28일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중·고교생의 학원중독 사례 보고서의 한 내용이다. 중·고교생들은 학원의 선행학습 때문에 학교수업을 집중하지 않고, 학원숙제를 학교에서 하는 등 ‘학원중독’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 10명중 7명은 학생들이 교사보다 학원강사를 더 중시한다고 답해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학생 10명 중 7명은 학원수업으로 인해 성적이 올라간다고 답해 학원수업의 효과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교육개발원 김양분 연구위원이 ‘입시학원의 교육실태분석연구’에서 중고교생과 학부모 각각 2658명과 교사 1770명을 대상으로 입시학원 교육의 문제점을 조사한 결과 28일 밝혀졌다.
◈학교수업에 소홀해진다〓학생 39.9%는 ‘학원 때문에 학교공부에 소홀하게 된다’고 답했고, 48.1%는 ‘학교수업 내용을 이미 알고 있어 진지하게 공부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예 ‘수업시간에 잠을 자거나 다른 공부를 한다’고 답한 학생도 27.3%에 달해 학원으로 인한 공교육 파행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원 문제풀이교육 폐해〓학생들은 학원공부 때문에 혼자서 공부하는 능력이 저하되고(42.8%) 창의력과 상상력이 떨어진다(48.5%)고 답했다. 또 교사 70.2%는 학생들이 학교교사보다 학원강사를 중시한다고 답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원의 암기위주 교육의 심각성에 대해 학부모의 68.4%가 ‘심각하지 않거나 보통이다’고 답한 반면 교사들의 66.3%는‘심각하다’고 응답해 시각차를 드러냈다. 또 문제풀이 위주의 학원교육도 교사들은 64.7%가 심각하다고 답한 반면 학부모는 32.8%만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입시준비에 효과 있다〓조사결과 학원수강이 고입이나 수능시험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 학생과 학부모는 각각 64.7%, 55.2%였고, 교사 54.9%도 입시에 학원수강이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또 입시학원이 학교성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효과있다’는 응답은 학생 70.3%, 학부모 59.6%, 교사 43.9%로 ‘효과없다’는 응답보다 월등히 많았다.
김 연구위원은 “고교와 대학의 학생선발에서 지필고사에 의한 성적비중을 줄이고 적성, 창의성, 경력 등 다양한 선발기준을 적용해야 학원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 한평수·우승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