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베이징(北京)을 사실상 계엄 상태로 진입시킨 중국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확산 파문이 전혀 엉뚱하고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 위생 당국이 2차 전염의 확산을 막기 위해 환자 및 위험 지역에 대한 강제 격리, 폐쇄 조치등의 초고강도 처방을 잇달아 내놓음에 따라 이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의 인권 침해 문제가 새삼스레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더구나 향후 사스 확산이 수그러질 조짐을 보이지 않을 경우 보다 고강도의 처방도 예상돼 이런 인권 침해 논란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현재까지 사스가 가장 창궐하는 베이징에 내려진 격리, 폐쇄 조치들을 일별해보면 논란이 되고 있는 인권 침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읽힌다. 전체적으로 무려 113곳의 공공 장소, 7672명이 외부와 격리된 상황에서 인권이 제대로 지켜지리라고 기대하는 게 순진한 생각인 것이다. 게다가 문제는 공공장소에서 격리된 환자 아닌 사람들이 격리 조치된 환자나 의심 환자 및 이들과 접촉한 사람들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거의 모든 대학이 격리, 통제되는 중관춘(中關村) 인근 대학가가 그렇다. 27일 폐쇄된 런민(人民)대를 비롯해 베이징대, 칭화(淸華)대등 30여개 학교 학생들 10만여명이 자신들의 의사와는 달리 안에 갇힌채 그야말로 창살 없는 감옥 생활을 견디고 있다. 일부 학생들이 교문을 사이에 둔채 학부모와 눈물의 면회를 하거나 야음을 틈타 담을 넘어 달아나는 학생들이 간혹 목격되고 있다.
27일 발동된 결혼식 및 사스 사망 환자의 장례 금지 조치도 인권 침해라는 논란을 부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특히 사망 환자는 반드시 화장토록 하라는 반 강제적 조치는 망자에 대한 인권 유린일 수도 있어 앞으로 더 큰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까지 다분하다.
이외에 환자들을 주로 교외 병원에 마치 범죄자처럼 집단으로 수용하는 조치, 외국인도 예외가 아니라는 강경한 중국 당국의 자세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중국 당국의 조치들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특히 베이징의 경우는 27일 현재 사스 사망 환자가 58명으로 증가, 진원지인 광둥(廣東)성의 51명을 초과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만큼 이해의 소지가 크다. 그러나 환자도 아니면서 엄청난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들의 수가 계속 늘어날 경우 상황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베이징〓홍순도특파원
문화일보